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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리코 언덕에서 ㅣ 대원 애니메이션 아트북 18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은 누가 뭐래도 만화 왕국이다. 세계 챔피언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전문가들은 전후, 곧 2차세계대전이후라는 사실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어떻게 전쟁의 폐허에서 한낮 아이들의 오락거리인 만화가 급격한게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빼어난 인재들의 영입덕이었다. 좌파로 찍히면 취업은 물론 살아가기조차 힘든 세상이라 그림 좀 그린다는 이들은 죄다 애니메이션으로 몰린 것이다. 이먀자키 하야오도 그 중 한명이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보면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사상이 짙게 배어있다. 심지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웃집 토토로>도 사실 도시에서 버티기 힘든 좌익 계열 역사학자인 아버지가 시골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보다 더 노골적이다. 요코하마의 한 고등학교에 있는 근대유물인 건물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학생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비록 문제는 심심할 정도로 맥없이 해결되지만, 이사장이 학생들의 의견에 감복하여 존치시키기로 한다, 여하튼 만화에서 다룰만한 내용은 아니다.
아마 하야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 작품이 다소 낮게 평가받는 이유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본 특유의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좌익이면서도 일본의 전통을 버릴 수 없는 심지어는 숭상하기까지 하는 미야자키의 성격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알려진 <바람이 분다>에서도 유사한 감정이 느껴진다. 참고로 그는 당초의 결심을 깨고 진짜 최후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