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 박지영 외 출연 / 루커스엔터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13평짜리 공공임대아파트에 산 적이 있다. 어차피 2년만 있다 나갈거라 불편함이 있어도 참았다. 그러나 소독을 한다고 주인 허락없이 관리인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아와 작업을 한 것을 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따졌더니 그럼 집에 있던지란 식의 답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오기로 한 사건이 터졌다. 수도요금이 몇십만원이 넘게 나온 것이었다. 아니 아이도 없고 단 둘이 사는데 이게 뭔일이람? 오죽했으면 구청에서 계량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문의가 올 정도였다. 결국 원인은 찾지 못하고 요금을 조금 깎는 선에서 마무리되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여전히 악몽이다.

 

<범죄의 여왕>을 보다 씁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들이 살고 있는 원룸맨션의 수도요금이 120만 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서울로 상경한다. 처음엔 요금만 따지려고 하였으나 캐면 캘수록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살인사건의 용의자까지 만나게 된다.

 

이 영화는 관리비 전사로 알려진 김부선씨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해보이는 일상이 범지의 소굴로 변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주인공 박지영씨도 돋보였지만 조연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덕구는 빛나는 배역이었다. 자칫 돋보이지 않아 보이지만 긴장감이 넘칠 때마다 유모를 돋게 하는 깨소금맛 연기를 선보였다.  고시원이라는 폐쇄된 곳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사람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현실은 매우 서글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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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감독, 미셸 윌리엄스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긴장감으로 손에 땀이 흥건하게 베이고 어깨가 뻐근했다면 그 영화는 대성공이다. 게다가 살인장면 하나도 없이. 주인공은 등장부터 우울하다. 말은 예의있게 하지만 얼굴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주먹을 날릴 것 같은 험악함이 짙게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욕설이 튀어나오고 바에서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폭력에 휩싸인다. 대체 이 사내에세는 무슨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케네스 로너건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한꺼풀씩 비밀을 들추어낸다.

 

끔찍한 실수로 아이 셋을 몽땅 불에 태워죽이고 이혼후 쫓기듯 동네를 떠나 잡역부로 살아가던 어느날 심부전증을 앓던 형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형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전혀 예기치 않았던 후견인을 맡게될 처지에 놓인다. 티격태격 둘은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서서히 자신에게 감추어져있던 슬픔과 고통을 꺼내 조금씩 조금씩 그 아픔을 치유해간다.  

 

당신이 겪은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방법으로도 완벽하게 치료될 수 없다. 결국은 시간만이 해결이다. 문제는 흐르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멀고 길다.

 

덧붙이는 말

 

형의 죽음을 확인하고 담당 의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걸작의 탄생을 알리는 명 장면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시간교차가 돋보이는 영화다. 곧 현재와 과거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보는 내내 심장이 조마조마하다. 자칫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던 편집을 깔끔하게 조화시킨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동시에 큰 영감을 얻었다. 소설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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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
백승화 감독, 심은경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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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멀미 때문에 버스나 자동차는 물론 어떤 탈 것도 이용할 수 없다고 상상해보자. 끔찍할까 아니면 행복할까? 지금은 나아졌지만 어릴 때는 나도 멀미가 심했다. 특히 고속버스를 타면 바로 속이 울렁거렸다. 곰곰 생각해보니 과거에는 기름의 질이나 환경이 열악했었던 듯 싶다.

 

아무튼 이 영화는 멀미로 고생하는 심은경이 별 뜻없이 특별활동으로 경보를 선택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기발한 발상이라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막상 영화를 보면 노잼도 이런 노잼이 없다. 주인공인 심은경을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나만 선배와의 갈등이 조금 드러나지만 너무 쉽게 긴장이 해소되어 맥이 풀린다. 오로지 심은경만 반짝반짝 빛난다. 연기를 잘해서인지 여전히아직도 싱싱한 젊음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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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유령 - 어른들을 위한 영국의 동화
로버트 헌터 지음, 맹슬기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말 그대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펴낸 그림도서다. 그러나 정작 읽어야할 대상이 어른인 경우도 있다. <새내기 유령>이 그렇다.

 

유령임무를 맡은 첫날, 미숙한 행동으로 갈곳을 찾지 못한 채 숲속 나무에 끼여 옴짝달짝 못하고 있던 나를 구해준 사람은 천문학자였다. 그는 천체망원경이 있는 관측소로 나를 데리고 가서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해주었다. 학자의 도움으로 동료들이 하는 일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들이 하는 일은 사람들을 하늘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 당황하고 있는데 아뿔싸 어느새 그들이 연구자에게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닌가? 황급하게 다시 돌아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그를 깨웠다. 당신을 잡으려 오고 있어요. 어서 도망가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창문 너머 그림지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단 하나. 저를 믿지요. 당신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줄게요. 자, 이 안경을 받아요. 이 안경을 끼면 당신은 하늘에서도 하던 일을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는 기쁘게 웃으며 내 손을 잡고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놀라운 이야기에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일러스트다. 한가지 아쉽다면 조금 더 큰 판형으로 나왔으면 훨씬 감동이 클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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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2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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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고민에 빠졌다. 학교 앞 주점에서 알바를 할까? 아니면 집 근처 독서실에서 총무를 할까? 어떻게든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기에 절실했다. 결국 독서실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조용한 곳에서 책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리때문이었다. 몇번이나 망설이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기요?라고 하는 순간 총무로 보이는 듯한 학생은 나를 척 보더니 군대갈 휴학생 아니면 안뽑아요 라고 말했다. 늙어서 부적격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 길로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와 책을 펴들어다. 주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 결과 장학생이 되었다.

 

다카기 나오코의 <뷰티풀 라이프>는 제목과 달리 매우 우울하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트의 꿈을 난고 도쿄에 오지만 생황비를 감당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 했다. 웨이트레스에 입력 알바에 그림 그릴 시간도 내기 어렵게 바쁘게 살아간다. 어느덧 잡일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나오코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러려고 됴코에 온게 아닌데.

 

원대한 꿈을 갖고 사는 사람도 일상에 치이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럴 땐 초심으로 돌아가 잡스러운 일이나 관계를 싹 정리하고 원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설령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길이 아니면 안돼라는 배짱을 키워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 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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