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그리는 사람 신나는 새싹 1
프레데릭 망소 글.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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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 재건축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분담금을 내지 않으려는 꼼수 때문에 일시에 이루어진 일이다. 순서대로 차근차근히는 돈 앞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주기간도 다 지나 이제 철거만 남은 아파트먼트 단지를 가로질러 갈 때마다 이 나무들은 어떻게 되지, 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저 그런 나무들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메타세콰이어들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나무들 때문이었는데. 

 

<나무를 그리는 사람>은 영화가 원작이다. 가봉을 배경으로 한 <원스 오픈 어 포레스트>를 그림책으로 각색한 것이다. 영화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림책만으로도 그 기운이 확 전해진다. 개발열품으로 베어지는 나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과 그 가운데에서도 새 싹을 틔우는 용기에 희망을 갖게 된다. 

 

나무란 본래 신성한 존재이다. 뿌리가 대지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곧 나무를 잘라바리는 것은 땅과의 기운까지 뽑아버리는 것이다. 나무가 제공하는 온갖 혜택을 잊고 사는 우리의 앞날에는 회색빛만 암울하게 뿜어져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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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보름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9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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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겨울이 점점 싫어진다. 노인들이 겨울 나기가 가장 어렵다는 하는 이유를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겨울은 춥고 지루했다. 아무리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 아닌가? 이제 정말 끝물이구나 싶어 살짝 아쉬움이 남다가도 이른 아침과 밤의 칼바람을 맞고 나면 역시 겨울은 싫어 라고 절로 외치게 된다.

 

겨울은 이야기의 주된 소재다. 가장 큰 이유는 눈 때문이다. 만약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부엉이와 보름달>은 겨울과 눈이 배경이다. 거기에 보름달이 떴다. 벌써부터 정경이 눈에 그려지지 않는가?

 

추운 겨울밤 부엉이를 찾아나선 아빠와 나.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보름달 뜬 날 밤 부엉이가 보고 싶어서다. 부자는 부엉이를 보고 부엉이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날아간다. 어떤 극적인 반전도 없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밋밋한 스토리를 빛나게 하는건 일러스트다. 마치 드론을 띄워 다양한 화면을 잡아내듯 아빠와 아이의 부엉이 구경길을 다각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부자를 따라 눈길을 걷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난다. 비단 부엉이 구경이 아니어도 아빠와 함께 걷는 길은 아이에게는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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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박영균, 이선 외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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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안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정신이 없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달래느라 경황이 없고 조금 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떠들어댄다. 내 뒷자리 아이들은 연신 의자를 발로 차대며 뽀로로뽀로로를 외쳐댄다. 뽀로로의 열기가 이 정도였나?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은 극장판 만화영화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던 뽀로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한 탓인지 매우 박진감이 넘친다. 마치 직접 썰매경주를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러나 아이들의 아우성과는 달리 적어도 어른인 내게는 심심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조난당한 집배원들로부터 썰매 기술을 배워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다는 설정부터 이상했다. 집배원들이 아무리 헌신적이었다고 하도라도 썰매 기술을 가르쳐줄 능력은 안되기 때문이다. 썰매 경주에서 우승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반칙을 일삼는 불곰일당이 다시 참가하게 된 것도 미스터리다. 게다가 온갖 불법과 편법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

 

화면은 시원했지만 과연 남는게 무엇인가?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똘이장군을 보며 북괴군을 때려잡고 울부짖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했다. 차라리 뽀로로가 아깝게 2등을 해서 승리보다 더 소중한 친구들과의 우정을 확인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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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더 랍스터 : 풀슬립 넘버링 한정판 - 반투명 트레싱지 자켓+36p 제본책자+시나리오북(요약본)+오리지널 포스터 2종+일러스트 카드(10EA)+더블루 한정카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레이첼 와이즈 외 출연 / 더블루(The Blu)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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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후회되는 일들로 가득해진다. 내가 왜 그 때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특히 사귀다 헤어진 여자 혹은 남자에 대한 감정은 앙금처럼 남아 때때로 마음을 쿡쿡 쑤신다. 차라리 모르고 지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영화 <더 랍스터>를 보면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깨달았다. 요즘의 청춘은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 때문이다. 귀찮게 사랑 따위를 해서 피곤해지느니 안전한 길만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삶의 강팍함이 낳은 결과다.

 

한정된 시간안에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신은 개, 돼지가 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주문인가? 다들 혈안이 되어 파트너를 찾아다니는데 그 중에는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 사랑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발각이 되면 그 즉시 죽음이다. 거짓 사랑은 안돼.

 

누군가를 만나 아무 이유나 조건없이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 몇날 며칠을 잠을 제대로 자지 목하고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이제 전설의 고향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다들 약삭빠르게 상대를 찾는데만 몸과 머리가 진화되어 버렸다.

 

<더 랍스터>는 사랑의 본능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 실랄한 풍자다. 문제는 풍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과연 진정한 사랑을 하는 자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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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나이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시에나 밀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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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할리우드는 감독과 배우의 경계가 뚜렷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배우는 감독의 종이나 마찬가지였다. 감독의 지배자는 제작사였다. 제작사, 감독, 배우의 수직관계가 뚜렷했다. 이런 관계는 소위 대작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영화를 만들기에는 좋은 조건이 되었지만 개성있는 영화의 싹을 짓밟은 부작용도 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B급 영화를 전전하다 스타가 된 경우다. 역설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섭렵이 가능했다. 감독으로 데뷰한 후에는 재즈, 전쟁, 스릴러 등 딱 여러 분야의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스트우드의 장르는 전쟁이다.

 

그는 묘한 균형점을 선택하는데 <아메리칸 스나이퍼>도 예외가 아니다. 곧 애국을 마냥 찬앙하지 그렇다고 반전을 노골적으로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전쟁상황속에 처한 인간이 겪는 감정을 관찰자 시점에서 묘사한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책을 읽었던 터라 클린트가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몹시 궁금했다. 소감은 책을 압축하여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좋게 말하면 생생했고 나쁘게 보면 밋밋했다. 과연 카일 역을 맡은 쿠퍼는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혀 살인면허를 따낸 것인지 진정한 애국주의자인지 내내 헷갈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카일은 실제로도 영화속에서도 죽었다는 사실이다. 전쟁터가 아닌 동네에서. 살인에 대한 죄값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영웅다운 최후였는지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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