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 (2disc)
김혜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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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예능 뿐만 아니라 영화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처럼 신비한 존재가 아니라 어리석고 실수고 잦은 친근한 이웃같은 이미지를 더 높이 쳐주는 것이다. 물론 유행은 변덕이 심해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김혜수는 본업 그대로의 역을 맡았다. 실제로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도둑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한 때 인기정상을 누렸지만 살짝 하락세를 겪고 있는 그녀는 연애도 실패로 끝나자 영원한 자기것, 곧 아이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폐경임을 알게 되고 대신 대리모를 구하게 된다. 남자친구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임신을 하게 된 여학생 단지가 그 일을 맡게 된다. 자, 이쯤되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감이 온다. 둘은 의가투합했다가 배신하고 결국은 파국을 걷게 될 것임을. 일단 겉으로는 분명히 슬픈 결말을 맺지만 속으로는 인간성을 되찾고 다시 화목해진다. 어쩔 수 없는 신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매니저 역의 마동수가 감초역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가 출연한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서는 밋밋했다. 연예기획사 사장을 연기한 김용건은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불가사의한 건 마동수의 부인으로 나온 서현진이다. 아무리 조연이라고 하지만 이정도의 히든카드를 버리는 패로 쓰다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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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깨지라고 있는 것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 준 김선영

 

 

드라마를 챙겨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방을 시청한 경험도 전무하다. 차리리 영화 한편을 제대로 보자는 주의다. 아무래도 들인 공을 고려한 까닭이다. 곧 드라마를 보는 시간에 아직 접하지 못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라나 예외없는 규칙은 없는 법. 원칙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란제리 소녀시대>다. 엄밀하게 말해 1, 2회는 제 때 보지 못했다. 배경이 70년대 말이고 장소는 대구 등장인물 이름이 정희라는 데에서 오는 위화감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초기에는 희한한 사투리와 반공 미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초반의 설정은 빅 픽처를 그리기 위한 밑밥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케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더니 7회가 끝나고 나서는 한 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비록 시청율은 4퍼센트에 머물렀지만 작품성만 놓고보면 50퍼센트 넘는 드라마 못지 않은 감동을 주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배우들의 연기에 위화감이 없다. 사실 걸그룹 맴버가 여자 주인공을 맡고 보이밴드 출신이 중요 인물로 나온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과연 그 시대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 실제로 <응답하라 1988>의 경우 정직하게 말해 혜리나 박보검은 좀 답답했다. 연기를 못한다기 보다는 그 시대를 지낸 온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반면 란제리는 마치 그 시절을 직접 살아가는 듯한 현실감을 주었다. 보나나 채서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조화가 잘 어루어진 덕이다.

 

둘째, 순정이 통했다. 유신시대 말기라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청춘들은 밝게 빛났다. 그 원천은 순수함이었다. 손진을 짝사랑하는 정희, 정희만을 위하는 동민, 혜주를 연모하는 손진, 그리고 영춘을 그리워하는 혜주의 관계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특히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셋째, 주연 못지 않는 조연들의 활약이 컸다. 정희 어머니 역의 김선영은 그야말로 인생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망기지는 배역이라도 완전히 몰두하기는 힘든 법인데, 더우기 여자인데, 정말 리얼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남편의 바람을 알고도 서툰 화장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 그런 일이 없다며 변명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듯 완전히 몰입되었다. 이밖에 아버지 역의 권해효나 이모라고 불리는 박하나, 정희의 동생, 학교 선생, 여자 교련 간부 등 모두 모두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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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 - '이러려고 평생 영어 공부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당신에게
윤재성 지음 / 베리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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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골칫거리다. 다들 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충 알아도 그만이고 아예 몰라도 상관없다고 팽개쳐 놓았다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는 매우 중요하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를 해대니 다른 길이 없다. 왜 그래야 하지, 라는 의문은 접어둔 채.

 

<말할 수 없는 비밀 들리지 않는 진실>은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영어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충고하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리스닝이다. 영어 또한 언어이게게 말하기, 듣기, 쓰기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듣기만 떼로 떼어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선순위로 볼 때 듣기가 가장 먼저인 것은 분명하다. 듣지 못하는데 말하고 쓰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문제는 우리가 언어를 배운 과정은 잊어버린 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굳어졌다는 데 있다. 곧 잘 새겨 듣지 않은 채 안다고 이해하고 바로 말을 해버리는 것이다. 기초가 부실하니 당연히 탑은 무너지게 마련. 책에 쓰여진 대로 돈-시간-노력이라는 좌절의 피라미드의 암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 정직하게 생각해보다. 영어를 굳이 잘 할 필요가 있나? 그럼 고민하지 말자. 대신 절실히 필요하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실을 직면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그렇다고 부담을 갖지 말고 잘 들어보자. 그 시작은 듣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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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타리스트 - 그들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
정일서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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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로즈 5주기 추모 앨범의 표지. 오지 오스본이 랜디 로즈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굿바이 투 로맨스>를 포함하여 <아이 돈 노우>, <크레이지 트레인>, <미스터 크라울리> 등 명곡이 빼곡히 라이브로 담겨 있다.

 

기타라는 악기는 로망이다. 특히 청소년시 남자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왜 하고 많은 악기중에 기타만이 그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워서? 아니면 비싸지 않아서? 음색이 매력적이어서. 아니다. 기타를 맨 모습 자체가 멋있기 때문이다.

 

<더 기타리스트>는 기타 하나로 음악을 평정한 인물들의 열정을 담고 있다. 비록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5명 중 겨우 30명 남짓밖에 알지 못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읽어나가다보면 기타 하나가 어떻게 이토록 사람을 울리고 웃겼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실력 여부를 떠나 가장 심금을 울리는 기타리스트는 랜디 로즈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로즈는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블랙 사바스의 메인 기타로 들아갔다. 오지가 만든 왕국에 입성한 것이었으니 얼마나 영광스러웠을까? 그러나 그 꽃을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경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의 나이 스물 다섯. 생을 마감하기에는 젊고 젊고 또 젊었다.

 

비록 일찍 사라졌지만 그의 이름이 여전히 불리우는 이유는 오지의 덕이 컸다. 그가 남긴 불세출의 명곡 굿바이 투 로맨스이 바로 랜디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었다. 이 노래가 담긴 음반 표지를 보고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로즈와 오지의 우정을 생각하곤 한다.

 

 

덧붙이는 글

 

 

최근에 타계한 프린스도 사실은 기타리스트였다. 기타 하나만 잘 친 것이 아니라 보컬로 더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의 본령은 역시 기타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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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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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하며 선뜻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죽은 박제물의 전시공간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특하고 개성있는 곳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매기 퍼커슨은 이런 내 마음을 실천으로 옮겼다. 처음 소개하는 곳부터 만만치 않다. 집 떠난 남편을 대신하여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 평생 재봉틀을 돌린 여인이 주인공이다. 왜 이런 곳이 박물관이 되었을까? 빈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강한 미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구로공단이나 청계피복공장을 역사적으로 기리는 식이다. 불행하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명패나 동상 하나로 퉁치고 있지만.   

 

<끌리는 박물관>은 자연사 박물관이나 로뎅 박물관 같은 유명한 곳도 빼놓지 않는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지만 특이한 곳들을 더 많이 알려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실연박물관이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한 때 뜨겁게 사랑했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물건들을 모아두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둘이 합의하여 전시했다는 것이다.

 

추석연휴가 길다. 자신만의 방이 있다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되새길만한 물건을 모아 자신만의 전시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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