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엘리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골시프테 파라하니 외 출연 / 키노필름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영화가 신파에서 벗어난 계기는 정부의 규제가 약화된 이후다. 곧 감종 검열에서 자유로워지자 소재도 다양해지고 연출 방법도 새로워졌다. 지금이야 추억거리로 여기지만 내 돈 내고 보는 극장에서 국정홍보 뉴스까지, 그것도 영화 시작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보아야 했다.

 

만약 지금 다시 대한뉴스가 부활하고 저속한 대사나 영상은 모조리 삭제된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실제 벌어진 나라가 있다. 이란이다. 이란은 중동국가중에서도 일찌기 세속정책을 도입하여 상업주의 성향이 강했다. 여성들의 비키니도 자유롭게 허용되었고 영화 또한 번성했다. 대신 독제국가였기 때문에 정치적 소재만은 금기였다. 그러나 호메이니가 재집권하면서 완벽한 신정구가로 돌아갔다.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당장 여성이 타켓이 되었다. 죄다 히잡을 뒤집어쓰고 무채색 혹은 검은색 치마로 온 몸을 감싸야 했다.

 

<어바웃 엘리>에서는 역사의 퇴행에 따른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아무리 전제국가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세속적인 풍습의 기억은 남게 마련이다. 가족끼리 해변가로 바캉스로 떠나 맞닥뜨린 아이의 죽음에 갈팡질팡하며 울부짖는다. 누구 하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수습할 생각조차 못한다. 보는 내내 감독의 교묘한 눈가림이 느껴져 마음이 짠했다. 그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다. 명확하게 비판하고 싶어하는 내용을 가족이나 친척간의 혼란으로 대신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매미 엔시 씨와 나 시리즈 2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생생하다. 손에 잡힐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곁에서 왈칵 울음을 터뜨린 소녀의 숙인 얼굴. 이건 뭐지? 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을 꾸면서도.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는 침대 곁에 늘 펜과 종이를 두고 있었다. 혹시라도 자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쓰리디 저리갈만큼 박진감 넘치던 머릿속 영상이 글로 옮기려고 하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는 거다. 좌절한다. 역시 꿈은 꿈이야.

 

그러나 마치 꿈속을 헤매듯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이야기는 이리 저리 헤매고 연결이 되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횡설수설한다. 사랑하다 질투하다 살의를 느낀다. 읽는 내내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기카무라 가오루는 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스토리는 불분명하지만 장면은 그림처럼 살아숨쉰다. 꿈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꿈을 꾸는 순간은 전율이 일지만 기억은 애매해고 이어놓고 보면 말이 안된다. 이른바 개꿈이다. 그러나 기카무라는 비록 백일몽에 그칠지인정 빛나는 장면은 놓치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더 나아가 교훈따위를 쓰라고 시키기도 한다. 독후감은 그렇게 작성하는 게 아니다. 글을 읽고 나서 너는 어떤 감정을 느꼈니? 그런 기분이 든 이유는 뭘까? 책의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니? <밤의 매미>는 이런 진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방금 읽은게 소설인지 실화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끝없이 헷갈리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 안의 물건 - 당신이 갖고 싶은 홈 아이템 155
권은순 지음 / 버튼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책은 두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정보, 둘은 감동. 이 기준중 적어도 한 개를 채우지 못하는 서적은 낼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종이 낭비다. <집 안의 물건>이 그런 책이다. 뭔가 세련되고 우아한 느낌을 주고 싶어 표지와 속지, 그리고 레이아웃에 공을 들였지만 내용이 부실하니 어느 것 하나 헛되지 않은 것이 없다. 글 수준이 조악한 것은 둘째치고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예; 구매처, 가격 등)조차 제대로 명기하지 않았다.  편집의 기본을 무시한 여백의 넉넉함은 형편없는 글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다. 이따위 실력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독립하여 회사까지 차렸다니 어이가 없다. 더욱 놀라운 건 이런 허영이 먹힌다는 것. 제발 부탁이니 속지 말자. 진짜를 가릴 줄 아는 눈은 스스로 기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행의 발견 - 하늘길을 찾는 파일럿의 여정
마크 밴호네커 지음, 나시윤 옮김, 최정규 감수 / 북플래닛(BookPlanet)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넌 꿈이 뭐니, 라는 물음은 아이들에게는 당혹스럽다. 왜냐하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이처럼 가혹한 질문을 던지는가? 그들에게 꿈은 직업을 연상시키지만, 아이들은 전혀 다르게 여기기 때문이다. 가령 아이가 나는 하늘을 나는게 꿈이에요, 라고 답한다면 질문한 이는 아, 그럼 비행사가 되고 싶구나, 라고 단정짓는다. 아니 나는 단지 하늘을 날라다니고 싶은데 비행기를 몰라니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 아하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몰줄 알아야하는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부분은 서서히 그 사실조차 잊어버리지만 그 중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는 경우도 있다. 마크 벤호네커가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단지 비행조종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늘을 날며 느끼는 감정을 글로 녹여낼 줄 아는 진정한 작가다.

 

지금까지 하늘이나 비행기를 주제로 한 글 가운데 <비행의 발견>만큼 놀라운 즐거움을 준 책은 없다. 마치 내가 조종사 옆 자리에 초대받아 함께 여기저리를 날라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른이 되는 것은 무덤덤해지는 것이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아스팔트를 박차고 하늘로 치솟는 광경을 감탐없아 바라본다. 기내식이 무엇이 나올지, 도착하면 어디부터 가야할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꿈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잊어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에 댄서가 되고 싶은 나, 어떻게 할까? 지식은 모험이다 11
앤-마리 윌리엄스 지음, 제프 쿨락 그림, 송연승 옮김, 박은화 감수 / 오유아이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케이팝의 주인공은 아이돌이다. 서태지를 필두로 에이치오티나 잭스키스의 광풍이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연령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데뷰를 10대에 하는 경우도 있으니 시작은 초등학생 때부터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마치 체조선수처럼 20대가 되면 은퇴를 걱정해야 되는 직업이 된 걱이다. 명암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끼를 느끼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10대에 댄서가 되고 싶은 나, 어떻게 할까?>는 춘추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청소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춤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즐거운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를 그림과 곁들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춤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마치 성공을 위해 스파르타식으로 아이들을 몰아대는 것을 일종의 미담처럼 포장한다는 데 있다. 욕을 해가면 동작을 맞춘들 재미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안무를 짤 때 나는 하앙 기본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매우 흥분되거든요. 그 기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되지요. 나는 웃고 소리지르는걸 좋아합니다. 동료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라면 춤이 더 쉬워지겠죠." _ 안무가 잘 마르크 제네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