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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 아웃케이스 없음
이수진 감독, 정인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모두 기준이 다른 것이다. 재미, 감동, 교훈(?). 내 원칙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한공주>를 보고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여자아이를 집단 성폭행하는 질풍노도의 남자 청소년. 그들은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 인형을 쓰고 그 짓을 했다. 그 장면이 내 머리속에서 사리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우아한 부모밑에서 훌륭한 교육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모가 나기 쉽지 않다. 반면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애들 교육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집안에서는 상식은 말아먹게 마련이다.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한공주는 그 틈새를 어떻게든 비집고 나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하게 부딪친다. 그러나 울분을 토하면서도 합의금을 받아 챙기는 아버지와 쉬쉬 하기 바쁜 선생과 손가락질하는 친구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한공주는 죽어야만 용서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내가 왜, 아무 잘못 없는 내가 왜, 내가 왜 죽어야 해.
덧붙이는 말
천우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곡성>을 포함해서 다른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그를 보고 프로필을 보다 어, 하는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맞아, 천우희였어. 될성부른 떡잎 운운하지는 않겠지만 역시하는 감탄사를 숨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