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팝 스토리 -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모던 팝을 이끈 결정적 순간들
밥 스탠리 지음, 배순탁.엄성수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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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어떤 매체에 실리느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처럼 블러그에 올리는 서평은 책에 대한 정보나 공감을 얻기 위해서이고 신문의 칼럼은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렇다면 음악 평은? 보다 구체적으로 음악에 대한 글은 전문적이어야 하나? 대중적이어야 하나?

 

<모던 팝 스토리>는 대중음악을 시대별로 나누어 쭉 훑어보는 책이다. 해당 분야에 마니아적인 관심이 있지 않는한 다 읽을 필요가 없다. 뜨문뜨문 관심이 있거나 흥미로운 주제만 떼어 보면 댄다.

 

그러나 저자의 글은 독자들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곧 대중음악 정보에 대한 소개는 미약하고 시대, 역사적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정작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전혀 유발시키지 않는다.

 

차라리 이 책에 소개한 노래나 앨범을 색인으로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면 찾아서 들어볼 수나 있었으려만. 때로는 '백번 보는 것이 한 번 듣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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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그널 세트 - 전2권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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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과 화면을 문자로 바꾸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답은 둘 다 힘들다. 전자를 각색이라 부르고 후자를 텍스트 전환이라고 한다. 각색은 이미 익숙한 장르다. 예를 들어 유명 소설의 경우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여 영화를 찍는 것을 말한다. 텍스트 전환은 생소하다. 영상으로 소개된 것을 글로 풀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영상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시그널>은 드라마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이미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장면 장면이 떠올라 재미있다는 평들이 있던데, 나는 아예 드라마를 한 편도 보지 않았기에 연상시킬 화면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글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의 이름은>같은 경우는 같은 영상소설이라고 하더라도 감독 스스로가 영상작업을 해나가면서 동시에 글을 썼기 때문에 둘을 따로 떼어 보아도 전혀 생소함이 없었다. 반면 <시그널>은 대본을 보고 풀었든지 아니면 영상을 보고 재해석했는지 모르겠으나 글 자체만 보면 전혀 생기가 없다. 차라리 방송 대본을 그대로 출간했으면 더 낳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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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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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선진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진국 티는 벗어나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이만달러를 넘어 섰으니 적어도 과거처럼 대다수가 굶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상대적 격차다. 아무리 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하더라도 옆 집이 혹은 건너편 동네 사는 사람들이 뻔질나게 외식을 하러 나간다면 부아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격동의 시대를 지내왔다. 일제 강점기는 무려 35년간 이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으며 해방이후 벌어진 전쟁은 그나마 회생의 씨앗을 무참히 짓밟았다. 분단으로 인한 냉전은 남쪽에는 군사국가를 북쪽에는 독재국가가 굳건하게 자리잡는 배경이 되었다. 급기야는 같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휘두르는 광주 혁명까지 벌어져 나라가 절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다행히 1987년 민주화 시위로 형식적 자유를 획득했지만 1997년 IMF 사태로 나라는 거덜이 나고 말았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떻게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이러한 역설은 불평등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제한된 자원을 한정된 공간과 산업에 집중투자하여 압축성장을 한 덕에 얻은 성과다. 요컨대 불평등과 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다.

 

역설적으로 식민지배나 전쟁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평등에 대한 고려는 사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성장에 대한 비판도 절대 빈곤 상황에서는 꺼낼 수 있는 주장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불평등을 기본으로 한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골고루 나누었는가? 저자의 대답은 글쎄요다. 특히 자산 중심 성장사회는 불평등을 더욱 격화시킨다.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성장을 재고하는 것이다. 문제는 성장에 대한 신화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과연 성장을 멈추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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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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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읽었을 때의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박학 철학지식을 바탕으로 로맨틱하게 글을 풀어 내는 솜씨에 반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그가 출간한 책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수천, 수만 갈레의 인간 감정을 마치 현미경을 보고 들여다보듯이 세세하게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맞아, 이건 내 얘기야.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사랑과 그 이후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애와 결혼이 왜, 어떻게 다른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연애는 찰나의 감정이기에 사랑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일상의 힘 덕이다. 그렇다면 만약

 

불같은 연애 여부가 결혼생황의 지속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니라는 말인가? 곧 거칠게 말해 연애 없는 결혼도 가능한가? 알랭 드 보통은 그렇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연애와 결혼과의 관계는 직접 밀접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결혼생활의 충분조건인 점은 분명하다.

 

알랭 드 보통은 특유의 심리대화를 활용하여 연애와 결혼의 이중성을 파헤치고 있다. 다만 이미 익숙한 방식이라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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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미시마 유키코 감독, 나카타니 미키 외 출연 / 비디오가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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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양장점이 있다. 할머니대에서 창업하여 3대까지 이어온 유서깊은 가게다. 손녀는 할머니의 다지인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오로지 그대로 만들거나 판매한 옷의 수선만 한다. 대형 백화점 직원은 전통과 스타일에 반해 입점을 권유하지만 손녀는 매번 손사레를 친다. 가치가 맞지 않아서요.

 

집을 겸한 오래된 양장점이 첫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이 영화는 지루함의 끝을 달리겠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뭔가 정적이고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기호에 옷이라는 소재까지 덧붙였으니 말에 뭐하겠는가? 예상대로 소소한 갈등과 밋밋한 이야기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여전히 오늘도 열심히 옷을 만듭니다, 는 일본 특유의 결말도 변함이 없다.

 

더욱 어이가 없는 사실은 그들이 전통이라고 내세우는 옷 만들기가 죄다 서양옷이고 또 그 옷을 입고 매년 파티를 한다는 설정 또한 서양인 흉내놀음에 불과하다. 대체 일본인들은 언제까지나 서양인의 원숭이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옷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이웃까지 변하게 만드는 <드레스 메이커>와 비교되도 한참 비교되는 철지난 신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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