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포에버 - 어떤 언어든 빨리 배우고 잊지 않는 법
게이브리얼 와이너 지음, 강주헌 옮김 / 민음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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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외국어, 특히 영어를 잘하고 싶은 열망은 수십년간 이어져왔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체. 입시과목에 있으니까 어쨌든 배워두면 취업에 유리하니까 등은 헛된 핑계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고등학교 시절 무려 6년에 걸쳐 필수로 배운 영어를 졸업하면 죄다 까먹을 수 있겠는가? 절실함이 없어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정직하게 말해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쓰는 직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굳이 영어에 목을 메시겠자면 일단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어떻게 익힐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게이브리벌 와이너는 엔지니어였다. 딱히 외국어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취미로 성악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러나 노래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직업을 아예 바꿔놓았을뿐만 아니라 동시에 6개 국어를 할 줄아는 언어천재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대체 어떻게? 사실 그의 비결은 뻔하다. 결국은 절실함이다. 이탈리아어로 독일어로 프랑스어로 마치 그 나라 사람이 된 듯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간절함이 통했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야말로 진짜 노력의 어머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와이너처럼 될 이유는 없다. 집중 언어 교육을 받고 하루에 50개 이상의 단어를 달달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인생에 한가지쯤 절실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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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로 돌아갈까? - 두 여성작가가 나눈 7년의 우정
게일 캘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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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라디오를 듣다 <먼 길로 돌아갈까?>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손님으로 나온 작가 겸 노래쟁이는 읽는 내내 눈물이 흘러 참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한 건 아니지만 작가가 주인공이고 이야기 자체가 그들의 일상을 다룬 것이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스토리의 출발은 죽음이다. 친한 친구의. 이렇게 초장부터 강력한 한방을 날려놓으면 나머지는 회고식의 지루한 이야기가 되기 십상인데. 게일 캘드웰은 교묘하게 뻔한 장치를 비껴나간다. 둘 사이의 공통점중 하나인 개를 등장시켜 우정을 상기시킨다. 마치 성격이 다른 부부가 아이로 인해 그 연을 이어가듯이 두 사람은 사실은 명랑과 우울이라는 상극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사망은 남은 자에게는 고독과 슬픔을 안겨준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그 감정도 무뎌져 흐릿해지는 것이다. 한 때 사랑했던 자가 이젠 기억속에서도 사라져가다니.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헛헛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흔히 좋은 글은 대화하듯 써야 한다고 한다. 곧 곁에 누군가가 있어 그 사람만을 위해 이야기하듯 해야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나를 위한 글같은 느낌이 때문이다. 이 책은 우정이라는 인류 공통의 보석에 바치는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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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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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왜 쓰고 무엇때문에 읽는가? <나혼자 산다>처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의 뒷이야기나 일상을 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아닐까? 다시 말해 명성이 없는 이의 산문은 아무리 빼어나도 읽히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걷는 듯 천천히>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고레아다 히로츠카의 산문집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영화 연출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었다. 예상 가능한 구성이지만 의외로 감동적이다. 뻐기거나 젠체 하는 셀럽 특유의 자뻑이 없어서다. 마치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글속에 자연스레 등장하여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느낌이다. 일상의 한순간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잘 반영된 글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름답게만 포장하는건 아니다. 대지진 이후 슬픔을 연장시키기 보다는 어서 빨리 과거의 경제우선주의로 돌아가려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도 날카로운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비록 그 울림이 미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큰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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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엔시 씨와 나 시리즈 3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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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는 자기만의 고유한 문체가 있다. 헤밍웨이가 하드보일드로 무장했다면 피츠제럴드는 끝을 뭉개는 허무한 독백이 백미이고 하루키는 자문자답을 하며 독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간다. 진정한 소설가라면 장르와 상관없이 독특한 문장을 지을 줄 알아야 한다. 

 

기티무라 가오루는 초기에는 20대 여성작가로 오인받을만큼 복잡미묘한 젊은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가을꽃>도 예외가 아니다. 일상의 미스터리를 산뜻하면서도 담백하게 다루던 톤 또한 변함이 없다. 비록 살인은 벌어졌지만. 사건이 전개되면 될수록 작가는 흥분하게 마련인데, 이는 곧 문장 자체가 거칠어지면서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가오루는 잘 참아냈다. 아쉽다면 이 소설설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것. 좀 더 시리즈로 몰아가도 좋을 법 한데. 어쩌면 서운할 때 끝이라고 마침표를 찍을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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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 - 나를 키운 것들 문지 푸른 문학
김종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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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사랑하지만 딱 한가지 예외는 트롯이다. 특유의 뽕끼 가득한 리듬을 듣는 순간 속이 울렁거린다. 어렸을 적 지독하게 고생한 멀미의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물론 취향문제다. 뽕짝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김종광의 글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정직하게 말해 전혀 내 타입이 아니다. 서울 출신이고 시골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내게 충남 보령의 이야기는 너무도 낯설었다. 그럼에도 억지로  끝까지 붙들고 읽은 이유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때문이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전하는 그의 메시지가 매우 신선했던 것도 한 이유다. 꾸밈없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그의 화법에 반해서 이런 분이라면 글도 매우 톡톡튀고 신선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일뿐 그저 그랬다. 한마디로 평면적이었다. 자신 혹은 부모나 이웃의 경험을 풀어써 같은 시대를 산, 충청도 출신에게는,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이의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야 한다. 비록 소재가 조선시대라도문체는 감각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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