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의 그림들 - 어린 시절 스케치부터 마지막 드로잉까지
웨인 G. 해먼드 외 지음, 존 로날드 로웰 톨킨 그림, 이미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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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톨킨은 <반지의 제왕>으로 세상에 알려진 작가지만 그의 본업은 옥스퍼드 대학교 언어학 교수였다. 왠지 심심풀이로 소설을 쓴 것 같지만 사실 돈벌이 목적이 있었다. 부양 가족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학기간에는 학생들 시험 채점을 해주면서 알바를 하기도 했다. 안타깝다기 보다는 부럽다. 서울대 교수가 생활비가 모자라 밤에 대리택시 운전을 하는 걸 본 적은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톨킨의 그림들>은 그의 구상이 단지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직접 그려냄으로써 이야기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책을 내기 위해 급조해 낸 것이 아니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드로잉을 즐겨 했다는 점이다. <반지의 제왕>은 그 정점이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시작한 환상소설이 결실을 맺은 데는 그림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수준을 떠나 톨킨의 긴 여정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화가 박수근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니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동화책(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을 만들었다. 온전히 아이를 위해서였다. 나중에 얼마에 팔릴지를 궁리하며 한 작업은 결코 아니었지만, 지금 그 그림은 어마아마한 액수를 기록하고 있다. 순수한 마음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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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새삼 그리워지는 밤

 

 

처음엔 하루키를 섹스묘사를 적절히 섞어쓰는 대중작가로만 알았다.  방황하는 청춘의 무기력한 일상을 감각적인 언어로 묘사한 <노르웨이의 숲>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두개의 달이 어쩌고, 양을 쫓는 모험 이야기에, 난해한 주인공들이 무더기로 등증하는 댄스댄스댄스. 대체 이건 뭐지? 담다디로 빵 뜬다음 신비주의로 무장한 채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으면서 예술가인척 하는 이상은의 소설가 버전인가?

 

그럼에도 그의 글은 계속 읽었다. 수필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깨에서 힘을 쫙 빼고 싱글거리며 써나가는 듯한 문체에 홀딱 반했다. 그래, 소설을 못 쓰면 어때? 이렇게 에세이가 훌륭한데. 그 즈음 서너번 반복해서 읽은 수필집 제목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아, 이 얼마나 하루키스러운가? 작가로서 성공하기 직전 경제적으로 궁핍할 때 자신만의 소소한 기쁨을 가볍게 토로하던 그가 새삼 그립다. 지금은 워낙 유명한 인물이 된터라.

 

하루키를 본 딴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겠다. 사람은 불행에 쉽게 매몰되기 때문에 이렇게하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세 허우적거리기 때문이다. 참고로 글쓰는 행복은 미리 제외하겠다. 그건 본업이니까.

 

하나, 월요 산행

 

매주 한차례 산에 오른 지 20년이 넘었다. 산은 딱 한 군데만 간다. 관악산. 요일은 들쭉날쭉했는데 시간이 자유로울 때는 무조건 월요일에 간다. 직장이 있건 없건 월요일은 누구나에게 두려운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요일 저녁부터 우울감이 벅차오른다,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데 최고다. 오전 11시쯤 출발해 12시 30분쯤 연주암에 도착해 절에서 주는 점심공양을 하고 자판기 커피 한잔 하면서 암자에 앉아 풍경을 산십분쯤 바라보다 컬튜쇼를 들으면 내려오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오늘도 다녀왔다.

 

둘, 도서관 순례

 

우리 동네에는 세 개의 도서관이 있다. 걸어서 이십분 이내에 있어서 짬날때마다 자주 들른다. 초기에는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는데 지금은 주로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기 위해 간다. 오래 죽치고 있어봐야 머리만 아프기 때문이다. 차라리 근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게 머리고 맑아지고 좋다. 참고로 세곳에서 한도를 꽉 채우면 20권까지 빌릴 수 있다. 여기에 디브이도 대출도 한주에 2개씩 두군데의 도서관에서 가능하다. 아주 가끔 더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아내의 도서대출증까지 이용하니 책부자가 따로 없다. 토요일 오후 운동을 마치고 도서관 순례를 하는 것이 어느덧 주말의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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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101가지 사용법 - 연필, 이 단순한 도구의 놀라운 쓰임새
피터 그레이 지음, 홍주연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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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숫자가 붙은 책은 뭔가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내용이 시원치 않으니 타이틀로 눈을 붙잡아두려는 상술이다. 한 때 유행했던 '죽기전에 봐여만 하는'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엔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도 그런 책인줄 알았다. 100도 아니고 101이니 노림수가 뻔해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며 저자의 기발함에 킥킥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개그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필에 대한 진지함이 물씬 베어있다. 40년 인생을 연필을 이용한 일러스트에 바쳤다니 그럴만도 하다. 물로 몇가지는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슴 검사하기는 좀 그렇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천장에 다트 게임하기도 발상은 기가 막히지만 현실에서는 글쎄. 아 그리고 콧구멍에 연필 집어넣기 마술은 절대 절대 따라하지 마시라. 이건 해보라는 말보다 더 하네. 어디 나도 한번? 참고로 글쓴이가 제시한 방법중 가장 따라하고 싶은 것은  베스트셀러 집필하기다. 아, 어느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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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즐거움 -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10년의 기록
이희경 지음 / 예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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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앞에 현대라는 이름이 붙으면 일단 재미없다고 보는 선입견이 있다. 현대미술, 현대음악, 현대무용 등. 사실 현대란 당대(Contemporary)를 뜻하기에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곧 바로크미술도 당대에는 현대예술이었다. 아무튼 현대음악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를 넘어 말러나 쇼스타코피티나 스트라빈스키까지는 어떻게든 즐길 수 있다는 사람도 쇤베르크에 이르러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윤이상을 존경은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기는 꺼리는 것처럼. 하물며 진은숙이라니. 아참, 진은숙은 진중권의 누나로 유명세를 탓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현대음악작곡가다. 그가 작곡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 수 있다. 원작의 기괴함을 살린 무대세트에 딱 맞는 희한한 노래들이 줄이어 나온다.

 

<현대음악의 즐거움>은 서울시향이 설립한 현대음악 전문 악단인 아르소 노바의 10년간 기록을 담은 책이다. 단지 진은숙이 단장어어서가 아니라 아노스 노바의 업적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전히 어려운 현대음악을 우겨넣듯이 강요하지 않고 친숙한 음악과 곁들여 최대한 쉽게 다가가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혹시 여전히 현대음악이 두렵다면, 아니면 아예 클래시컬 음악과는 담을 쌓은 분이라도 현대음아근 들어볼만한다. 이유는 우리 삶의 두려움과 괴로옴, 그리고 짜증스러움을 음악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아니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는데 음악까지 그런걸 들으라니요? 아니다. 자꾸 듣다보면 소음과 음악의 경계가 무너지며 묘한 쾌감과 창의력이 용솟음치는걸 느낀다.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은 자주 낯선 상황을 마주해야 덜 늙는다.  이건 엄연한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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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 가이드 - 샵 주인이 알려주는 오디오 이야기
김상도 지음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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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만 보고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빈티지 오디오 가이드>가 그렇다. 물론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한정되겠지만. 오디오를 좋아하게 되면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우선 남자들은 술을 덜 마시고 잡다한 취미에 빠지지 않고 일찍일찍 집에 들어온다. 단점은 패가망신까지는 아니지만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절대 만족하지 않고 바꿈질을 밥 먹듯이 하고 음악을 듣게되면 방에 처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배가 부풀듯이 솟아오른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나는 오디오와 음반의 갈림길에서 깨끗하게 음반을 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음반을 사모오는 것이 돈을 절약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런 서운함은 이런 책을 보면서 푼다. 맥켄토시, 알텍, 제이비엘, 탄노이, 마란츠 이름만 들어도 황송한 브랜드들이 꿈결같은 목소리로 나를 유혹한다. 오직 상상만으로 그들이 뿜어내는 소리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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