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제프 하우.조이 이토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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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걱정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걱정까지는 아니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호기심이 생긴다면 당장 읽어야 한다. <나인>은 엠아이티 미디어랩의 연구 결과물을 모은 것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논문은 아니다. 쉽게 풀어 썼기 때문에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저자들은 우리는 이미 기로에 서있으며 과거의 원칙은 깨진지 오래라고 강조한다. 이를 테면 지도보다는 나침반이, 안전보다는 리스크가, 순종보다는 불복종이, 능력보다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선문답같지만 예를 들면 아하, 하고 깨달음이 온다. 네비게이션을 보라. 예전같으면 낯선 곳에 가려면 지도부터 준비하여 어떻게 갈지를 의논하고 계획을 다 짠 다음에도 헤매다가 길가는 사람에에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출발하면서 네비에 도착지를 입력하면 땡이다. 어마어마한 첨단과학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을 지배하는 기준 자체를 완전히 바뀐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나인>은 20대나 그보다 더 어린 나이의 사람들이 읽어 마땅하지만 과연 이 책을 읽을지 의심이 든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압축하여 동영상 강의로라도 꼭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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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지음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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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에 사전 하나쯤 없으면 안되던 시절이 있었다. 주로 영어사전이었지만 때로는 옥편이나 한글사전도 곁들여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 사전을 포함하여 검색기능이 사전을 대신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안타깝다. 사전은 사물을 정의한다. 그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지만 본래의 목적, 곧 올바르게 규정하는 일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위키토피아라는 민주적인 의견제시방식도 일리가 있지만 반드시 옳은 것으 아니다. 새로움에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은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백과사전 출판 작업을 직접 참여하고 지휘했던 장인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그 면면들이 죄다 쟁쟁하다. 물론 사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분은 한국 브리태니커에서 근무하셨던 장경식 선생이다. 그가 주도한 한국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편찬 작업은 출판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임에 틀림없다. 말 그대로 사전만 보면 정의, 용례, 관련 내용 등을 모두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창기 사장의 엄격함도 한 몫했다. <뿌리깊은 나무>나 <한국의 발견>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내 책상 위에는 여전히 한국어 사전에 놓여있다. 글을 쓸 때 적절한 표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인터넷으로 찾으면 훨씬 쉽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한 회사의 것만 볼 수 있어서 피하고 있다. 정 인쇄된 사전을 보기 불편하시다면 국립국어연구원 사이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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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스가야 아키코 지음, 이진영 외 옮김 / 지식여행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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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관이 부족하다며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 늘리자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나마 증가하여 도서관이 없는 동네를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건 아우라의 부족이다. 곧 단순히 책을 보관하거나 대출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멋진 건물로서도 자리잡아야 한다. 물론 이진아 기념 도서관같은 빼어난 외관을 자랑하는 곳도 있지만 모드가 그런 것은 아니다.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은 책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과 도서관은 몸과 마음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국 영화의 배경으로도 종종 등장하는 뉴욕공공도서관과 기타 기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박물관 역할을 하고, 신문 스크랩만 전문으로 모으고, 세계의 모든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심지어 의료지원까지 한다. 이쯤되면 한 마을 더 나아가 도시의 심장이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도 서울도서관처럼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용자들의 태도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하는 이들이 도서관을 마구 드나들며 행패를 부렸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일부 극소수이겠지만 어떠한 경우든 도서관은 소란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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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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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것에 대한 로망은 전혀 없다. 되도록 짧게 이동하면 최고다. 자동차든 배든 지하철이든 버스든 어렸을 때 차멀미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차는 좀 다르다. 왠지 설레고 아련해진다. 이상하다. 실제로 막상 타면 기대보다는 별로지만 그나마 기차를 타고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무엇보다 흔들림이 없어 책을 읽기에도 좋다.

 

만약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다면 훨씬 배포가 큰 민족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을 건너 파리에 도착한다고 생각해보라. 고되다기 보다는 멋지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삼등여행기>는 이런 공상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일본의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 자신이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얼씨구나 하고 주저없이 인세를 몽땅 털어 시베리아 열차에 몸을 실었다. 1930년대에 그것도 여자 혼자서. 더욱 억울한 것은 그녀의 여행 루트다. 도쿄에서 출발하여 고베와 시모노세키를 거쳐 부산까지 배로 이동하여 다시 서울을 지나 하얼빈에 도달한 다음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코바에 도착한 후 베를린을 지나 파리에 도착했다. 일정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경로에 비해 글은 지나치게 소소하지만. 시시콜콜 여행경비까지 적은 것을 보면. 아무튼 부럽다. 우리에게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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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지음, 문희언 옮김 / 여름의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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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돌고 돈다. 교보문고를 포함한 대형서점이 전성기를 누리며 골목 책가게들이 죽어갔지만 큰 서점마저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으로 서서히 기세가 꺾이고 있던 찰나 다시 한번 소규모 책방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책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고, 아무리 전자서적이 늘어난다고 해도, 책방 또한 어떤 형태든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책방>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점의 진화과정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직접 책방을 취재하여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책 하나로 버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와 상품이 어우러지는 멀티 샵이 대세가 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홍대 뿐만 아니라 전혀 서점이 어울리지 않을 법한 시장에도 카페같은 책방들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일단 환영이다. 문제는 책이 주가 아니라 보조 혹은 악세사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코엑스내 서점인듯 도서관인듯 요상한 공간도 그 중 하나다. 신간 서적이나 잡지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책은 돈을 내고 사보는 것이 아니라 쇼핑간 김에 들러 시간떼울겸 볼 수 있다는 발상이 굳어질 우려가 있다. 곧 책을 홍보로 활용하다보면 깊이있는 도서를 접할 기회가 점점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안보다 희망이 큰 것은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이런 저런 우려가 있어도 책은 인간들과 함께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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