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트럭
크리스 웨지 감독, 제인 레비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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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자동차는 탈 것 이상을 의미한다. 면허증도 없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더이상 힘에 부쳐 운전대를 부여잡을 힘이 없어진 노인에 이르기까지 차는 늘 로망의 대상이다. 물론 여자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만. 

 

여기 기상천외한 트럭이 있다. 문어인지 낙지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차 안에 들아가 괴력을 발휘한다. 이런 저런 첨단장치로 무장한 팬시카에 질린 이들에게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험한 길을 달리거나 담벼락을 넘어 갈 때도 그 충격이 운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왜 이런 생명체가 생겨났는지, 괴물은 왜 트럭안에 자리를 잡는지, 운전자는 괴력을 지닌 생물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알 재간이 없다. 딱 30분 정도 해괴망칙한 볼거리로 제공했다면 모를까 장편영화로 찍기에는 시나리오가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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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제 마음을 그렇게 모르겠어요?”

 

그 말만 벌써 수백 번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마치 중2 사춘기로 돌아간 것처럼. 그녀는 일어나서 길게 늘어선 줄을 피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나는 시끄러운 댄스음악이 요동치는 가운데 아쉬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김빠진 콜라를 들이켰다. 이미 식어버린 감자튀김과 한입 베어 물고 남은 햄버거를 쓰레기통 투입구에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넌 정말 개새끼다.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불멸의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둘은 첫사랑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면 첫 장면부터 놀라고 말 것이다. 로미오는 실연의 상처를 가득 안은 젊은이로 나온다. 그래봤자 열여섯이지만. 첫 연인을 잊지 못해 방황하다 줄리엣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안나 까레리나>는 또 어떤가? 희대의 불륜녀로 보이는 그녀지만 소설은 오빠가 바람피우는 바람에 그 부인, 곧 시누이를 달래기 위해 모스크바로 달려가는 기차 안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스스로 부정을 저지르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마치 로미오가 두 번째 사랑에서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세상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펼치는 한바탕 연극이다. 나라고 별 수 있겠는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동네 놀이터였다. 그녀는 그네에 앉아 울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며. 조명등 아래에서 얼핏 보아도 갓 중학교에 입학한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놀이터를 지나 늘 뛰곤 하던 코스에서 조깅을 삼십분 정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없었다. 담배꽁초만 모래밭에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댄스클럽에서였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오후에 선생을 모시고 춤을 배우는 곳이었다. 시에서 운영해서 꽤 저렴했다. 수강생은 대부분 어린 소녀들이다. 한참 춤을 추고 싶을 나이다. 에어로빅으로 단련된 아주머니들이 맨밥에 콩처럼 있고 남자는 나 혼자였다. 달마다 수강을 하기에 아주 가끔 남성들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석 달 이상을 버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남자들 속에서 여자는 더 잘 지내지만 여성들 사이에 남성들이 끼면 왠지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게이? 그건 절대 아니다. 남다른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처음에는 참고, 두 번째는 정말인지 스스로에게 확인하고, 세 번째는 어디 한번 하고 도전해본다. 춤도 그랬다. 아이돌들이 추는 춤을 보고 따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수차례 있었다. 심지어는 선생이 학생들에게 금품을 받아 반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다.

 

그럼도 불구하고 계속 춤을 추는 이유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때문이었다. 전교에서 발레를 가장 잘 추기로 유명한 그녀에게는 마약 쟁이 남자친구가 있다. 그는 매번 실수를 하고는 손이 발이 되기로 비는데. 그럴 때마다 화를 내다가도 정말 내가 곁에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용서를 하고 만다. 그러나 결국 남친은 또다시 마약에 절어 큰 사고를 저지르고 급기야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녀는 홀로 남는다. 발레복을 갖춰입고 연습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친구들이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발레 슈즈를 집어 던진다. 그렇게 며칠을 연습에도 빠지고 우울함에 젖어 있던 때 친오빠가 다가와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다. 평소에도 대면대면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다.

 

너 뭐하냐, 발레 안 가냐, 이제 뚱뚱해져서 포기했나 보지?”

여전히 비아냥댄다. 아무 소리를 하지 않고 째려보기만 했다.

잘하는 게 그거 밖에 없잖아. 발레 빼면 뭐 내세울 게 있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남들 신경 쓰지 마. 그냥 시선을 즐기라구. 그러지 못하겠으면 그냥 무시하든지.”

 

다음날 다시 연습실 앞에 섰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연다.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은 어떻게 감히 네가 이곳에로 일치된 듯하다. 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 토우를 고쳐 신고 평상시처럼 바에 다리를 올리고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 , 트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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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의 값비싼 제안

 

 

소설가나 시인이 인터넷 포털의 검색어 순위에 오르거나 비난 댓글에 시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뭔가 사고를 쳤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최영미가 화제다. 쉰 중반에 이른 그녀는 아직까지 자기 집이 없다. 잦은 이사가 지긋지긋했기에 서울의 한 호텔에 제안을 한다. 방 하나를 1년 동안 주면 어떻겠느냐? 나는 그곳에서 집필을 하고 짬짬이 팬 미팅 비슷한 모임을 가진다. 그러면 저절로 홍보가 되지 않겠는가? 미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답글은 온통 비난 천지다. 게으른 문학인에 대한 모멸찬 언사들이 빗발처럼 차고 넘치고 있다. 언론까지 합세하여 갑질 운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슬프다. 한 때 이름을 날렸던 대한민국 유명 시인이 집도 없고 수입도 빈곤층에 가까워 정부지원금을 받아야 되는 현실이. 기껏 룸 하나 그것도 1년만 글 쓸 공간으로 내달라는 의견이 욕을 먹어야 되는 이유가. 만약 그녀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얼굴을 내밀고 유명 연예인처럼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이런 모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시인이다. 글을 짓고 만드는 본령 외에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것이 죄라면 달게 받아야겠지. 시는 한 글자도 쓰지 않으면서 훈장마냥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방송에 나와 살찐 턱을 가누지 못한 채 거들먹거리는 어떤 인간을 부러워해야 하겠지.

 

행여 최영미씨가 이번 일로 의기소침해지고 자기만의 동굴에 다시 갇히게 될까 걱정이다. 그녀로써는 어마어마한 용기를 내어 제안한 것일 텐데 말이다. 그것도 매우 소박한. 참고로 집필실이 따로 필요하다면 문학계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를 권한다. 연희문화공간이나 박경리 집필실같은. 작가는 원래 소심하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이 일을 대신해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노무현 정부 시절 작가 이문열의 책을 화형에 처하는 행사가 있었다. 보수 우파의 색채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행태에 대한 진보 진영의 반발이었다. 그 때 가장 크게 화를 낸 이는 박완서였다. 이문열과 그다지 친분이 없어 보였기에 더욱 놀랐다. 그녀는 이념성향의 차이를 떠나 작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서적을 불에 태우는 것은 모든 소설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시인 최영미씨도 마찬가지다. 딱히 그녀의 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인이 집필할 수 있는 공간을 그것도 1년만 내어달라는 제안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가 안 팔리면 어디 노동을 하거나 편의점에서 일이라도 해서 벌어먹어야 된다는 말인가? 그러면 시는 언제 쓰나? 시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이미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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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9-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절은 당할 수도 있을 것 같긴하네요.
유명한 작가는 아니니까.
게다가 숙박업 하는 분들이 문학이나 문인들에 대해
애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빈난을 받을 일은 아니죠.
외국은 정말 호텔에서 생활하는 작가들 있잖아요.
정말 애초에 문인을 위한 숙박 프로그램은 알아봤더라면...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는 그 일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문열 분서 사건은 당시 저도 좀 충격이었어요.
아무리 이문열이 정치색이 다르고 죽을 죄를 졌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작가 자신에겐 얼마나 큰 트라우마겠습니까?
그런데 고 박완서 선생이 분개하셨군요.
필요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카이지 2017-09-1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성스런 답변 감사합니다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
김민식 외 16인 지음 / 부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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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든 처음 할 때 관심을 끄는 법이다. 해외여행조차 낯선 단어였던 중학생시절 배낭여행 관련 책을 읽고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너무도 흔해 왠만한 나라 아니고서는 책으로 낼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나의 영어공부 이력서>는 아직 외국어 열풍이 식지 않던 시절 나온 체험담이다. 영어라는 주제로 각자 어떻게 배우고 익혔는지를 토로하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 공부방법을 알기보다는 달리 보는 시선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단어위주로 다른 이들은 드라마로.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분은 가정주부라는 한지황씨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살게 되면서 영어소설 읽기에 푹 빠진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우리에게 덜 알려진 미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로자문드 필처나 다니엘 스틸 같은. 그가 살짝 알려준 스토리만 읽고도 당장 보고 싶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The Prize Winner(상품 우승자)

여러 회사의 광고 문구 공모에서 두각을 나타내 우승하고 받은 상금과 상품으로 대가족을 먹여 살린 오하이오 주의 한 용감하고 긍정적인 어머니를 회고하며 딸(로자문드 필처)이 쓴 책

 

덧붙이는 말

 

어제밤 잠들기전 왕좌의 게임 원서를 5쪽 읽었다. 번역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생함이 물씬 풍겨왔다. 새삼 오리지널의 아우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You don't feel any pain toward the end.

종말에 다다를수록 당신은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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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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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의문 하나. 왜 입시 혹은 입사시험에 영어를 반드시 봐야 하지? 국어는 우리 언어이고 수학은 수리를 다루는 근본 학문이니 의문이 없지만 영어는 도대체 왜? 외국어 영역이라고 하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도 있는데. 한 때는 1외국어, 2외국어 식으로 구분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애들은 대학에 가는데 한국어시험을 치루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는가? 단순히 사대주의라고 하기에는 역사가 길다. 일제가 들여온 못된 입시제도가 근원적인 문제다. 서양근대화를 모델로 열심히 따라집기에 급급했던 일본은 영어를 배움으로써 서양세력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을 앞지르려고 영어를 공부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저 과목에 있으니 배운것 아닌가?

 

여하튼 난 영어를 좋아한다. 아주 일찍은 아니지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때 동네에서 영어과외를 받으며 일찍 귀가 트였기 때문이다. 당시 여자선생님은 반복외에 다른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오로지 말하고 듣고 쓰기만 했다. 그 덕인지 중학교 가서도 교과서 외에 따로 엉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기본 90점은 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다소 성적이 떨어졌지만 기본은 유지했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대학에 들어가서나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졌다.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구.

 

그러나 허송세월은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 Quality takes time. 언제부턴가 영어가 두려워졌다. 그럼에도 겉멋은 남아 있어 쉬운 영어보다 어려워보이는 교재를 택해 공부하는 척했다. 타임이니 씨엔엔이니 이코노미스트니. 그게 패착이었다. 허영심은 채웠을지 모르지만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때늦은 책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성식이나 이보영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나왔다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잘 팔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단지 진학이나 출세가 아니라 흥미의 수단으로 영어를 접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번역이 엉망이라고 소문만 <왕좌의 게임>을 원작으로 보고 싶다든가 드라마 <셜록>을 보며 영국영어에 반해 따라하고 싶다는 식이다. 매우 좋은 발상이다. 언어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공부는 힘들다. 놀고 쉬며 하는 것은 그저 겉핥기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즐겁게 배워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기본기를 철저하게 익힌 다음에나 가능한 경지다. 영어글쓰기가 약점이라 작정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 한 권을 절해 달달 외우다시피하며 본 적이 있다. 곧 한글표현을 영어로 옮긴후 다시 한글로 찾아보는 식이었다. 종종 우리말과 표현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와중에 사고방식의 차이를 깨닫고 나만의 기쁨을 얻은 적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매번 틀리던 표현이 하나 있었다. 여러분도 한번 플어보셨으면 좋겠다. 아하, 하고 감탄이 나온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Thank for a while 어쩌구 저쩌구 식으로 영작을 했다. 아무리 궁리해도 다른 표현이 따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답을 보고 완전 충격을 받았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사고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We had a goo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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