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 특별 한정판 (3disc) - [2disc + O.S.T.]
정지우 감독, 박해일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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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깨비> 열풍이 거세다. 늘 뒷북인 나는 종영이 되고 나서 다시 보기로 뜨문뜨문 보고 있다. 공유에 빠진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김고은이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좋아서다. 성차별 아니니 오해마시길.

 

김고은에게는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연기인 듯 연기 아닌 자연스러움이 장기다. <치즈 인 더 트랩>에서도 그랬다. 다소 황당한 전개와 원작인 웹툰과 스타일이 달라 미스 캐스팅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줍음과 활달함을 오고가는 김고은의 표정을 보기 위해 끝까지 달리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은교>에서도 그랬다. 두려움과 셀레임이 교차하는 은교의 복잡한 심정을 탁월하게 보여줬다. 다만 박해일의 연기는 아쉬웠다. 아무리 노인 분장을 했다고 해도 관객들은 주름 안에 숨어 있는 청년의 온기를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나이대의 배우가 연기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덧붙이는 말

 

김고은의 마력은 젊음에 기댄 측면이 크다. 교복을 입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여배우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김고은은 어머니에게 남들이 바라는 그런 여배우는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어떤 계획인지 궁금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전히 젊음을 무기로 남성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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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 아웃케이스 없음
이수진 감독, 정인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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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모두 기준이 다른 것이다. 재미, 감동, 교훈(?). 내 원칙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한공주>를 보고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여자아이를 집단 성폭행하는 질풍노도의 남자 청소년. 그들은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 인형을 쓰고 그 짓을 했다. 그 장면이 내 머리속에서 사리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우아한 부모밑에서 훌륭한 교육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모가 나기 쉽지 않다. 반면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애들 교육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집안에서는 상식은 말아먹게 마련이다.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한공주는 그 틈새를 어떻게든 비집고 나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부딪친다. 그러나 울분을 토하면서도 합의금을 받아 챙기는 아버지와 쉬쉬 하기 바쁜 선생과 손가락질하는 친구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한공주는 죽어야만 용서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내가 왜,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왜, 내가 왜 죽어야 해.

 

덧붙이는 말

 

천우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곡성>을 포함해서 다른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그를 보고 프로필을 보다 어, 하는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맞아, 천우희였어. 될성부른 떡잎 운운하지는 않겠지만 역시하는 감탄사를 숨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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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빙해사기 - 상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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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대세가 된 지금 빙하기는 생뚱맞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빙하기에 대한 논란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있었다. 몇 년간 이상저온 현상이 지속되자 또다른 빙하시대가 오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지구는 몇만년 주기로  빙하기를 맞아왔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완벽한(?) 날씨는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이 책은 빙하시대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름 없이 생존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다른 생명체와 싸우기에도 버거운 인간들은 자신들 스스로도 다툼을 자초한다. 극심한 자연환경도 모자라 사람들과도 투쟁을 해야 하는 인류의 미래는 과연?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에 주목해야 한다. 다니구치 지로는 <열네살>, <느티나무의 선물> 등으로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최근에는 <고독한 미식가>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는 생활속에 스며든 자잘한 일상속 이야기를 잘 그려내는 작가이다. 반면 <지구빙해사기>는 스케일이 큰 대작이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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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음악 보고서
남우선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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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음악시간. 30대 중반쯤 된 학교 이사장 아들은 새로 나온 씨디를 들어보이며 음악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과연 잡음 하나없이 깨끗하다. 엘피의 지직거리는 소리에 익숙하던 내게도 신세계였다. 시간이 흘러 왜 수업시간에 선생도 아닌 이사장 아들이 들어왔는지는 의문이다. 신문명을 자랑하고 싶어서, 아니면 정말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아무튼 분명한 건 그 때 들었던 음악이다. 지휘자나 악단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악만은 선명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다. 다음 시간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사과했다. 지나치게 들떠 여러분을 무시한 것 같다. 굳이 미안할 일인가? 사실은 이미 씨디를 접한 아이들이 많았으며 집에가서 부모님께 이사장 아들이 자신들을 깔본다고 이야기 한 듯 싶다. 부모는 다시 학교에 전화를 걸어 따지고. 이해하시라, 강남에서는 이런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씨디도 구세대인 세상이다. 이젠 죄다 파일이다. 이 책은 파일이 넘쳐날 때 씨디와 엘피가 훨씬 사람의 귀에 좋다는 편견(?)으로 썼다.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달라 지금은 파일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나같은 사람은 여전히 엘피가 좋다고 여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습관의 문제다. 나쁜 소리는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컨디션이 결정할 문제다.

 

덧붙이는 말

 

책으로 엮기에는 주제가 겅중겅중 뛴다. 아놀로그 소리에 대한 다큐 이야기에서 자신의 엘피 사랑에 사생활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제대로 썼다면 더 좋을 뻔 했다. 윤광준의 <소리의 황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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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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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받은 후 나온 반응은 두 갈레였다. 그럴줄 알았다와 그 정도까지는. 나는 뒷 줄에 섰다. 여성주의에 입각한 독특한 소재와 탐미적인 문장을 쓸 줄 아는 작가임에는 분명하지만 약점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스토리에 약하다. 곧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떨어진다. 사물이나 현상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묘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묘사가 빼어난 것도 아니다. 문장은 지리멸렬하고 게다가 비문도 넘친다. 그럼 너는, 이라고 한다면 나는 지금 평론을 한다, 라고 말하겠다.

 

이 책은 한강의 단편 <노랑무늬 영원>을 영어 번역과 함께 실었다. 여성의 상처를 주제로 삼있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과 별 차별이 없다. 설명이든 묘사든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빙빙 겉만 돌고 있는 문장도 여전하다. 예를 들면 '여덟 살 연상의 잘생긴 형부' 같은 표현이 그렇다. 도대체 여덟살 연상이 무슨 의미가 있고 잘생겼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다. 코가 오른쪽으로 살짝 휘었지만 웃을 때는 샤프한 느낌이 들어 멋있어 보인다든지. 글을 보며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영어번역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럴 수가? 전혀 다른 소설이 아닌가? 문장은 간결하고 묘사는 적확하다. 사소설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원작과는 다르다. 번역의 힘을 새삼 깨닫는다. 비문은 절대 탐미적인 문장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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