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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한국 작가의 특징중 하나는 구체성의 결여다.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문체가 두리뭉실하다. 스스로는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독자는 글쓴이의 마음 속까지 들여다 볼 재간이 없다. 모든 감정은 글로 표현되어야 한다. 최은영도 마찬가지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쇼코의 미소」중에서
이 글은 자기 독백이다. 글에 움직임이나 감정이 없다. 아주 단순하게 한 문장만 예를 들어보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소설의 문장이 아니다. 기사문체와 다를 바 없다. 혹은 일기장이나 개인 블러그에 남긴 글이거나. 한마디로 돈을 받고 팔만한 글은 아니다. 만약 스티븐 킹이라면 빨간 펜으로 죽죽 그었을 것이다. 당황해서 흘리는 것인지 놀라서인지 어이가 없어서인지 슬퍼서인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이 문장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앞 뒤 문맥으로 살펴보면 자기 패배를 인정하는 회환의 눈물 정도인 듯 싶다. 그렇다면 이 글은 다음처럼 바꾸어야 적절하다.
--> 나는 몰랐다. 양퍄를 까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저절로 양쪽 눈에서 떨어져 뺨을 타고 흘러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내 두 손은 이미 본능에 따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는데도.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이 몰려왔다. 입가는 이미 찝질함으로 도배가 되어 버렸다. 쪽팔렸다.
물론 어떤 문장이 더 좋은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