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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허버트 로스 감독, 다이앤 키튼 외 출연 / 시네하우스 / 2016년 10월
평점 :
한가로움을 못 견뎌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오락중 하나는 영화보기다. 시간은 넘쳐나지만 주위에 친구는 없고 큰 돈 들이지 않고 혼자여도 눈치보지 않고 두시간 정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장소로 극장만한 곳은 없다.
내 영화관 출입 역사는 아마도 서너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영화광인 어머니는 늘 나를 데리고 다녔는데, 물론 난 기억이 없다, 여하튼 그 때 그 몰입이 몸과 마음에 배어 일찌감치 영화를좋아하게 되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저학년때도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닐 정도였으니까. 이 기행(?)은 대입시험 전날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돈벌이를 하면서부터는 극장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바쁘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피곤해서였다. 가뜩이나 출퇴근과 일로 머리가 아픈데 영화를 볼 기력이 없었다. 누군가는 그럴 때일수록 영화를 보며 기분전환을 해야한다고 하지만 내게 영화보기는 단순한 심심풀이가 아니라 몰두의 대상이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이처럼 영화보기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갔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직장을 읽고부터다. 자의반 타의반 매일같이 나가는 일터가 사라지니 서서히 뭘 하면 정말 즐거운지를 알아가게 되었다. 우연인니 통신사 혜택으로 매달 영화 두편을 공짜로 볼 수있게 되면서 매달초에는 무슨 영화를 볼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은 나같은 영화광에게는 흥미만점이다.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명대사를 하도 들어 외우다시피한 우디 앨런은 현실에서 언젠가 써먹어야겠다고 벼르는데 온갖 우여곡절끝에 결국 성공한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흔히 영화를 현실 도피처라고들 한다. 굳이 부인하지 않지만 조금 덧붙이고 싶다면 위대한 도피처라고 부르고 싶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 날 때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감동있는 영화를 관람한 후 내키면 짧게 감상평을 남기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할까? 우디 앨런은 이 행복을 실천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