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두번째 이야기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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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는 남궁인의 두번째 책이다. 처음 낸 <만약에 없다>가 의욕과잉이었다면 이번은 한결 정돈되었다. 제목도 훨씬 멋있다. 글도 수필체에 맞게 보다 간결해졌다. 작가로서의 욕심보다 의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느낌이랄까? 곧 보고 듣고 느낀 대로 과하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 군더더기를 빼니 감동이 절로 전해졌다. 마치 찌꺼리로 가득찬 배관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특히 첫 에피소드인 지독한 하루는 압권이었다. 살아날 가망없이 실려온 환자에게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온갖 시도를 해야하는 의사의 숙명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그는 앞으로도 의사일 것이다. 단지 글이 소재로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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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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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가 순간적으로 오고가는 장소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은 곳은 없다. 그중에서도 응급실은 스토리의 포텐이 마구 터지는 장소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영위했을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환경에 처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그 순간으로 원컨 원치 않건 고스란히 목도해야 한다.

 

남궁인은 의사다. 한마디 덧붙이지면 글쓰는 닥터다. 병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그에게는 글의 소재가 된다. 문제는 충분히 글을 쓸 시간이 있으냐다. 흔히 의사는 사생활이 없다고 한다. 언제든 불르면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 겪은 환자는 정말 특이했어. 기억을 떠얼려 어디 한번 꼼꼼히 정리해볼까. 자 그런 첫 문장은 하는 찰라 야 임마라며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박진감있는 흥미만점의 글감에도 불구하고 글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남궁인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마츄어적이다. 나는과 저는을 혼동하는 것도 그렇고, 지시대명사를 남발하며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대화를 적절히 집어넣지 못해 긴장감이 약해진다. 단지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글쓰는 훈련이 덜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글을 쓸 때는 온전히 글에만 매달려야 한다. 일하는 짬짬이 쓰다보면 글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언젠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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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3대천왕 -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득한 맛집 정보책
SBS 백종원의 3대천왕 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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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원씨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몸에 좋지 않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골목상권을 프랜차이즈로 장악하여 성공한 사업가라는 시각과 집에서도 충분히 고급진 맛을 낼 수 있는 간편한 레시피를 전파한 요리 전도사라는 평판이다.

 

나는 이 두 평가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우선 그가 만든 요리는 정직하게 말해 몸에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사업가로서는 확실히 성공의 노하우가 있다. 문제는 그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많은 않다는 데 있다. 요리사도 아니면서, 중식요리사 자격증인 있다고 하지만, 여러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사업을 위한 홍보가 아닌가라는 의심스러운 눈빛이 여전히 강하다. 물론 방송사로서도 시청률이 나오니 그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글쎄.

 

<백종원의 3대 천황>은 방송에 소개된 음식점을 요리별로 정리한 책이다. 제목에 백종원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은 방송 제작팀이 엮어낸 책이다. 정통 음식이라기보다는 유행에 민감한 떡볶이, 순대, 닭복음탕 등을 소개한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음식 자체에 대한 정보는 매우 빈약하다. 간단히 음식을 먹고 스케치하듯 남긴 글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요리 혹은 맛기행 전문가가 쓴 글이 아니다. 굳이 책으로 낼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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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히트 DE
로렌스 카스단 감독, 리차드 크레나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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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성과 속의 상징이다. 이성으로서는 탐닉의 대상이지만 어머니로서는 모성애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에 대한 이러한 관념은 철저히 남자들이 만들어낸 신화다. 프랑스어로 치명적인 여자라는 뜻의 팜므 파탈이 대표적인 예이다. 남자를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왜 정설로 자리잡게 되었는가? 이는 역설적으로 여자들의 무기가 변변치 않음을 뜻한다. 곧 미모와 몸매밖에 네세울게 없다는 소리다.

 

<보디 히트>는 팜므 파탈의 전형을 다룬 영화다. 재산상속을 노리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캐서린은 변호사를 끌여들여 살인을 모의한다. 윌리엄은 그녀의 빛나는 얼굴과 풍성하면서도 매끈한 몸에 이끌려 걷잡을 수 없는 욕정에 휘말리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철저하게 이용당했음을 깨닫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여전히 또다른 싱싱한 남자를 사냥하고 있었다.

 

캐서린 터너는 이 영화로 인해 일약 섹시 여배우로 등극했다. 노출수위가 지금봐도 아찔할 정도지만 역시 압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낮은 소리로 유혹하는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본영상에 담긴 부록은 삼가하시길. 어차피 작품성으로 보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늙고 비대해진 터너를 굳이 보실 필요는 없다. 행여 환상이 깨져버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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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eetlejuice (비틀쥬스 ) (한글자막)(Blu-ray) (2008)
Warner Home Video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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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상상력은 죽음에서 나온다. 그는 삶의 끝인 암흑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유머를 캐치한다. 그 출발은 비틀쥬스다.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한 젊은 부부. 눈을 떠보니 여전히 자기 집 안방이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귀신들이 찾아오며 자신들도 지상에서 멀어졌음을 직감한다. 우울감이 감싸려는 순간 유령들이 기괴한 파티를 열며 죽음을 만끽한다. 흔히 사망한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 가서는 고생하지 말고 편히 살라는 덕담을 건네곤 한다. 망자를 위로하고 유가족들을 배려한 말이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죽음 이후의 삶이 비튤쥬스 같다면 마냥 슬퍼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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