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탄핵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사 유영하씨가 뜬근없이 대통령의 사생활 운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생뚱맞다고 여겼다. 아니, 지금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여성의 사생활이 어쨌다구? 당연히 이런 저런 비난이 이어졌다. 박근혜 변호인단의 궤변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영태씨를 블륜남으로 묶어 최순실 게이트를 덮어버리려는 시도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놓은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들은 선과 악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법률싸움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곧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시키기 위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동시에 헌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사생활 운운은 바로 이러한 발상의 결과물이다.
헌법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법이란 상식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되기 쉽다. 특히 법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먹이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야만인들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그러나 몽둥이를 들기 이전에 그들의 추악함을 들추어야 다시는 썩은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법으로 엿 먹이겠다면 법으로 받아치면 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나라 법조문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의외로 멋진 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헌법 1조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숙지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 민주란 제도운영방식을 공화국은 통치 형태를 말한다. 곧 국민의 대표기구들이 민주적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 대통령은 비선을 동원하여 이 원칙을 파기했다. 그가 탄핵받아 마땅한 이유다.
이 책은 우리 헌법의 해설서다. 헌법 변천사를 포함하여 조항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김하고 있다. 객관적인 서술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의 의미를 음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