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문 - [초특가판]
할리 코클리스 감독, 린다 해밀턴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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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리 존스는 믿고 보는 배우까지는 아니지만 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흥미로운 액터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에게는 <맨 인 블랙>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 전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물론 크게 히트치지는 못했지만. <블랙문>은 주연으로 츨연한 드문 영화다. 도둑으로 분한 그는 신형자동차에 자신이 훔친 테잎을 숨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경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좀도둑은 아니고 전직 경찰인 듯 싶다. 공무원과 거래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자동차가 다시 털리면서 점점 액션의 강도는 더해가는데 중간부터는 길을 잃었는지 스토리가 툭툭 끊긴다. 로맨스인지 스릴러인지 헷갈리다 막판엔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행세하며 해피하게 끝을 맺는다. 헐리우드 영화라고 해서 모두가 명작이 아님을 새삼스레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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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Shampoo)
소니픽쳐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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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들어보지 못한 옛날 영화를 볼 때는 모순된 감정이 든다. 혹시 미처 보지 못한 명작이 아닐까하는 기대감과 그저 그런 내용이라 시간떼우기용으로라도 아깝지 않을까 하는. <샴푸>는 불행하게도 후자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람둥이 미용사>라고 번역되었는데 그렇다고 코미디는 아니다. 뭐랄까? 멋대로 대충만든 B급 영화라고나 할까?

 

주인공 워렌 비티는 여자가 좋아 미용사가 된 특별한 사람인데 한마디로 오는 여성 마다 않고 가는 여인데 붙잡지 않는 주의다. 다행히(?) 얼굴이 잘 생겨 다들 그만보면 환장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심심풀이 땅콩이다. 자신이 노리개가 되는지도 모르고 남창처럼 몸을 대주던 그는 결국 진정한 여자친구를 잃어버리고 유부녀와의 사랑도 깨지고 만다. 이게 전부다. 중간중간 70년대 특유의 히피 문화도 나오고 배경처럼 닉슨이 등장하는 거 말고는 볼만한 배경도 없다. 그나마 건질건 골디 혼의 빛나는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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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를 본 남자
맷 브라운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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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에 대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괴짜이며 대인관계에 서툴고 병적으로 자기 세상에 집착하다 결국에는 일찍 세상을 마감한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의 주인공 라마누잔은 딱 그런 사람이다. 학위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수학을 연구하던 아마추어가 캠브리지 대학교에 가 유수한 학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지만 폐결핵에 걸려 서른두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이보다 더한 극적인 소재가 어디 있겠는가?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달려들었다. 게다가 제러미 아이언스까지 섭외하고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브 파텔도 가세했다. 이쯤되면 감동은 기본 재미는 덤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서는 대체 이들이 그토록 몰두해던 연구의 주제도 선명히 떠오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휴머니즘이 뿜뿜 나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평면적인 스토리 전개에 그치고 있다. 조금 더 다양하게 주변인물을 끌어들여 극적 구조를 촘촘하게 다듬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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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 교수가 가르쳐 주는 독학 공부법 - 자기주도 공부로 집중력을 높이는 독학의 비밀
야나가와 노리유키 지음, 손영석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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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 설령 대학을 가지 못하더라더 상관없다. 만약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이 말을 곱씹고 또 씹으며 쓸데없는 수험공부에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동경대 교수가 가르쳐 주는 독학 공부법>은 진짜 스터디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흔히 공부는 학교다닐 때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 것은 도리어 사회에 나와서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건 회사의 요구에 따르건 어떤 방식으로든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다닐 때처럼 오로지 입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기에 어려우면서도 흥미롭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디가더라도 남에게 휘둘리지 말것을 당부한다. 맞는 말이다. 긴 시간을 지나 돌이켜보면 출신 학교나 인맥 따지는게 다 부질없가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내세울게 학맥뿐인 사람을 보면 왠지 불쌍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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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홀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다

 

 

나는 태어나서 룸살롱이라는 곳에 딱 두 번 가봤다. 그것도 결혼하고 나서. 사실은 결혼 전에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가질 않았다. 직장에서 일할 무렵 퇴근 후 1차가 끝나자 한 동료가 좋은 곳이 있는데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 가자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아서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 후로는 아무도 나보고 룸살롱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더군. 본의 아니게 나는 이상한 놈으로 찍혀버렸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왜 갔냐구?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도 복잡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좀 이상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그렇다고 불법적인 데는 아니다), 처음에는 심부름정도의 일을 하다가 어찌어찌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날은 내 노고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였다. 어찌 내가 빠질 수 있겠는가? 아무튼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신촌 근처에 있는 룸살롱이었는데, 딱 보기에도 일급은 아니었다. 이왕이면 좋은 데로 안내할 것이지. 자리에 앉자마자 여인네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로였다. 나중에는 의례 조금 빠지는 여인네들을 처음에 들여보낸다는 것을 알았다(여인의 외모나 신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닙니다).

하여간 우리 대장은 이미 여러 번 이런 곳에 와보아서인지 능숙하게 여인네들을 거르더니 파트너까지 척척 정해주었다. 물론 가장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자는 자기가 차지하고 그 다음이다 싶은 여자를 내게 배정해주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첫 번째 룸살롱 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 심지어 내 옆에 앉아있던 여인의 손도 잡아보지 못했다.

두 번째는 여의도에 있는 룸살롱이었는데, 누구를 꼬시기 위해서였다. 내가 아는 선배를 데리고 오기 위해 일종의 로비를 한 것이다. 여기서는 내 나름대로 대범하게 놀았는데, 물론 2차를 가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손의 크기를 맞추어본다며 손을 잡아본 정도다.

이후 나는 룸살롱이라는 곳을 가보지 못했다. 아쉽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룸살롱은 비정상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자리에 여자가 나오는 것부터가 그렇다. 도무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존대하며 같이 술을 마시자니 어딘가 어색하고 그렇다고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밴드가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불러야 오는 것이지만.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핏 보면 멋있어 보이지만, 그 상황에서 제 정신으로 음악을 감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먹고 마시고는 소리를 토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라이브 밴드가 아깝다.

문제는 이러한 룸살롱 문화가 여과 없이 소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룸살롱인 듯싶은 술자리가 버젓이 나온다. 그만큼 보편화된 탓인가? 접대가 되었건 다른 무엇이 되었건 오늘밤 룸살롱에 다녀온 남편분들은 부인에게 고해성사를 하기 바란다.

나의 경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내에게 심각하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룸살롱을 다니면서 직장에서 출세하는 것이 좋겠느냐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룸살롱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느냐. 아내의 대답은 후자였다. 당연히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무튼 룸살롱은 이상한 곳이다. 무엇인가 은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뛰어나고 여인네들이 예쁘다고 해도 추잡한 기운이 감돈다. 룸살롱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인간은 그 혼돈의 장소에 휘말려 들어가게 마련이다. 마치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야수로 변하는 아저씨들처럼 말이다. 인간은 홀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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