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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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에게는 여러 직함이 있다. 처음에는 기자였다. 어느새 영화평론가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라디오 방송 진행도 하고 글도 쓰는 작가다. 한 사람이 이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똑똑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 된다. 곧 책읽기를 좋아하고 영화보기를 끔찍히 사랑하고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기에 가능하다. 왠지 쉬워보이지만 한 번 해보시라. 생각보다 어렵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간단히 이동진 독서법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알뜰신잡의 영향인지 제목이 줄줄이 사탕이 되고 말았다. 여하튼 이 책은 독서라는 행위를 둘러싼 이동진만의 생각이 가득하다. 책을 읽는 방법 뿐만 아니라 장소의 중요성, 여러 책을 한번에 읽는 비법 등을 알려준다. 여기에 독서가라면 이동진 뺨치는 이다혜 기자와 책이라는 주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진짜 하이라이트는 그가 추천하는 500권의 책이다. 여러 분야에 걸친 대표적인 서적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체험도 묻어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두가 이동진처럼 많은 책을 볼 수는 없지만, 또 굳이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책읽는 행위는 인간의 행동 중 가장 창의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요즘같은 스마트폰 중독 시대에 의자에 앉아 한 페이지씩 차례차례 넘기는 일은 어떠면 고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끝에는 행복이 있음을 잊지 마시길. 지문이 닳아 없어질만큼 애지중지하던 스마트폰이 결국 허무함을 남긴다면 책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추억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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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Read to Me & I'll Read to You: 20th-Century Stories to Share (Hardcover) - 20th Century Stories to Share
Janet Schulman / Alfred a Knopf Inc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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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은 전적으로 입시위주다.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조차 시험으로 자신을 객관화시킨다. 등수만이 전부다. 그 결과 읽고 듣고 느끼는 훈련은 너무도 부족하다. 그렇게 자란 어른은 협소한 시야로 자신과 주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본다. 자신은 없고 집단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서양은 일찌기 읽기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다. 단순히 철자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책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그만이다. 이 전통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유지된다. 대학수업의 기본은 토론식이며, 이공계도 마찬가지다, 성인들은 독서틀럽 하나쯤은 가입해 함께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긴다.

 

You Read to Me & I'll Read to You: 20th-Century Stories to Share에는 보석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하나 하나 이른바 전설로 남을 이야기들이다. 혹시 영어로 쓰여 있고 단어를 잘 모른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럴 줄 알고 최대한 짧은 글들만 모았다. 또 한가지 유용한 팁을 드리자면 발음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소리내에 읽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따라 읽다보면 모르던 내용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어렷을 적 왜 그렇게 크게 국어책을 읽었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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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ing the Tooth Fairy : Book 3 (Paperback) Horrid Henry (Book) 15
Francesca Simon 지음, 토니 로스 그림 / Orion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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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이상한건 자라고 나면 그 사실을 까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겁회귀는 영원히 그리고 끝없이 계속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 틈새가 보일 때가 있다. 작가들은 그 미세한 잡음을 놓치지 않고 문장으로 건져낸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악한 마음을 들추어낸다.

 

우리나라에서 호리드 핸리 시리즈는 단순한 악동쯤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그 이전이라도 영어를 알려주고 싶은 부모임들이 권하는 책이다. 만약 제대로 읽어보았다면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야 마땅한데도.

 

핸리에게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그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버르장머리가 없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꾸지람조차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 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대한 3자의 시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수 자체를 나무라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게 하는 것이다.

 

Horrid Henry Tricks the Tooth Fairy는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독특하고 엉뚱하다. 친구들 모두가 앞이빨이 빠져 돌아다니는데 자신만 멀쩡하다. 핸리는 어떻게 하면 이빨을 부러뜨릴지 궁리한다. 단것을 왕창 먹을까, 손잡이에 실을 매달아 이빨과 연결시킨 다음 쾅 닫아버릴까. 다들 마땅치 않다. 귀찮고 아플 것 같아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동생이  배게밑에 보물처럼 감추어던 빠진 이빨을 훔치는 것이다.

 

대체 이 이야기에 무슨 교훈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되묻고 싶다. 무슨 정보를 얻고 싶어 소설을 읽습니까? 아이들 책은 뭔가 가르침이 있어야 된다는 신념만큼 케케묵은 편견도 없다. 그저 읽어라. 주인공의 엉뚱함에 낄낄거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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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10시간 - 기내에서 하루를 보낼 당신을 위한 알쓸신잡
박돈규 지음 / 북오션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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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동안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이동이 잦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중간중간 교통상황을 듣다 비행기 여행과 관련된 대화가 나왔다. 언제부터 일상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고로 항공편으로 놀러다닐 여유는 전혀 없다, 여하튼 흥미로운 주제였다. 누구나 궁금해할 기내식, 수면, 서비스 등의 이야기였다. 기대보다는 별로여서 혹시 짧은 방송 탓인줄 알고 저자의 책을 구해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실망이었다. 비행기로 출장을 다닌 경력 하나 믿고 써낸 빈곤한 책이었다. 항공사의 시스템이라거나 조정사나 승무원의 일상이라든가 흥미로운 비행기 역사나 승객들의 천태망상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줄도 없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팁의 대잔치였다. 수박겉햟기식의 메모를 이어 붙인 느낌이었다. 이를 테면 복도와 창가 좌석의 장단점. 알고보니 연재물을 모은 것이었다.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책으로 내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출간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아예 그럴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든지.

 

만약에 내가 기획자였다면 책 속에서 언급한 비행기 안에서 읽어볼만한 책 베스트 텐을 확대하여 여행중 독서라는 아이템으로 책을 내자고 했을 것이다. 글쓴이도 왜 그런 주제가 없는지 안타까워했는데 그러면 스스로 쓰면 될 것이지 남 탓을 하면 쓰나? 기자 습성때문이다. 한참 이야기하다 결론은 정부로 화살을 돌린다.

 

기자들은 글쓰는게 직업이다 보니 책 내는걸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제목을 뽑거나 정확한 문장으로 사실으로 전달하는 건 잘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낼 때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남이 아니라 진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비행기에서 10시간>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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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그만 - 할머니 손에 자란 배우의 맨주먹 정신
가자마 도루 지음, 문방울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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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미덕은 솔직함에서 나온다. 뭔가 꾸미거나 미화하려는 순간 책은 당장 폐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선거때면 출간되는 정치인들의 책이 대표적이다. 정말 종이가 아깝다. 다른 수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쓰든 혹은 유령 작가를 동원하든 스스로를 거울보듯 샅샅이 들여다 보듯 하는 사람은 드물다. 남의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뾰로지를 파운데이션으로 수십번 덧 바라기는 하지만.

 

<엄살은 그만>은 보기 드물게 정직한 책이다. 할머니와 함께 보낸 가난한 시절의 경험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보여준다. 집을 나간 부모.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수입은 연금이 전부.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와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가능했다. 아니 행복했다.

 

누군가는 돌이켜보니 좋았다라는 식의 복고주의가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조건이 행복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건 감정의 문제다. 얼마나 낙천적인 사고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는 경제적이라기 보다는 정식적인 것이다. 결국 행복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며 더우기 남과 비교해서 얻는 것을 가자마 도루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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