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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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종의 전쟁>을 보았다.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동시에 원숭이가 주인공인 영화가 국내에서도 대히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다. 그리고 기뻤다. 이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사실 기원은 오래되었다. 이미 1968년에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의 종말을 암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특히 라스츠 신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불시착한줄로만 알았던 행성이 알고보니 자기가 나고 자랐던 지구라는 사실을 해변에 처박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 다양한 영화와 티브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팀 버튼이 손을 대기도 했지만 역시 제대로 된 후계자는 진화의 시작부터 시작된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혹성 탈출>은 원래 책이다. 영화가 워낙 히트를 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원작은 뭍힌 감이 있다. 그러나 영화 못지 않게 책도 빼어나다. 특히 여백을 주어 상상력의 여지를 넓혀준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라.

 

"우리는 놀랍게도 지구처럼 바다, 산, 숲, 농경지, 도시, 그리고 주민들이 있는 한 행성의 풀밭에 내려앉았다. 침팬지 엑토르와 함께 착륙선에서 빠져나왔다."

 

이야기의 전개를 암시하는 이 무시무시한 글을 보면 피에르 볼이 천재작가임을 바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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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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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내 영역이 아니다. 곧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적이며 구체적인 이야기와 가장 먼 뜬구름 잡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편견을 깨부신 책은 조셉 캠블의 <신화의 힘>이다. 그는 신화란 민중의 염원임을 다양한 사례로 증명한다. 이른바 운동권 대학생이었던 내게는 큰 깨달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세파에 지쳐가다보니 신화는 말 그대로 신의 영역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실을 부둥켜 안고 허무하게 죽을 날만 기다리던 어느날 우연히 <신과 함께>를 보고 다시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만화에서 이처럼 탁월하게 우리나라 토속 신들을 다루다니.

 

<북유럽 신화>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작가가 파편적으로 알려져 있던 조각을 집대성한 책이다. 우리는 흔히 북유렵하면 왠지 야만적이고 일년내내 겨울일 곳만 같은 착각에 뻐져 있다. 역설적으로 이런 혹독한 자연이 상상의 나레를 펼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사람들이 집에 특어박혀 전설이나 신화같은 이야기 나누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트론 정도만 알고 있는 내게도 이 책은 보배처럼 다가온다. 다만 교과서같이 단편적으로 내용을 전하고 있어 긴 호흡으로 느긋하게 북유렵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사라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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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김중석 지음 / 웃는돌고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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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산다>의 충재씨가 화제다. 기안84의 후배인데 박나래가 좋아 죽는게 여실히 드러난다. 정말 실제 감정인 듯 눈도 마지치지 못한다. 보는 나야 재밌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애간장이 탈까? 무엇보다 충재씨는 남자인 내가 봐도 잘 생겼다. 남자다운 미남이라기 보나는 여리여리하면서 창백한 전형적인 미소년 타입이다. 게다가 미대 오빠다. 후광이 장난 아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자못 궁금한데 아뿔사 MBC 파업이다. 김셌다.

 

김중석의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는 제목부터 돌발적이다. 그림그리기가 발법이인 사람이 본업을 못한다니. 그럼 글은 잘 쓰나? 음 미묘하다. 정직하게 말해 타고난 글쟁이는 아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만화와 더불어 풀어놓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놀랍지만 대부분은 지루하다. 책을 염두에 두고 글과 그림을 엮은 티가 너무 난다. 곧 주제가 일관되지 못하다. 아무리 에세이라고 해도. 그냥 개인 블러그에 담아둘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림 그리면 얼마나 벌어요' 라는 제목을 붙인 글이 대표적이다. 뭔가 기발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인세 얼마, 덕담 일부 식의 상투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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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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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태어난 곳은 종로구 운니동이다. 지금으로 치면 인사동 근처다. 완전 서울 토박이중의 토박이인 셈이다. 서울을 처음 벗어난 이유는 군대 때문이다. 그것도 경기도 고양시. 신촌에서 버스타면 30분 거리다. 결혼과 동시에 인천에 신혼집을 차이고 지금은 경기도에 살지만 여전히 나는 서울 사람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익명성과 혼잡함에 익숙해져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친한 척 하거나 나이 따지며 서열 정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정말 밥맛없는 서울깍쟁이다.

 

<도쿄에 왔지만>은 동경에 처음 올라온 지방 사람의 심정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도쿄를 서울로 치환해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 대도시 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조금은 과장되었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차피 같은 말을 쓰고 서너달만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아닌가? 라는. 안다, 알아, 넌 서울출신이니까 모르는 거야. 정직하게 말해 수도권애서 벗어나 살아보라고 하면 나 또한 반대의 불만을 터트리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아 한가지 정말 공감하지 못하는 풍경중의 하나나 귀경 혹은 귀성전쟁이다. 정말 천만다행히도(?) 처가 또한 인천이라 명절 때 차 안에서 꼼짝도 못하는 경험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도리어 평소보다 길이 뻥뻥 뜷려 의외일 정도였다. 아주 가끔 그런 광경이 부러운 적도 있었는데, 당일치기로 본가와 처가 왕복이 가능하니, 다시 생각해보니 아 그래도 편하게 양쪽 집 방문하는게 낫다. 다카시 나오코의 귀성전쟁편을 보니 내 판단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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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모든 것 - 애묘인을 위한 궁극의 책
장 퀴블리에 지음, 김이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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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지만 당장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고양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개도 함께 살았다는데 기억이 없다. 그러나 고양이는 스무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 나와 같이 있었다. 그것도 군대 가기 전에. 왜 고양이를 데리고 왔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다. 아파트먼트에 살게 되면서 단 한번도 고양이나 개를 키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왠지 울적해하는 나를 달래기위한 부모님의 배려였나?

 

아무튼 그 고양이는 석달 정도 내 절친이었고 군대 시절 면회를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병 휴가 때 집에 가보니 없었다. 너무 커서 키우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뭐 애도 아니고 덤덤하게 네 그래요, 하고 말았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나는 걸 보면 사실은 무척 사랑했나 보다.

 

<고양이의 모든 것>은 애완묘인은 물론 평소 꺼려하던 이들마저 사로잡을 책이다. 제목 그대로 고양이를 이리 보고 저리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글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삽화를 곁들여서. 고양이와 같이 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백가지가 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만큼 고양이는 매력적이다. 단 한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에드가 알란 포의 <검은 고양이>는 철저하게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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