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밝혀낸 휴식의 놀라운 효과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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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란 무척 힘들다.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혼자 멍 때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령 명상에 빠져 있더라도 마음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가 강조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란 이런 저런 잡다한 일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을 하면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팔과 다리, 그리고 심정은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머리는 고요해지는 것이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수영을 하며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하는 나는 이해가 된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휘저으면서도 물살을 가르며 옛 집에 대한 추억을 계속 떠올렸다.

 

아마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수면일 것이다.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은 눈을 감고 휴식 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개운하게 잠을 자고 난 다음의 상쾌함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 질 좋은 수면과 같은 시간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사람의 몸과 마음은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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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지 않는 연습 -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시리즈
구사나기 류슌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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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철지난 다이어리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공고가 떳길래 얼른 들아가 보았다. 세트로 구입하면 준다고 하는데 마땅히 살 책이 없어 고민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 묶음을 일단 클릭하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다른 세트에 비해 값이 싸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틀이 지나 오늘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내가 원했던 다이어리는 이미 매진되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는 마음과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만약 공고가 나온 것을 보고 바로 주문했다면 다이어리를 득템해서 기뻣겠지만 막상 주문을 하고 받고 나면 이미 디이어리가 다섯 종이 넘는데 또 하며 한숨을 쉬었을 테니 말이다.

 

이 모든 삼라만상은 내가 반응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인터넷 서점도 이 점을 알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 가격을 낮추거나 사은품을 걸거나 재고를 싸게 팔아넘긴다. 소비자들은 내 지갑속 카드를 노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기회를 놓치면 손해본다는 착각에 빠져 바삐 손가락을 움직인다.

 

반응이 없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문제는 그 반응이 나를 피곤하게 하느냐이다. 이틀동안 내게 일어난 해프닝을 돌이켜보면 큰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피곤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이 피로는 발심, 곧 내 마음이 움직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떤 반응이 좋은 것인가? 다시 말해 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을 구분하여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반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예를 들어 집에 불이 났거나 지진이 발생했다면 최대한 급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쇼핑에서는. 나의 경우 사야할 목록을 미리 적어둔 다음 필요한 순서대로 지워가며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즉각 반응과 나중 반응을 구별하여 행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피곤함을 주는 반응을 줄이게 된다. 물론 완전하게는 힘들겠지만.

 

덧붙이는 말

 

이 글도 나중 반응을 적용하여 쓰고 있다. 한 주 동안 읽은 책 제목을 죽 쓰고 나서 감동을 받은 순서로 정리하여 하루에 쓸 분량을 정해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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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혜리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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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염증날 정도로 방대한 사건이 모여 쌓이는 것이고 그 편지는 그중 한 한 가지 요소에 지나지 않으니까. 결국 아무리 강한 마음도 긴 시간 축 안에서 천천히 변해가는 것이다. 편지를 건네줬든 건네지 않았든." 

 

<너의 이름은>이 히트를 치면서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언어학자가 주인곳인 듯 한 <언어의 정원>은 도서관 대출 대기자가 밀려 있고 <초속 5센티미터>는 한달 이상을 기다린 끝에 빌려 읽을 수 있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은 애니메이션이다. 곧 영화로 만들고 나서 그 내용을 토대로 책을 쓴 것이다. 일종의 영상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아직 못 본 터라 글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맴돌지 않았다는 말이다.

 

소설  <초속 5센티미터>는 세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다. 동경에 함께 살던 남여 중고생, 여학생이 전학을 가면서 서로의 사이가 멀어진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골에 살고 있는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동경에서 전학온 남학생을 짝사랑하며 서핑으로 그리움을 잊는데 결국 남학생이 다시 동경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은 전학으로 거리가 멀어진 두 남여중고생. 서로가 보고 싶어 결국 날짜를 정해 만나기로 하는데 하필 그날 폭설이 내린다. 과연 그 둘은 만나게 될까?

 

우리 같으면 어떤식으로든 결말을 맺고 싶어 달려갈텐데 일본인들은 결론 자체보다는 과정의 섬세함을 즐긴다. 두 주인공이 만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간에 주고받는 감정에 주목한다. 어찌보면 갑갑하고 달리 보면 감상적이다. 과연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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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 행복한아침독서 / 책둥이 추천도서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6
스티브 헤인스 지음, 소피 스탠딩 그림, 김아림 옮김, 고영훈 감수 / 푸른지식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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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자신의 문제를 어린시절에 겪었던 악몽때문으로 변명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소극적인 사람은 그 이유를 아이였을 때 지나치게 간섭이 심했던 엄마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은 트라우마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오해다.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미처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고통이 몸과 마음에 남아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곧 트라우마는 심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육체적인 증상이다.

 

글쓴이가 책 제목을 트라우마와 통증이라고 정한 이유는 바로 정신적 증상과 신체적 고통이 별게 아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뇌는 이 모든 현상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신체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뇌가 지나치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흔히 우리는 뇌하면 지적인 작업만 담당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심지어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일 등이 모두 뇌의 일이다. 뇌는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해경방법은 뇌의 일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습관적으로 강제로 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직장에 나서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기분 나쁜 감정이 먼저 든다면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몸은 어떤 형태든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를 드러내게 마련이니까.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몸에 각인처럼 새겨져 큰 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꾸로 아침에 일어나도 어디 갈곳없이 아무런 할 일도 없이 넋을 놓고 있어도 뇌는 힘들어한다. 너무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억지로라도 뇌를 움직여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식으로. 요컨데 뇌는 너무 일이 많아도 안되고 없어도 안된다.   

 

덧붙이는 말

 

본문의 내옹과 그림도 훌륭하지만 소개글은 매우 빼어나다. 고려대학교 정신과 의사인 고영훈은 "트라우마와 통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삶의 흔적이라"라는 글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제목 그대로 모든 고통은 삶의 흔적이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맞는 말이다. 의학적으로도 실제 삶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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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서명 엘릭시르 셜록 홈스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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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의 탐정 소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셜록 홈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책도 읽고 이름도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어린 시절 축약본으로 본 것을 마치 전체 내용을 다 읽었다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어른이 되고 다시 완전체로 셜록 홈즈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감탄한다. 아니 백년이 넘은 책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비비씨가 제작한 셜록 시리즈를 보면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배경과 도구를 살짝 바꾸었을 뿐이지만 기본 뼈대가 되는 이야기에는 큰 변화가 없다.

 

거대한 셜록 세상의 위대한 출발은 <네 사람의 서명>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프카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완슷이 부상으로 제대하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찾아나서면서부터다.  지금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가 막힌 설정 아닌가?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기에 그만 생략한다. 읽어보시라.

 

저작권이 만료되면서 숱한 판본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엘릭시스에서 나온 책들이 읽을만하다. 번역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 손에 딱 들어오는 하드카버 문고판이 마음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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