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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데오의 소설은 기본빵은 한다. 읽고나서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무코다 이발소>는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딱히 지명 따위 알지도 못해도 사이즈가 딱 나오는 내용이다. 젋은이는 다 떠나고 늙은이들만 남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쇠락해버린 마을. 그 마을에 청년들이 돌아오면서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이발소 주인 무코다는 시큰둥하다. 그래봤다 별 거 없거든.
히데오는 끄집어낸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동네에서 하나둘 스토리를 미역줄기처럼 건져낸다. 늙은 청년에게 찾아온 중국여자와의 국제결혼은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소재는 그야말로 깨소금 팡팡이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나이들을 인정한 책 글을 써내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동시에 인기를 얻는 건 더더욱.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제나 청춘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겉멋은 사라지고 본질을 찾게 되는데, 오쿠다는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솔직 담백한 문체로 중장년층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하루키의 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아득한 청춘을 곱씹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히데오의 글을 읽으며 성석제가 떠올랐다. 둘 모두 재담이 장난이 아니고 주변부나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대사 배틀에 능하기 때문이다. 성석제가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히데오를 추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