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폴 버클리 엮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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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근무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책 표지다. 여러가지 시안을 두고 고민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여러 버전의 표지를 책에 쒸운 다음 서점에 가서 진열대에 슬그머니 놓고 어느 표지가 눈에 뜨이는지, 손님들이 어느 책을 집어 드는지 몰래 관찰하기도 한다. 그만틈 책 표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펭귄은 값싼 페이퍼 북의 대명사이지만 북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펭귄 로고 자체부터 특이했다. 도서 브랜드를 펭귄으로 한다고. 초창기에는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 펭귄은 명실상부하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책은 펭귄이 책 디자인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와 상의하며 책 내용에 부합하는 표지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이고 타이포(글자체)나 간격에도 강박에 가깝게 심형을 기울인다. 다른 듯 하면서도 이 책은 펭귄이다라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전담 북 디자이너가 있었다. 영미판 소설은 칩 키드. 에세이는 안자이 식으로.  일부의 혹평도 있었지만 그가 지금처럼 오래 소설가로 살아남은 이유에는 일관된 디자인 덕도 컸다, 고 생각한다.

 

우리 상황은 다소 다르다. 물론 훌륭한 북 디자이너가 많지만 작가와 출판사간에 균형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구체적으로 출판사가 슈퍼 갑이고, 디지이너가 울트라 을, 작가가 힘없는 을인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도 해도 북 디자인에 관여하기는 힘든 구조다. 작가의 역량 문제도 있지만 쓸데없는 간섭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특정 작가라면 떠오르는 북 디자인이나 일러스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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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 담백 군대 이야기
주호민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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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는 까도 까도 계속 알맹이가 나오는 밤톨이다. 적어도 군대를 마친 사람에게는.

 

주호민이라는 작가를 정하고 그의 만화를 차례차례 읽어나가고 있다. <짬>은 그의 데뷰작이다. 초창기 작품은 여러가지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이다. 내 소감은 착함이다. 군대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주호민은 선함을 무기로 인간애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제대한 군대쪽으로는 오줌도 갈기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군대 또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희한한 건 어느 시대나 군대는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침상이 바뀌고 전투복이 개량되었더라도 군대 정문을 통과하면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부대를 감싼다. 2000년대 군을 다녀온 주호민 작가에 비하면 한참 전에 군 경험을 했지만 신병훈련소, 점호, 유격, 혹한기, 짬밥, 건빵. 뽀굴이, 휴가, 말년 등의 단어들은 변함이 없다. 

 

군대의 경험은 강렬하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 약 2년 가량을 같은 옷을 입고 뒹구는 집단 체험의 힘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제각각의 렌즈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다 자기가 제일 고생했다지. 참고로 내 주특기는 탄약이었었는데, 탄약이야말로 생사를 넘나다는 극한 상황에서  ... 아아아 그만.

 

주호민은 누구나 겪었지만 아무나 말하기 힘든 군 경험을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군인들도 주말에는 쉬고 농땡이도 피우고 장난도 치는 존재라는 걸. 그러면서도 할  때는 정말 제대로 하는 멋진 사나이라는 것을.  

 

덧붙이는 말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했지만 특히 첫 휴가 복귀하며 부대 정문앞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정말 지옥의 문이 있다면 꼭 그랬으리라. 아무 것도 모르고 군대를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 이미 군대란 어떤 곳이라는 맛을 봤기에 더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그러나 제대를 하고 군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 마냥 기쁘지많은 않은 막막한 느낌은 또 왜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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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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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집어들기 어려운 책이 있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데 과연 그 정도일까 약간 의구심이 들 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도 그런 책이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에 과감히 책을 펼쳤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옛날 책인데 과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톰은 정원이 딸린 친척집에 머문다. 심심하다.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친척은 친절하시긴 하지만 속속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어렵다. 그저 정해진 시간을 때우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는 순간 자명종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뎅 뎅 하고 울린다.

 

판타지 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뭔가 막연한 세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내 방 문을 열고 나갔는데 바로 눈앞에 런던의 버스커빌가가 펼쳐진다면. 게다가 셜록 홈즈와 왓슨이 살아 숨쉬며 내게 영국 액세트로 "실례하지만 길 좀 비켜줄래"라고 한다면.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일상이 곧 환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제나 익숙해 전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집에서 몇 십년전의 예쁜 소녀가 내게 함께 정원 산책가지 않을래 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해리포터를 포함하여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이르기까지 일상 환타지의 뿌리는 바로 톰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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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 노트
길예르모 델 토로.마크 스콧 지크리 지음, 이시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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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혹독한 터널을 지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다. 신이 중심이던 시대 종에 불과했던 인간은 비로서 스스로 주인임을 선언하고 자신들을 지배하던 모든 체제에 의문을 품었다. 종교, 왕, 귀족 모두 헛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혁명의 불길에 몸을 던졌다. 혁명음 마음에도 전해졌다. 호기심의 대상은 차고도 넘쳤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그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후 인간은 또다른 굴종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대규모 대량으로 공급되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기계 앞에 굴복한 인간들은 부를 신앙삼아 그 속에 안주하며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왕과 귀족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신분사회를 세습시켰다.

 

역사는 돌고 돌기 마련. 모두가 풍요롭다고 여겨지는 지금, 인터넷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접속하는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되고 모든 인간은 비범한 존재가 되고 만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영화 감독이자 미술가이자 발명가이자 미친 사람이다. 이 책은 창의력이 사실은 바로 노트에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판의 미로>를 보고 대체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의 머릿속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 결과는 가늠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숙주처럼 퍼저나가는 상상력의 꽃에 기생주처럼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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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컬렉션
매트 졸러 세이츠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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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 꿈속에서나 볼법한 산 위의 호텔, 그 안에는 쇠락해가는 잔상들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한때는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사라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책을 펼치는 순간 영화속의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처음 호텔을 본 벨보이의 소리없는 환성, 소파에 앉아 손님없는 로비를 지그시 바라보는 호텔주인, 케익처럼 달콤해보이던 그랜드페스트 호텔.

 

예술인들은 우리가 꿈꾸는 그러나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환상을 현실로 불러오는 마술사들이다. 이 책은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꺼내먹듯 읽으시기를. 이제 당신은 진짜 꿈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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