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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 샬롯 갱스부르 (Charlotte Gainsbourg) 외 / 익스트림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지구는 멸망한다. 괜한 헛소리가 아니다. 엄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언제일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약 50억 년정도 되는데 태양과의 거리를 고려할 때 앞으로 30억년 이내에는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고 한다. 곧 내 문제는 절대 아니다. 만약 행성간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예외가 되겠지만. 그러나 만약 인류가 계속 살아간다면 언제가는 지구 멸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세대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또 그 날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할까? 사람들에게 알릴까? 아니면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일까?
<멜랑콜리아>의 주제는 무겁다. 모든 것의 멸망을 다루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라게도 그 사실을 아는 단 한사람은 결혼을 앞둔 신부다. 그녀는 혼돈에 휩싸인다. 다 부질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과 희망을 노래한들 며칠후면 죄다 사라지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되는대로 남은 시간을 보내면 그만 아닌가? 낯선 남자와 결혼식장에서 빠져 나와 섹스를 하고, 무기력에 젖어 술을 마시고, 헛된 꿈을 꾸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우울은 전염성이 강하다. 어느새 그녀의 낌새가 이상함을 알게된 주변 사람들 또한 서서히 마지막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된다.
영화는 지구의 종말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있다. 정답은 없다. 왜? 죄디 없어져버리니까. 그러나 파멸은 단지 지구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살아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고 지낸다면 그 자체가 개인에게는 종말이다. 감독은 거대한 엔드를 제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요구한다. 내일 당장 지구가 망하는걸 알게 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할 것인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조용히 맞이하면 된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평소에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분은 오늘 하루를 파국적으로 지냈는가? 아니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알차고 의미있게 보냈는가?
덧붙이는 말
메시지는 거창했지만 영화 자체는 지루했다. 의미가 사라진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2시간 넘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면 그건 고욕이다. 소문에 비해 그렇데 대단하지 않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