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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흔히 자신도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게 정상이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자체가 오만한 것이다. 개가 고양이가 돼지가 말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건 좀 이상한걸,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인간도 마찬가지다. 단지 뇌가 발달하고 언어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식기가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래된 연장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사실은 본능에 의한 것임을 통쾌하여 알려주는 책이다. 이를테면 심심치 않게 뉴스로 보도되는 선생의 학생 폭행을 보자. 남선생의 여학생 성추행이나 폭행은 천일공노할 범죄임이 분명하다. 여기서는 범죄여부를 따지려는게 아니다. 핵심은 선생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본성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학교는 그러한 본성을 억제해야 함은 물론이고 미연에 방지해야 옳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법과 제도는 한계가 있다. 본성에는 본성으로 되받아쳐야 한다. 보는 눈을 많이 만들어 상기시키면 된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짓이 범죄임을 눈을 뜨고 감시해야 한다. <깨친 유리창>은 대표적인 예이다. 동네에 유리창 깨진 것이 뒹굴면 그 장소는 곧바로 쓰레기 버리는 곳이 되어 버린다. 반대로 화단을 만들면 주변은 산책로가 된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집단에 취약하다. 곧 자아란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와 통제가 있어야만 사회가 굴러간다. 우리는 군사문화의 영향 때문에 간섭에 거부감이 크지만 그건 사회적 합의가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래된 연장통인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집단에 적용할 것이냐이다. 결국 시간이 답이다. 시간을 예로 들면 본성으로 살아온 기간은 24시간 거의 20시간에 가깝지 때문에 연장통을 떼어버리는데에도 그만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