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 - 아웃케이스 없음
오렌 펠리 감독, 케이티 피더스톤 외 출연 / 프리지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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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거슬렸다.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웅얼웅얼 거리다 고함치는 소리가 안방 천장으로 스며들었다. 그래, 이사한 날이니 시끄러울 수 있지. 그러나 하루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음은 더욱 커져갔다. 흐느끼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윗층으로 올라갈까 하다 층간 소음으로 칼부림까지 난다는 뉴스를 보고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경비실에 연락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며칠은 괜찮았다. 물론 숨죽인듯 흑흑 거리는 소리는 여전했지만. 그런 것까지 시비를 걸 수는 없앆다. 

 

 

"할렐루야, 죄인은 썩 물러가라"

 

 

자다가 봉창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목청껏 내지르는 큰 소리에 놀라 거실에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35분. 아내의 말리는 소리를 물리치고 잠바를 걸치고 현관문을 거칠게 열고 윗층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심장은 심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살인을 앞둔 남자의 심정은 이런 것일까?  막상 문 앞에 서자 망설임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문 옆에는 빗자루가 세워져 있었다. 과연 차분하게 제발 부탁이니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심호흡을 크게 서너번 하고 벨에 손을 올렸다. 딩동. 답이 없다. 딩동, 딩동. 여전히 무응답니다. 흥분이 다시 치민다. 딩동, 딩동, 딩동. 드디어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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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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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다, 라고들 말한다. 단지 식민 지배 경험이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한 대만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또한 반일감정은 있지만 일본과의 축구경기에서만큼은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결심하는 나라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개인적으로는 뒤늦은 민족주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될 무렵만 해도 우리의 민족의식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랜 왕조국가의 전통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기 때문에 나와 국가를 동일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지배계급의 교체로 여긴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식민지배를 33년에 걸쳐 받게 되면서 자주 국가에 대한 멸망이 커져갔다. 일종의 반동인 셈이다. 마치 괴물의 폭압을 거치면서 괴물을 닮아가듯이 남한과 북학은 모두 강력한 국가체제를 수립해 나갔다.

 

일본은 이미 국가시스템을 우리보다 앞서 메이지유신을 거쳐 성시켰다. 4개로 분리된 섬, 막부체제의 전통으로 단일 국가 이미지가 없던 일본으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급기야는 제국주의의 깃발을 들고 서양 오랑캐에 맞서 대동아 공영을 명분으로 조선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먹어치우더니 겁도 없이 미국의 진주만에 가미가제 공격을 감행하였다.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에는 제국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일본의 야망과 허무가 짙게 배어 있다. 겉으로는 자연파괴에 대한 저항과 영국 침략계획을 실패한 독일 잠수함 부대를 다루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세계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이것이 바로 제국의 경험이 있는 나라와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아의 차이인가? 일본은 여전히 바로 옆나라에서 아무리 우습게 보고 욕을 해도 가 짖나라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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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전설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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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은 비주류다. 아직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공상과학 작가가 없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증상이 더욱 심하다. 오죽하면 스타워즈의 흥행도 시원치 않은 형편이다. 가난할 때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먹고 살만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인기가 시들한 걸 보면 경제력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상상력을 얽매는 제도와 관행 탓이 아닐까?

 

옆나라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소설과 만화에서 맹활약중이다. 훙미로운 건 다른 장르와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학원물과 우주를 연결시켜 <너의 이름은>같은 결작은 탄생시키는 식이다.

 

<거인들의 전설>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다소 올드하지만 주제의 참신성은 높이 살만하다. 빙하기를 맞게 된 거인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먼 시간이 지나 또다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우연히 냉각보관된 거인들을 발견한다. 과학자들은 거인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태양을 대체할 행성을 폭발시키는데.

 

얼핏 보면 황당해보이지만 과학적으로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가 태양계중 가장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이유는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깝게 위치하지 않다 에너지를 골고루 전달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태양의 에너지도 고갈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물론 우리 세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먼 훗날 언제가는 반드시 발생할 일이아는 점을 감안하면 그저 웃어 넘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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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즐거움 - 7:5:1 정리 법칙으로 일상이 행복해지는 기술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선형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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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소파가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결혼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거실이 좁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3평에 살기도 했으니. 지금이라고 해서 확 넓어진 것은 아니지만 소파를 놓을 여유는 된다. 그럼에도 소파를 포기한 이유는 그 자리를 늘 차지하고 있는 책장 때문이다. 소파는 포기해도 책은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는 심리랄까?

 

문제는 책이었다. 어느새 집안은 책들로 포위되어 버렸다. 왠만하면 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이런 저런 경로로 책은 늘어만 가고 거기에 씨디에 엘피까지 쌓이니 점점 집은 졸아든다. 급기야는 큰 맘 먹고 덜컥 오디오까지 지르고 보니 물건이 주인이고 사람이 종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버리기가 유행이다. 미니멀리즘 운운하며 집안 정리는 물론 간소한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생활전반에 퍼지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아무래도 물건을 쌓아두고 살다보면 이래저래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상실에 따른 아픔이 누군가를 만나 느끼는 설렘보다 백배는 크듯이 있던 물건을 버리는 것은 엄청난 결단을 요구한다. 다른 이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물건이 본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 보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버리려고 한다면 서둘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치워야 한다.

 

나의 경우 필요 없는 물건을 큰 본투에 담아 안 보이는 곳에 모아 두고 한달 이상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으면 그 때서야 버린다. 물론 막상 버릴 때도 그럴까 말까 몇번이나 고민하지만 에잇, 하는 심정으로 확 치워버리는 것보다는 낳다. 사람의 뇌는 급격한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버리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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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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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사 유영하씨가 뜬근없이 대통령의 사생활 운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생뚱맞다고 여겼다. 아니, 지금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여성의 사생활이 어쨌다구? 당연히 이런 저런 비난이 이어졌다. 박근혜 변호인단의 궤변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영태씨를 블륜남으로 묶어 최순실 게이트를 덮어버리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들은 선과 악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법률싸움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곧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시키기 위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동시에 헌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사생활 운운은 바로 이러한 발상의 결과물이다. 

 

 

헌법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법이란 상식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되기 쉽다. 특히 법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먹이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야만인들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그러나 몽둥이를 들기 이전에 그들의 추악함을 들추어야 다시는 썩은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법으로 엿 먹이겠다면 법으로 받아치면 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나라 법조문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의외로 멋진 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헌법 1조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숙지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민주란 제도운영방식을 공화국은 통치 형태를 말한다. 곧 국민의 대표기구들이 민주적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 대통령은 비선을 동원하여 이 원칙을 파기했다. 그가 탄핵받아 마땅한 이유다.

 

 

이 책은 우리 헌법의 해설서다. 헌법 변천사를 포함하여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김하고 있다. 객관적인 서술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의 의미를 음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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