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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내게는 글쓰기 원칙이 있다. 분량과 상관없이 하루에 세편의 글을 쓴다. 이 규칙을 세운건 15년쯤 전이고 다행히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물론 여유가 없을 때는 세 줄 내지 네 줄로 마칠 때도 있지만 여하튼 글 편수는 채운다. 하루에 두 번씩은 이빨을 닦듯이.
채사장은 하루에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한다. 어휴, 어떻게, 라고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지치게 마련인데 책을 들면서 지겨워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여전히 책읽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글을 보면 감이 온다. 곧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떻게 해서든 쓰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나게 마련이다.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지식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하고 글이 나온다.
채사장의 데뷰직이 원힛트 원더가 되지 않고 꾸준히 후속작이 나오는 건 그만큼 아직도 쓰고 싶은 소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번엔 <열한 계단>이다. 전작들이 주변지식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자신을 돌아본다. 게다가 자신이 지식을 얻게 된 경험담을 곁들여 현실감을 더해준다. 이를테면 군대 말년 시절 열외가 되어도 되는데 굳이 부대 훈련을 참가하며 이상적인 인간은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식이다.
철학은 밥이 되지는 않지만 생각은 하게 만든다. 곧 당장의 양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게 거창하다면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지 알려준다. 비록 그 순간 옳은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나중에라도 알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테니까.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