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의 정원 - 1998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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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들도 모두 도시 출신이라 시골에 갈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아차피 여행을 하러 시골에 가면 답답함에 하루빨리 서울로 올라오고 싶어 안달을 했다. 아스팔트와 높은 빌딩이 내게는 자연이었다.

 

도시에서 벗어난 계기는 결혼이었다. 신혼집을 장만할 돈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것이었다. 싼 집을 찾다보니 경사진 산기슭까지 올라가야 했다. 처음엔 모든게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은점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졌다. 그동안 헛살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다짐은 했다.

 

지금 사는 곳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저녁 무렵 노을을 배경삼아 산을 바라보면 동네 공원을 터덜터덜 걷듯이 뛰며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을 곳이다, 라는 확신을 하곤 한다.

 

<리디아의 정원>은 자연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와봐도 발견하기 어려운 도시 사람들에게 단비같은 그림책이다. 버려지다시피했던 옥상에서 피어나는 녹색자연을 보는 순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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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이지현 글.그림 / 이야기꽃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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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잘 한 일 한가지를 꼽으라면 잠시 머뭇거리며 머리를 굴리겠지만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해보라고 한다면 수영을 배운 것이라고 하겠다. 늦게 익힌 배움이 평생 간다고 하는데 내게는 수영이 그랬다. 서른가까이 되어 잠시 짬을 내어 두달 정도 수영을 배우고 나서 친한 벗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차례는 꼬박꼬박 자유수영을 한다. 수영의 매력을 말하라면 한이 없지만 ...

 

<수영장>은 놀라운 책이다. 어찌보면 갇힌 공간에서 하는 수영이라 답답할  수 있는데 일단 물에 들어가면 무한한 세상을 접할 수 있음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수영을 오래 해본 사람은 이 심정을 잘 이해한다. 눈에 보이는 건 소독물뿐인것 같지만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다 보면 머릿속에 온갖 풍경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한시간 가량 거의 쉬지 않고 수영을 하면서 이사오기 전 집안 구석구석을 떠올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물이 무서워서 피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친해져 수영을 배우시라. 단지 위험상황에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 필요한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 서있기조차 힘이 들더라도 물속에서는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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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빗 핀처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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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런 저런 방법을 찾아 보았지만 결국 해결방법은 포맷뿐.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중에 으뜸은 아니지만 서너번째쯤에은 해당하는 난감함이 또 닥쳤다. 동네 컴퓨터가게에 들러 새로 윈도우를 까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동안 저장해둔 각종 기록을 복원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수천장 찍어놓은 사진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기분이랄까?

 

문제는 해킹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피해보는 것을 알면서도 또 그것때문에 더욱 쾌감을 느끼다니 니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주커버그가 막 뜰 무렵 나왔다. 엄청난 괴짜지만 뭔가 거대한 일을 해낼 것 같은 애송이 천재라는 이미지였다. 미국은 기업을 일구어낸 사람을 신화로 만드는 분위기가 있는데 주커버그는 딱맞는 역할이었다. 영화가 예건한 대로 그의 온갖 기행(?)은 이제 전설이 되어 성공의 원천처럼 여겨지고 있다.

 

해킹과 소셜 네트워크는 다른 분야지만 공통점도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곧 관계가 핵심이다. 관계는 누군가를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만든다. 오죽하면 직장생황의 가장 큰 괴로움은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하겠는가? 차이가 있다면 주커버그는 그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려 노력하지만 해킹은 파괴적인 본능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내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은 해커의 앞날에 저주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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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재출시 (3disc) -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 OST 포함
이누도 잇신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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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다. 외면하거나 동정하거나. 겉으로는 상냥한 척 대한다고 해도 속마음은 그렇다는 뜻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기묘한 영화다. 앉은뱅이 장애인에게 호기심을 가진 츠카시가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헤어지고 만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장애인 학대로 욕을 먹거나 심지어는 감옥에 가기도 하겠지만.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일본 특유의 <체념의 미학>이 잔잔히 배어있다는 말이다. 떠나가버린 남자를 욕하는 대신 사랑의 경험을 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남은 생을 추억에 젖어 지낸다. 우리 영화 <오아시스>도 비슷한 소재를 택하고 있지만 체념과는 거리가 멀다. 악다구니를 부리며 울고 붓고 싸우면 사랑을 한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일본은 비현실 세계를 포장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인간 본래의 감정을 잘게 난도질하여 어떻게든 미화시키려 든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인하기 그지 없는 짓이다. 특히 집단정서에 투영될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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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2disc)
도이 노부히로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외 출연 / 팬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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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른 형제, 곧 이복인 남자와 여자애가 있다. 아버지는 도망가고 어머니마저 죽자 외할머니에 의지하여 둘은 성장기를 보낸다. 남다른 우애가 형성되지만 성인이 되니 알듯모를듯한 감정도 싹트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폭풍우로 고립되다시피한 여동생을 도우러 오빠가 오고 오빠는 감기몸살 폐렴에 걸려 그만 죽고 만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우리의 <가을동화>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1990년대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2000년대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영화 제목은 계속해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라고 강요하지만 두시간 가까이 되는 런닝타임이 야속할 뿐이다. 다만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핸섬하고 예뻐서 보는 거다,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나 또한 그 중 한명이다. 나가사와 마사미의 어린 시절을 보고 싶었다.

 

덧붙이는 말

 

디브이디로 보시게 된다면 부록을 잊지 마시라. 본편이 아닌 따로 특별판 보너스에는 일본 TBS 방송의 당신의 눈물이 주룩주룩 드라마가 포함되어 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초단편 드라마들인데 매우 강력한 여운을 준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지루함을 일시에 뒤집은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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