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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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거창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는 헛소리를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자신의 전문분야를 벗어나는 입씨름이 되기 싶상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나와서 하는 토론이 대표적이다. 말꼬리잡기와 감정남발로 난장판이 된다. 전문가들이라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도리어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이들이기게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기 보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인류의 장래를 묻는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하나 싶지만 꼼꼼이 읽어보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인간은 본능과 이성사이에서 방활하는 동물이다. 문제는 하루 24시간으로 예를 들다면 본성은 23시간 30분쯤 되고 합리성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20분은 혼돈이다. 아무리 잘난척 해도 욕구에 자고마는 어리석은 존재가 바로 인류다. 과연 인간은 앞으로 어떤 쪽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될까? 외부 반응에 달려 있다. 곧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 너무도 쉽게 야만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표적인 진화론자인 스티븐 핑커조차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단 한가지 우려는 기후변화라고 할 정도였으니. 물론 그는 이 위기조차 쉽게 극복가능하다고 했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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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기계의 원리 Now - 그림으로 보는 재미있는 과학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그림, 박영재.김창호 옮김 / 크래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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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도구 중 가장 완벽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전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외부 연결장치 없이 오로지 다리힘만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장치가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첨단기계따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또한 현대에도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기술의 진화과정을 거치며 사라진 기계들이 얼마나 많은가? 타자기, 워크맨. 흑백 브라운관 TV 등. 자전거는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와 더불어 당당하게 거리를 활주하고 있지 않는가?

 

<도구와 기계의 원리>는 인류가 만들어온 모든 물건의 작동원리를 그림과 더불어 명쾌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기원을 알려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를 테면 지레의 경우 가위뿐만 아니라 병따게, 낚시대, 굴착기에 적용되는 점을 알려주어 보다 더 다양한 적용가능성을 알려준다.

 

실제로 정재승의 말마따나 무인도에 갇히게 되더라도 이 책만 있다면 생존에는 걱정이 없을 정도로 상세하다. 그러나 더욱 큰 덕목은 혼자여서 외롭다는 감정을 떨치고 두뇌를 쓸 수 있게 만드는게 아닐까? 곧 드론은 만들지 못하도라도 머리속으로 공상의 나레를 펼치며 현재의 슬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희망을 갖게 될테니까.

 

새로운 도구와 기계가 늘 사랑받은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때려부수는 운동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일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효용은 그 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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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왕좌의 게임 : 시즌1 (5disc) - 무삭제판
데이빗 너터 외 감독, 피터 딘클리지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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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상상 그 너머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떤 시어머니가 김치포대기로 며느리에게 귀싸개대기를 날리고 멀쩡한 인간이 잔혹한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겠는가? 어쩜 저래, 하며 욕하며 보게 만드는 마력이 없다면 소설은 존재의미가 없다. 설령 잔인한 장면이 전혀 없더라도 어떤 형태든 욕망을 건드려야 한다.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계의 제왕이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세계를 구축한 덕에 감히 아무도 그 왕국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해리포터 정도인데 엄밀하게 말해 해리는 하이브리드 아동 소설에 불과하다. 이 제국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바로 조지 마틴이다.

 

그는 반지의 제왕이 매력적인 소설임에 불과하지만 지나치게 지루하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전투장면조차 요정과 호빗들의 소꿉장난같이 느껴졌을 정도다. 이건 진짜 판타지가 아니야, 라고 결심한 조지는 죽일 때는 마구잡이로 성욕을 자극할 때는 뒤돌아보지 않고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과연 화면으로는 어떻게 옮겨질까 궁금했는데.

 

짠, 처음부터 죽여준다. 정말 말 그대로 쓰윽하고 쿨하게 목을 딴다. 섹시는 또 어떤가? 그냥 벗는다. 장엄하게 전달될 정도로 떳떳하다. 원작도 훌륭하지만 영상으로 상상 그 이상의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 제작진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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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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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글쓰기 원칙이 있다. 분량과 상관없이 하루에 세편의 글을 쓴다. 이 규칙을 세운건 15년쯤 전이고 다행히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물론 여유가 없을 때는 세 줄 내지 네 줄로 마칠 때도 있지만 여하튼 글 편수는 채운다. 하루에 두 번씩은 이빨을 닦듯이.

 

채사장은 하루에 책 한권을 읽었다고 한다. 어휴, 어떻게, 라고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지치게 마련인데 책을 들면서 지겨워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여전히 책읽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글을 보면 감이 온다. 곧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떻게 해서든 쓰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나게 마련이다. 더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지식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륵 하고 글이 나온다.

 

채사장의 데뷰직이 원힛트 원더가 되지 않고 꾸준히 후속작이 나오는 건 그만큼 아직도 쓰고 싶은 소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번엔 <열한 계단>이다. 전작들이 주변지식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자신을 돌아본다. 게다가 자신이 지식을 얻게 된 경험담을 곁들여 현실감을 더해준다. 이를테면 군대 말년 시절 열외가 되어도 되는데 굳이 부대 훈련을 참가하며 이상적인 인간은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식이다.

 

철학은 밥이 되지는 않지만 생각은 하게 만든다. 곧 당장의 양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게 거창하다면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지 알려준다. 비록 그 순간 옳은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다. 나중에라도 알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테니까.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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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 초회 한정판 (2disc) - 고급 디지팩 + 시나리오북
김태윤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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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는 가진 자의 편이다, 라는 심증은 대체로 들어 맞는다. 아무리 정의를 내세운다고 해도 이리저리 피해나갈 길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곧 머리가 좋고 수완이 빠른 사람은 어떻해서든 비켜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법을 복잡하게 만든 까닭은 그만큼 천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른바 무죄추정주의야말로 법의 진수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살인죄로 감옥까지 갔다온 현우. 더 황당한 건 유족 사망금을 지불하지 못해 세 배이상 오른 금액을 내지 못하면 다시 들어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 준영은 변호사지만 빌빌대기만 한다. 겨우 들어간 로펌에서 한직중의 한직인 무려법률상담을 하게 되는데.

 

보는 내내 불편한 영화가 있다. <재심>이 그렇다. 한 사람의 인권은 지배세력의 이익 앞에서는 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민주화가 되고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하류인생은 하루벌이 투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살인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다. 다행히 진범이 밝혀지고 뒤늦게나마 무죄임이 증명되었지만 10년 이상 깜방에서 썩은 젊은 나날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강하늘과 이정우가 아니었다면 신파 내지 계몽영화가 될 뻔했다. 둘은 멋진 조화를 이루며 김장감있게 극을 이끌고 간다. 굳이 두 사람중에 한 사람의 손을 들라면 근소하게나마 강하늘의 승이다. 이유는 단하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연기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실제로 강하늘이 연기한 인물은 제각각 다르다. 엘리트 회사원에서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 그리고 지방의 양아치와 최근엔 경찰까지. 군대 다녀온 후 그는 또 얼마나 또다른 매력을 뿜어낼까? 괜히 잊혀질까 고민하지 말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다녀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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