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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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상과학 소설은 인기가 시들하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개봉만 했다하면 세계가 들썩거리는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의 열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단지 살기가 팍팍해서 혹은 제도권 교육에 찌들어 상상력이 고갈되어서만은 아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르귄의 글은 복잡하면서도 난해하다. 가뜩이나 공상과학 소설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데. 그런 우려를 지닌 분들께 르귄의 단편을 추천한다. 기발한 상상뿐만 아니라 다 읽고 나서는 깊이있는 울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오멜라스는 떠나는 사람들>은 대표적이다. 단편이라기 보다는 초단편에 가까운 짧은 글이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도 가난하고 나도 잘 살지 못한다면 큰 고통을 겪지 않는다. 반대로 모두가 부자라도 걱정거리는 크지 않다. 문제는 그 차이가 벌어질 때이다. 곧 나릐 삶과 비교되는 생을 보게 되는 순간 슬픔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렇다면 단 한명만이 불행하고 나머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런 세상은 용납가능한가? 어느날 우연히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일인을 마주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소설에서는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 않다. 단지 생각할 거리를 줄 뿐이다. 자, 고민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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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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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찾아 읽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다. 다른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다. 시를 대신할 읽을거리가 많아져서이기도 하지만 시를 읊조릴 여유가 없어진 탓도 크다. 어쩌면 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공대생을 포함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수업 형식을 띠고 있다. 시를 소개하고 시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딱힌 참신하지 않은 이런 시도가 새로운 건 역시 그만큼 시가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시를 부활하려 애쓰기 보다는 시란 어려운 게 아니며 누구나 자신의 느낌을 자연스레 풀어내는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곧 시를 직접 쓰다보면 위대한 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내 넘버 원 시를 나누고자 한다.

 

술래잡기

 

김종삼

 

심청일 웃겨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 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 가리기 헝겊을 맨 채 한동안

한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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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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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다. 친가와 외가를 오고가는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 서울과 인천이리 오고가는데 열 몇 시간 걸리는 고충은 없었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다. 이런 날은 피곤함에 일찍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서평 하나쯤 남기고 싶어  가장 인상깊었던 책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냈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이 책은 의외로 유시민의 소개로 보신 분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그가 쓴 책에 소개되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모순된 감정이 들었다. 유시민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빼어난 책을 놓칠 뻔 했다는 좌괴감과 이렇게라도 읽었다는 다행스러움.

 

저자는 예슬이 되는 삶의 순간을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남편과 사위로 오늘 하루 그럴듯하게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너스레도 떨고 맞장구도 치고 살갑게도 굴고. 평소의 나와는 거리가 먼. 과연 나는 이중인격자인가?

 

아니다. 두 모습 모두 나이다. 마치 몸을 자연스레 파도에 맡긴 것처럼. 때로는 거세 파도에 휩싸여 몸이 휩쓸려가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좋아 다시 한번 타지 뭐 하고 다짐을 한다. 이런 삶과 예술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설날의 일상을 파도타기에, 그것고 말로만 듣고 하번도 해보지 못한, 에 비유하는 것이 바로 문학적 비유다, 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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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분위기 (2disc)
조규장 감독, 문채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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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힘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영화가 감독의 자식이라고는 해도 자식을 낳는 건 역시 배우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관객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배우 자체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문채원은 예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영화속 캐릭터에 완전히 몰두하기 보다 자시의 얼굴에 신경쓰는 느낌이 언뜻언뜻 들어서다. 손예원도 이 과이긴 한데. 아무튼 내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하룻밤 즐기기 위해 만난 남자를 대하는 문채원의 태도에서 과도한 즐거움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그 처지였다면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나서는 기쁨에 휩싸이면서도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에 도리어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야 마땅하다. 미안하지만 문채원은 그 미묘한 감정을 전혀 얼굴에 담아내지 못했다.

 

<외출>에서 남편의 외도에 복수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배용준과 하룻밤을 보낸 손예원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어떻게 바로 다음날 배용준과 바닷가 산책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손가락에 결혼반지까지 끼고. 배용준을 맞이하기 전 살짝 반지를 빼서 탁자에 올려놓았더라면 훨씬 관객의 공감을 더 얻었을 것이다. 

 

이 모든 디테일 없음이 용서받는 이유는 두 여배우 모두 무척 예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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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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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가장 큰 금기는 권위다. 무엇인가를 느끼기 전에 권위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이라는 후광을 업고 알려진 소설가다. 이 상은 작가에게는 영광이자 장애다. 스스로는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평생 읽기만 하고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작가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한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크면 저럴까라는 연민의 감정이 들다가도 팔자 한번 늘어졌네라는 비아냥을 하게도 된다. 나는 반반이다. 글의 원천은 영감일 수도 있고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곧 책을 읽는 일이 반드시 글쓰기의 근본이 된다거나 반드시 많은 경험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글이란 대단한 동시에 평범한 것이다. 반드시 위대한 문학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큰 감동을 받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신문지에 끼어 들어온 광고 전단지의 문구를 보고도 충격을 받을 수 있는게 글이다. 만약 뭔가 남들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글에서만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불행하게도 오에의 글은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원초적인 자아는 외면한 채 글 속에서만 의미를 찾고 있다. 하루키가 글쓰기도 소중하지만 밤늦게 일을 마치고 재즈 음악을 듣고 마라톤을 뛰고 난 후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기쁨을 똑같이 귀하게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는 전후세대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 이해는 한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과장하여 풀어놓고는 마치 가르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적어도 작가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작가는 늘 호기심 천국이이야 한다. 제목이 괜히 근사해 보인다고 내용까지 훌륭한 건 아니다. 독자 여러분 겉멋 든 타이틀에 절대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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