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4 : 낯선 조류
롭 마샬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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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댑은 우울하고 침울한 느낌의 배우였다. <가위손>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그가 유쾌하고 장난기 가득한 해적 선장으로 그것도 짙은 눈화장을 하고 등장할 줄 누가 알았으랴? 게다가 한 물 가다 한참 물거너간 해적 이야기라니, 방학 때 특집으로 방영해도 이젠 애들조차 그자디 좋아하지 않는데.

 

<캐리비언의 해적>은 이 모든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린 쾌작이었다. 정보와 권력, 돈으로 촘촘하게 줄세워진 현대사회에서 낭만을 되찾아주었다. 여기에는 극적인 영화음악, 장쾌한 스케일, 다영한 볼거리가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정점에는 조니 댑이 있었다. 조니 댑이 아니었다면 잭 스패로우 선장 역은 상상 불가였다. 

 

그러나 1탄에 이어 2, 3탄까지 초고속 히트를 기록했던  이 영화는 새로운 조류를 만나 암초에 부딪쳐 좌초되고 말았다. 조니 댑을 제외한 익숙한 파트너들이 교체되면서 영화는 조니 댑의 원맨쇼로 끝나고 말았다. 초반의 활기는 곧장 지루함으로 이어지더니 인어공주에 목사에 황당한 등장인물로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다. 그 결과 아무리 잭 스패로우가 특유의 익술을 부려도 관객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딱 그 전에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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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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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국어는 모국어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 모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어나 독일어같은 외국어도 배운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를 잘 알고 쓰는 것일까?

 

교육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다. 수학 또한 수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어가 이 모든 교육을 위한 적합한 언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 나라의 언어가 힘이 세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어의 힘은 강한 편이 아니다. 우선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나라가 많지 않다. 영어나 중국어의 기준에서 보자면 소수 언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만 해도 오리지널 자신들의 언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자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 하나만 보더라도 한글은 대댄한 언어다.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독창적인 문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 사실이 외국인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나 보다. 어떻게 한국같은 작은 나라에서 고유한 문자를 그것도 조선시대에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 노마 히데키도 그 증의 한명이었다. 호기심을 실천으로 옮긴 그의 결론은 한글은 말소리라는 것이다. 곧 사람이 하는 말에 최대한 가깝게 문자로 표시한 글이다. 실제로 한글로 표기가 불가능한 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는 물론이고 최근 잇따라 등장하는 신조어까지 표기가 가능하다. 뷁!

 

역설적으로 소리문자라는 특징은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문자가 소리를 옮기다보니 의미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무라고 하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나무를 연상하지만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나무가 왜 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한자나 그리스어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딜레머이다. 한글전용을 주장하지만 뜻을 담지 못하고 혼용을 하자니 우리 글의 독창성을 침해할 우려가 커서다. 한글 외에 다른 어떤 문자를 혼용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한자는 단지 우리에게 익숙해서있을 뿐 한글과는 조응하기 어려운 문자이다. 차라리 영어 알파벳이 한글과는 함께 쓰기에 낫다. 기본적으로 소리나는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이 닥친 도전은 위기이자 기회다. 앞으로 한국어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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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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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씨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생길이 훤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당대의 글쟁이 둘이 만났으니 오죽 하겠는가?  결국(?) 고도원씨가 먼저 나가 떨아지고 그 고난한 직책을 강원국 씨에게 넘겼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연설담당관이었던 그가 과연 제대로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글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잘하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했다. 글솜씨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말글처럼 글을 썼기 때문이다. 곧 권위를 잔뜩 실은 문어체가 아니라 말하듯이 글을 써나갔다. 이를 테면 '~했습니다"체가 아니라 '~했어요'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의 이런 글쓰기야말로 정치가로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신문사 주필이나 대학 교수가 아니다. 대중을 상대로 정부 정책과 자신의 비전을 호소력있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강원국은 이런 대통령의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 초창기에는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그 고생의 결과가 이런 역작을 탄생시켰다.

 

덧붙이는 말

 

말과 글이 서툴고 생각까지 뒤쳐진 박근혜 대통령 덕에 고 노무현, 김대중 대통형의 화술과 글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학벌이라는 권위에 기대지 않고 부단히 책을 읽고 쓰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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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2017-02-0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카이지 2017-02-02 2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박규호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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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이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직관은 금물이다. 옮고 그름이 분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을 수는 없다.

 

양자역학은 이 금기에 도전을 내민다. 예를 들어 상자에 갇힌 고양이가 있다고 하자. 상자 안에 있는 파이프를 열면 독극물이 나와 고양이는 바로 즉사한다. 문제는 그 파이프를 언제 열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고양이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상자를 열수 밖에 없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실험은 상상이다. 곧 머릿속으로만 하는 실험이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고안했다. 그는 왜 이런 사고실험을 했는가? 이 실험은 양자역학이 불완전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곧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내가 아는 범위에서 풀어보자면 양자역학자들은 에너지의 기원을 파동이 아닌 입자로 보고 뜨문뜨문 떨어져 있으면서 필요할 때만 뭉쳐 힘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반도체가 양자역학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양자역학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세상의 이치는 인과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테면 어떤 에너지가 어떤 계기에서 결합하여 폭발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세상살이도 비슷하지 않는가? 그 누구도 자신이 지금 처한 처지가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닥치는 상황에서 그럭저럭 굴러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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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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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운동 선수로만 알려져 있던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예예인 된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이 있는데 그는 강박적 청결과잉으로 유명하다. 이를 테면 샤워만 서너시간 하고 집안의 모든 물건은 제자이에 자리잡고 있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각도 반듯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 병적이라고 보면 충분히 병으로 볼 수도 있는데 예능에서 다루다보니 우스개 소리 비슷하게 여겨진다.  나 또한 웃고 만다.

 

그러나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아, 맞어, 하면서 자기 부정에 휩싸인다. 이 첵의 저자인 크리스텔 프티롤렝도 그런 사람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자신도 그렇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해결책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인정이다. 곧 그래 나는 강박증이 있어. 어쩔 수 없거든. 묘하게도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자신의 강박적 마음과 행동에 일종의 여유가 생긴다. 예전같으면 남의 눈치를 보며 하던 행동을 당당하게 한다. 이제 더이상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남들과 약간 다를 뿐이다.

 

의외로 이런 증세를 갖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안 그런척 숨기며 스스로를 더욱 괴롭힌다는 점이다. 차라리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면 어떨까? 정리정돈에 대한 강박이 있다면 청소를 끝내주게 하면 되고 대면기피증이 있다면 사람과 부딪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고백하자. 나도 일종의 강박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겠지만 내 해결방법은 거슬리는 것들을 피해 다니는 것이다. 어떤 특정 물건이나 대상을 만나면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회피야말로 가장 손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는 강박증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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