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생각하는 숲 17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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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양 어깨에 짐을 잔뜩 얹어놓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웃기시네라고 말하던 나이는 이미 지났다. 겉으로만 그렇지 않은 척 할 뿐이다.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나이듦의 품위를 지키려 애쓰고 또 애쓴다.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필요가치가 없어져 효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혼자만의 외롭고 고독한 삶에 익숙해지려고 크리스마스 때도 텔레비전의 특별 프로그램들을 챙겨보며 상심을 달랜다.

 

그러나 찰나의 즐거움도 순간뿐. 세상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라져간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는 생각에 울적해진다. 그런 그녀에게 위험에 빠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폭설에 자동차까지 고장나 갈 곳이 없는 한 가족의 집의 대문을 두드린다. 순간 두려움에 휩싸인 할머니는 모른 척 할까 하다가 용기를 내본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이 동화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착한 버전이다. 악덕한 수전노 스쿠루지와 대조되는 선한 할머니 마르게르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스스로 깨닫고 새 삶을 열어간다는 것이다.

 

혼밥, 혼술이 대세인 요즘. 고독이 주는 우울은 단지 늙은이들만의 몫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한창 젊은 나이,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혼자인 것이 편하다며 어울려 사는 삶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혼자인 것이 나쁜게 아니라 남에게 관심을 끊는게 문제임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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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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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헌신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과연 그럴까? 모든 부모가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고 싶다는 바램이야 있겠지만 현실이 늘 그렇지는 않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여자에게 찾아온 아이. 의무감으로 잘 보살피려 애써보지만 아이는 어긋나기만 한다. 어머니를 무시하고 못된 짓만 일삶는다.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자식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들 이야기는 흔하다. 반대로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이들도 많다. 대체 부성애나 모성애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영화는 가족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지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서로를 위해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아무리 부모지만 아무리 자식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사이라면 어떻게 헤야 하나?

 

흔히들 부모 자식 관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애증이 쌓이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축적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관계를 미화하기에 급급했다. 그 역사는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어살기 시작한 이래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이어져왔다. 태어나자마자 자식을 버리고 도망치는 부모를 용서하지 않고 돌로 쳐죽였다. 케빈은 반기를 들었다. 과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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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 생각하는 기계, 인공지능을 처음 생각한 남자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9
짐 오타비아니 지음, 릴런드 퍼비스 그림, 김아림 옮김, 이광근 감수 / 푸른지식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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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스티브 잡스가 그를 기려 배어문 사과를 회사 로고로 쓴 덕이 크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튜링이 잡스보다 몇 백배 더 위대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컴퓨터 체제를 발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튜링의 꿈은 무모한 망상에 가까웠다. 누구도 그의 말을 신회뢰하지 않았다. 게다가 동성애자였다. 올핌픽 출전을 노릴만큼 빼어난 육상선수였다는 장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영국은 그를 버렸지만 앨런은 조국과 더 나아가 자유민주진영의 구세주가 되었다. 독일의 암호 시스템을 풀어냄으로써 2차 세계대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도 독일과 일본이 지배하는 군국주의 사회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앨런 튜링의 이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대기를 만화로 흥미롭게 풀고 있다. 워낙 다양한 업적을 남긴 그이에게 이 책 한 권으로 앨런 튜링의 사상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사람들께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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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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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장사꾼이었다. 그다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돌아가실 때 남긴 빚이 3억 원 정도였던 걸 보면. 살아계실 때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등기부등본은 줄쳐진 페이지로 가득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보루였던 집마저 암투병이 길어지면서 홀랑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집을 처분하고 용인의 아파트먼트로 이사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찰나 갑자기 병이 더 도지는 바람에 급하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후 아버지는 삶을 마감했다. 지금 그 집은 아직도 살아 남아 구매 당시보다 몇 십배나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인을 대접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신분 서열(사농공상)에서도 맨 밑바닥이었다.  그만큼 천한 직업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치고 재벌이 성장하면서 상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바뀌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멸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부러워하면서도 욕하는.

 

그러나 상인이 없다면 이 사회는 절대 굴러갈 수 없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과 방, 그리고 전구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시장에서 팔았기 때문에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곧 판매와 구매 사이에 상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없었다면 만드는 사람이나 사려는 이들 모두 대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시장을 우습게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나 정부가 적절한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만 물건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공하면 사적 시장이 필요없다는 발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장과 상인을 배제한 시스템의 붕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상인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시스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다. 다른 업종이 대부분 권위에 의존하거나(법, 제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일이었다면(제조) 상업은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술사같은 일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과 적절한 가격을 귀신같이 알아서 제공하지 않는가?  제조업자에게 보다 더 싼 값으로 물건을 만들도록 독촉하는 것 또한 상인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상인에 대한 인식은 좋지 못하다. 상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에서 보듯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전노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나오는 스쿠루즈는 또 어떤가?

 

그러나 겉모습을 한번 뒤집어 보면 상인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버티는 버팀목임을 알 수 있다. 돈 앞에서는 상대가 누군지 따지지 않고 한결같이 친절하며 냉정해야만 하니까.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그러질 못했다. 장사꾼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건 돈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낸 탓이 크다. 집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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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오 세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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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화는 사회주의 사상이 짙게 배어있다. 1960년대 일본 체제의 전복을 노리던 전공투 세대가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대거 예술계통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허리케인 조>는 대표적인 좌파 만화다.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일본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다. 그 전통은 아직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인 일본 사회지만 만화를 포함한 예술분야는 저항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하나오>도 그 중 하나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가 끔인 아버지를 아들은 물정 모르는 중년아저씨라고 대놓고 비웃는다. 별거중인  아버지와 방학기간 동안 함께 살게 되면서 그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는 응원하기에 이르는데. 

 

보는 내내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가 연상되었다. 일본 국가주의에 반기를 들고 가족 모두를 끌고 님쪽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에야 어른 하면 보수적인 국가주의자들이 연상되지만 이른바 386세대가 노인이 되면 진보적인 공동체주의자들이 꼰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어린 세대는 보수적이 될 지 모른다. 현재의 일본처럼. 문제는  보수든 진보든 권위적인 늙은이들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두 세대 모두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 곧 개인이 모든 세상의 중심임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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