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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데미안 차젤레 감독, 라이언 고슬링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는 꿈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첫 출발도 그랬도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씨네마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라라랜드>는 영화인과 음악가들의 이야기다. 오디션을 밥먹듯이 보지만 단역 하나 따내기 힘든 여자와 피아노 알바로 생계를 이으며 진정한 연주자를 꿈꾸는 남자. 둘은 가난한 연인이 된다. 만약 둘 다 동시에 성공하거나 혹은 꿈을 접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갔다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남의 불행은 관객의 행복이다. 남자가 먼저 선수를 친다. 유명 악단에 들어가 전국 투어를 하고 돈을 벌어들인다. 여자는 버림받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남은 평생 남편 뒷바라지나 하며 다리미질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헤어진다. 그리고 보란듯이 히트를 친다. 부유한 다른 남자를 만나 셀럽 흉내도 낸다. 그러다 둘은 운명처럼 만나다. 잠시 쉬러 들러간 카페에 전 애인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아주 잠깐 만약 이 남자와 그리고 이 여자와 결혼하는 상상을 해 본다. 부질없는 짓인줄 뻔히 알면서.
스토리는 슬프고 씁쓸하고 허전하지만 헐리우드가 이런 감정을 그대로 내보낼 리가 없다. 멋진 춤과 음악, 그리고 엘에이의 야경이 별빛처럼 반짝이다. 행여나 단 한명의 관객이라도 우울한 감정에 빠지도록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현실이 훅하고 닥쳐오고 귓가에는 시티 오브 스타의 선율이 메아리친다. 아, 그래 내가 본 건 드림이었지. 실제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어.
덧붙이는 말
일부러 알고 볼 이유는 없지만 뒷이야기는 늘 재밌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은 하마터면 <라라랜드>에 출연하지 못할 뻔 했다. 제작사가 엠마 왓슨을 주인공을 점찍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배역 제안도 동시에 받은 터라 저울질 하다 보다 확실한 성공을 선택했다. 이미 만화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미녀와 야수>. 안이한 판단으로 대어를 놓친 셈이다. 만약 왓슨이 이 역을 맡았다며 어땠을까? 역시 아니다. 세파에 찌들었어도 꿈을 버리지 않는 여자의 느낌이 전혀 살지 않는다. 헤르미온느의 아우라가 여전히 아직도 강렬하다. 결과적으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