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브랜드
임태수 지음 / 안그라픽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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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019를 쓴다. 휴대폰 번호를 알려줄 일이 생길 때마다 상대방은 살짝 놀란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019를 쓰세요라고 되묻기도 한다. 휴대폰도 2G도 아닌 슬라이딩 일반폰이다. 통화와 문자 정도만 된다. 배터리도 단종되어 충전도 잘되지 않는다. 충분히 충전해도 하루 2시간 정도 쓰면 끝이다.

 

왜 이런 미련한 짓을 계속 하는 걸까? 휴대폰에 혹은 전호번호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의 유품이리거나 혹은 이별한 사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거나? 마치 드라마처럼. 죄송하지만 없다. 그저 익숙하니까 쓰는 거다. 게다가 아직 고장이 나지 않았고 요금도 저렴해서.

 

브랜드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다. 우리가 이런 제품을 계속 만들어낼테니 변함없이 애용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한번 거래가 성립하면 둘 사이는 끝까지 간다.

 

<날마다 브랜드>는 브랜드가 곧 신용임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있다. 조금 안 팔린다고 해서 호돌갑을 떨며 이벤트를 해대고 간판을 바꿔 달고 미끼 상품을 듬쁙 안겨준다고 해서 고객을 끌수는 없다는 사실을. 물론 초창기에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우리도 자본주의 역사를 꽤 겪은만큼 이제는 브랜드 파워를 의식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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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습관 - 생각을 바꾸면 일상의 모든 활동이 운동이 된다
조앤 버니코스 지음, 이형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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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티브이를 보다보면 자세는 점점 비스듬해진다. 결국 눕다시피 기대어 한두시간을 훌쩍 지내버린다. 마음속으로는 편하다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고인 물이 썩듯이 고정된 몸은 짐짝이나 다름없다.

 

지금 당장 한쪽 다리를 다른쪽 다리에 포개고 그대로 바닥에 앉아보시라. 자,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으실테고 이제부턴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보시라. 몸을 비틀거나 손을 바닥에 대면 안된다. 거의 안되실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렇다면 당신의 남은 수명은 10여년에 불과하다. BBC 실험의 결과다. 그렇다고 너무 충격받지는 마시라. 연습하면 된다. 더 늦기 전에.

 

나이가 들면 삶의 질은 확연히 떨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몸의 독립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공포는 그 어떤 두려움보다 크다. 문제는 젊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늙었다고 해서 반드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움직이는 습관이 들지 않어서다. 곧 평상시에 꾸준히 움직이는 습관을 가졌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온전하게 살다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운동장을 뛰어다닐 필요도 없다. 물론 그렇다면 더욱 좋겠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계단오르기, 바르게 걷기, 머리위에 책올리고 버티기 등 몇분의 시간만 내도 충분하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편안함은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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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연약한
신조 타케히코 감독, 나가사와 마사미 외 출연 / 루커스엔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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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깨끗하고 연약한>은 나가사와 마사미 때문에 보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통통 튀는 직장 여성역을 맡은 그녀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두 남여가 만나 서로의 고통을 주고 받고 사랑에 이른다. 전형적인 일본 이야기라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그저 잔잔하다. 마사미의 연기도 아직은 덜 여문듯 어색하다.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배우나 감독, 관객까지 사무치게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장점을 꼽자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다. 사람의 마음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괴물이 되기도 하고 산들바람으로 변하기도 한다. 

 

두 남녀의 자책감은 누구나 갖게 마련인 감정이다. 살아오면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남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 반대로 마찬가지다. 문제는 스스로의 잘못과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다. 그 선은 지나치게 과도해서도 모자라도 안된다. 살 길은 소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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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파라마운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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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이드>에서 불후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연재물을 실을 전이 있다. 기획이 흥미로워 꼬박꼬빡 빠지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마지막은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인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의 열기>도 그렇다. 마지막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첫 등장씬만큼은 강렬하다. 존 트라볼타가 거리를 뽐내듯 걸으며 디스코를 춘다. 눈에 들어온 여자를 만난 순간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퇴짜를 맞아 별것 아니라는듯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신나게 걸어간다. 이 장면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만약 영화사상 가장 멋진 첫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토요일 밤의 열기>를 뽑겠다.

 

영화도 영화지만 비지스의 사운드 트랙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디스코의 고전이라 할만하다. 유일한 낙이 주말에 클럽에 가 춤을 추는게 낙인 젊은이들의 꿈과 고난이라는 주제는 흔하면서도 신선하다. 음악과 춤이야말로 언제 어느 때나 위대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2년만 지나면 영화가 만들어진지 40년이 되는데도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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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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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오의 소설은 기본빵은 한다. 읽고나서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무코다 이발소>는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딱히 지명 따위 알지도 못해도 사이즈가 딱 나오는 내용이다. 젋은이는 다 떠나고 늙은이들만 남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쇠락해버린 마을. 그 마을에 청년들이 돌아오면서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이발소 주인 무코다는 시큰둥하다. 그래봤다 별 거 없거든.

 

히데오는 끄집어낸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동네에서 하나둘 스토리를 미역줄기처럼 건져낸다. 늙은 청년에게 찾아온 중국여자와의 국제결혼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소재는 그야말로 깨소금 팡팡이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나이들을 인정한 책 글을 써내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동시에 인기를 얻는 건 더더욱.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제나 청춘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겉멋은 사라지고 본질을 찾게 되는데, 오쿠다는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솔직 담백한 문체로 중장년층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하루키의 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아득한 청춘을 곱씹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히데오의 글을 읽으며 성석제가 떠올랐다. 둘 모두 재담이 장난이 아니고 주변부나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대사 배틀에 능하기 때문이다. 성석제가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히데오를 추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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