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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피치
데이빗 에반스 감독, 콜린 퍼스 외 출연 / 기가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무언가에 빠진 사람은 행복하다. 주변은 불행할지라도. 영국 프로축구 아스날의 골수 팬인 주인공은 인생을 축구와 관련지에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아스날의 첫 경기를 본 날, 우승을 할 뻔했다 놓친 날, 직접 본 날은 꼭 지는 징크스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 나날들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면서도 여자친구의 생일날은 까맣게 잊어먹는다.
과연 현실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불행하게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말해 무엇하랴? 나도 그랬다. 중학교 시절.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고등학교 야구대회의 첫 날부터 마지막 결승까지 매일 출근했다. 예선전은 하루에 세 경기씩 열렸으니 아침부터 밤까지 있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할 때다.
그러나 과도한 열정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잦아들기 마련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야구는 커녕 프로야구도 일년에 한 경기 직접 가서 보는 경우도 드물다. 살짝 서글퍼지기도 한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늙는 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데.
결국 아스날의 우승으로 해피엔딩, 콜린 퍼스의 온갖 기행은 우승으로 모두 용서되고 승리를 위한 위대한 여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