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 원음을 담은, 오디오 생활의 필수품 Annapurna’s Record Guide Book 1
이장호 지음 / 안나푸르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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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보와 감동이야말로 책의 목적이라고 몇차례 블로그에서도 밝혔다. <고품질 명반 가이드북>은 전다에 해당한다. 과연 누가 이런 책을 사고 볼까 생각하실 분도 있으리라. 엘피는 고사하고 씨디조차 유물이 되는 시대에 명반 가이드라니.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책에 환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불행하게도(?) 나 또한 그중의 한명이다. 음반 수집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밝히고, 일단 이 책 평부터 하겠다. 글쓴이 이장호는 이 바닥에서는 알아주는 분이다. 음반 뿐만 아니라 오디오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클래시컬 음악 애호가에게 나타나는 현학적인 자세가 없다는 점이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쓸데없는 역사를 들추고 현란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자빡 류의 글을 쓰는 평론가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는 사실에 근거하여 음반이 만들어진 과정과 확실한 정보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나도 좋아하는 '파가니니를 위한 두 사람의 연주(Paganini for two)' 음반에 대해서는 "파울러가 설립한 마스터링 스튜디오 파울러 어코스틱스에세 디엠엠 방식으로 마스터 커팅 후 제작해 매우 뛰어난 음질을 자랑한다"하고 쓰고 있다. 더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아쉬움도 있다.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전문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디엠엠이니 마스터 커팅이니 라는 말을 누가 알겠는가? 의례 알고 있으려니 하고 쓴 것이다. 이런 자세는 작가로서는 자격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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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살리는 문법의 힘 - 두고두고 찾아보는 한국어 사용 설명서
정재윤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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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로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 중에 자신이 말하고 읽고 듣고 쓰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국문학과 교수나 아나운서 시험을 대비하는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일반인들은 뜻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특별히 잘못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글쟁이들이다. 구체적으로 글을 쓰고 돈을 받는 사람들에게 문법은 기본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장의 골격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단어의 쓰임새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작가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물론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비문을 섞기도 한다. 심지어는 욕설도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사람은 수필인지 자기계발서인지 힐링북인지 정체도 모를 책을 쓰는 이들이다. 이중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있다. 과장되고 허황되면 출처도 불분명한 글들을 짜집게해 쓰는 것은 기본이고 감각적인 문장인척 하면서  문법을 마구 파괴한다. 당장이라도 예를 들어 비판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그런 책은 사서 읽지 말아야 한다. 진짜 글쟁이들이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살리는 문법의 힘>은 책상 위에 올려두고 두고두고 읽어볼만 한 책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국어 문법책을 내 돈 주고 사 본 경험은 거의 없다면 더더욱. 영어 문법책은 그렇게 사면서.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다.

 

모든 언어의 특징을 먼저 언급한 것도 돋보인다. 우리야 한글이 과학적이라 자랑하지만 글자 이전에 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란 곧 언어며 이는 인류의 공통된 자산이다. 비록 서로 하는 말은 다르지만 언어라는 보편저인 도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장 소리의 규칙도 탁월하다. 언어는 소리로 배워야 한다. 글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우리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말 다음에는 당연히 단어다. 단어가 모이면 문장이 되고 문장은 의미를 담는다. 이 책은 언뚯 상식적인 것 같지만 그 어떤 한국어 문법책도 시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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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참 골치 아픈 존재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아니 요즘은 노트북 혹은 휴대폰으로도 가능하다. 세성에 글쟁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이 있을까? 문맹만 아니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를 열명 꼽으라고 물어본다면 단숨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그 증거다. 

 

 

몇몇 슈퍼스타를 제외하고는 대접도 박하다. 괜히 우리나라 시인의 월 평균 수입이 30만 원인게 아니다. 아무리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그나만 시인이라는 직업이 아직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정으로 뭉친 이들도 가끔은 있다.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 풀어놓지 못하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원칙은 딱 첫번째 소설에만 작동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문학상을 받고 소설가 대접을 받으면 연재원고를 쓰며 글로 막고 살게 되면 처음의 참을 수 없는 열정은 이내 사그러진다. 그야말로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며 버티는 것이다. 만약 더이상 비틀어도 물기 하나 없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온갖 상상으로 자판을 두들겨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작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는 소설가 말고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 차고 넘친다. 어떤 미친 놈이 컴퓨터를 켜놓고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세시간 동안 바라볼 수 있겠는가?

 

 

한가지 확실한 건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물론 그 열기는 많이 줄었다. 앞으로도 글쟁이의 일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말로 답을 대신한다.

 

"인간이란 참 골치 아픈 존재죠?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소설가라는 직업도 성립하는 것이겠구요."  

 

사람이란 어리석기 짝이 없으며 때로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싫어하는 남의 사소한 약점을 알게되면 기어코 파멸로 이끌기 위해 집단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글쓰기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반면 문법에도 맞지 않는 예쁜 말, 고운 글로 감상에 젖어 쓸데없이 위안만 일삼는다면 제발 부탁이니 사기꾼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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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 아웃케이스 없음
강우석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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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보기를 즐긴다. 지하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도 남들이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동안 나는 대형 맵을 보며 이곳저곳을 마음속으로 돌아다닌다. 일단 내가 살아왔던 곳부터 차례차례 훑는다. 다행히(?) 서울 토박이라 수도권 지도 속에 다 표시가 되어 있다.

 

고지도도 좋아한다. 대학다닐 때는 옛날 지도에 빠져 전시회에 가기도 하고 카피본을 사 모으기도 했다.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딛고 있는 땅에 예전 조상들도 거닐었더는 것이 느껴져 살짝 가슴이 뭉킁해지기도 한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잘 만든 영화다. 흔히 위인하면 떠올리는 장군이나 왕이 아니라 지도쟁이를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분이 엄격한 사회에서도 자기 일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장인의 삶을 재현한 것이 더욱 돋보인다. 김정호 역을 맡은 차승원의 연기도 좋았다. 키가 워낙 크고 서구적인 외모라 잘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흥선대원군으로 나온 유중상도 우리가 연상하는 꾀죄죄하고 음흉한 노인네가 아닌 늠름한 모습으로 나와 신선했다. 이밖에 딸로 분한 남지현이나 제자인 김인권도 톡톡 튀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물도 인물이지만 역시 풍경이 압권이었다. 정말 씨지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는데 거의 다 실제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백두산 천지는 실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적어도 그 장면만큼은 특수촬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에 왜 망한거냐? 딱 봐도 어마어마한 돈을 들인 것 같은데 관객은 고작 97만 명. 최소 5백만 명은  넘어야 될 영화가 백만명도 차지 않았다니. 우선 감독에 대한 편견이 크게 작용했다. 강우석이라는 타이틀이 도리어 역효과를 낳았다는 뚯이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감각이 참신하지 않은 느낌에 지레 발길을 돌린 셈이다. 이는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에도 영향을 끼쳤다. 솔직하게 말해 차승원이나 유준상은 티켓 파워가 약하다. 뭔가 등장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배우가 한 명쯤은 있어야 했다. 만약 흥선대원군을 김윤식이 맡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삼시세끼를 연상시키는 대사는 옥에 티 정도가 아니라 실소가 나올 실수였다. 당연히 빼버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고산자>는 수작이다. 워낙 가까운 근대라 역사왜곡논란도 있지만 시대에 맞서는 한 인물의 삶을 이만큼 살리기도 힘들다. 추석에 티브이에서 방영해준다니 이번에는 제대로 명예회복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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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스파이
그렉 모톨라 감독, 아일라 피셔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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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뜻이지만 단어가 달라 오해를 사거나 심지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스파이와 간첩. 어떤가? 사실은 동일한 의미지만 스파이는 뭔가 세련된 첩보요원 같다면 간첩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르스 부호를 치고 있을 것 같은 구태의연한 이미지 아닌가? 아니면 빨갱이거나.

 

<이웃집 스파이>는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이 특급 킬러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영화로 옮겼다. 만약 현실로 옮겨진다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죽었다 깨나다 겪지 못할 경험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이야기 전개는 뻔하다. 정체를 알게 되고 스파이들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지만 곤란에 빠진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엉뚱한 발상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간간이 보이는 섹스 어필 외에 뚜렷하게 눈에 띄는 작은 스토리도 없어 보는 내내 지루하다. 주인공 부부의 외모만 보면 꽤 유머스럽게 방향을 틀 수도 있었는데 작가의 역량이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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