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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평점 :
나는 얼리 어답터였다. 남들은 원고지에 글을 써서 리포트를 낼 때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후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주위에서 와 하면서 놀라던 반응이 엊그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찍 알고 쓰기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시티폰을 쓸 때 휴대폰을 개통했고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할 때 외장하드를 사들였다. 그런 놀이가 뚝 끊어진 것은 아이엠에프 이후였다. 곧 돈이 떨어지니 사모을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그 때의 기질이 아직도 남아 한번 산 기계나 물건은 왠만하면 버리지 않고 고장이 나더라도 고쳐서 쓴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다. 아날로그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며 보다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급기야 레코드판, 종이, 필름, 보드게임이야말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상의 발명품이며 새로운 시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인쇄물이 다시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의 개설도 확장된다.
정직하게 말해 데이비디 색스의 글을 읽으며 애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무작정 과거회귀형 인간이 아니며 디지털의 보완재로서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뭐 죽은 자식 XX 만지기도 아니고 마냥 향수에 젖어 있을 필요가 있겠나 싶다.
인간은 지나간 것에도 집착하지만 더욱 놀라운 능력은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다. 만약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원고지에 글을 써서 발표를 하라고 하고 휴대폰을 모두 몰수하고 집전화나 공중전화로만 통화하게 하고 인터넷을 정지시켜 온라인 정보를 차단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핵심은 아놀로그냐, 디지털이냐가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에 어떻게 반영되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느냐다. 그가 예로 든 엘피판은 등장 초기에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도넛츠판이라는 작은 사이즈로 노래 한곡밖에 못담았던 것이 무려 앞뒤 50분 가량 저장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놀아웠겠는가? 그러나 그 시대에도 엘피는 진정한 음반이 아니라면 굳이 축음기로 음악을 감상하던 이들이 있었다. 수백곡 아니 인터넷만 연결하는 무제한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어이없는 일이지만. <아날로그의 반격>은 한 때의 반항이다. 언제나 이런 류의 흐름은 있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