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미니즘 공부법 - 도쿄대에서 우에노 지즈코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다
하루카 요코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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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실제로 그런 이는 없다. 더우기 남자들은. 실제로 여성에 너그럽다고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을 마치 패미니스트인 것처런 치장하는 숫컷들이 얼마나 많은가? 너그럽다는게 대체 무슨 말인가? 여성을 보호대상쯤으로 여기는 권위주의 시대의 발상 아닌가?

 

저자는 도쿄대에서 패미니즘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연예계통에서 일하는 글쓴이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공부도 낯설고 패미니즘도 어설프고. 요코는 그 과정에서 여성주의야말로 인간에 대한 기본 신뢰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 사실 하나를 깨닫고 위해 도쿄대에 가서 어려운 문헌을 읽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토론을 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은근히 도쿄대 경험을 자랑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 저자가 시골 동네에 가서 할머니들과 함께 농사짓고 관청과 싸우며 그 과정을 글로 썼다면 훨씬 더 공감이 갔을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저자가 연예계에서 일해서 그런지 여성비하나 추행은 다른 업종보다 더한 듯 하다. 아무래도 자유로운 영혼 운운하며 격식을 차리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발생하겠지. 작년 우리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군 여성폄하 논쟁을 보며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해답은 서로 조심하며 직업윤리를 엄격히 세우는 것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여배우 강압 노출? 노동 현장 인권 문제)를 참고하시길.

 

http://www.hankookilbo.com/v/ff0a5e3ebfda41f2b507f1c88bdd75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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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공부의 시대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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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후대에 전한다. 김영란은 이미 그 목적을 이루었다. 그것도 살아 생전에. 길이길이 김영란법으로 남을 제도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부정청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이법의 원래 명칭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은 두고두고 남게 되었다.

 

대법원에서 일한 후 국민권익위원장까지 마친 그가 더이상 무슨 욕심이 있을까 싶었는데 글쓰기 열정은 여전히 강렬했나 보다. 연이어 강연집을 포함하여 책을 써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글솜씨가 보통 이상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양한 관점에서 쉽게 전달하는 글쟁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나 지식을 출세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은 그의 아우라가 지위가 아니라 독서력에서 나오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깜짝 놀라 그가 언급한 책들을 따로 적어 서점에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는 당장의 쓸모 보다 관심의 범위를 넓혀 두루두루 책을 읽어나갔다. 그 결과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혀주었다.

 

이를 테면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에서는 모든 가치를 숫자로 표시하는 공리주의자가 나온다. 숫자가 절대적인 가치가 된다는 것은 숫자화되지 않은 것에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결과 모든 정책은 수치화되고 비용과 편익이라는 지극히 계산적인 도구외에는 염두에 두게 되지 않는다. 흔히 파업이 발생하면 몇 억원의 손해가 발행하느니 어떤 시설을 새로 지으면 얼마의 경제효과가 일어난다는 따위의 근거없는 근거들을 보라. 실업으로 생계의 위협은 자존감까지 떨어져 자살충돌에 시달려 다리위를 방황하는 가장의 굽은 어깨는 그 어느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도로가 건설됨으로써 고향마을이 두쪽 나 땅 소유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간에 철천지 원수가 되는 상황 또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김영란은 소위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일수록 어떤 제도 혹은 정책으로 영향받게 될 사람들의 처지에 공감 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공감이란 지배세력이 아주 좋아하는 법과 원칙의 차별적 적용이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학 서적만 읽을 게 아니라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시와 소설도 함께 보아야 한다. 그 쓸모없음이야말로 진짜 쓸모있음을 알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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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다이노 - 한국어 더빙 수록
피터 손 감독, 레이먼드 오초아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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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지구의 주인공은 공룡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그 많던 공룡이 살아진 이유 중 가장 유력한 설은 행성 충돌이다. 공룡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사리진 것을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공룡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공룡 이야기가 아이들 책과 잡지에 늘 소개되곤 했는데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굿 다이노는 공룡 이야기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공룡이 주인공이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기 공룡은 설상가상으로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된다. 만약 자신을 괴롭히던 인간 아이와 친구가 되지 않았다면 공룡 알로는 외로움체 지쳐 죽음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알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아인 아이 스팟과 함께 가족을 찾아나서면서 점점 성장해간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소한 위기도 극복하지 못하던 알로는 친구를 위해 희생을 할 줄도 알게 된다. 결국 알로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와 형제들을 만나게 된다. 

 

글을 쓰고 보니 뻔한 스토리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미덕은 나약한 한 공룡이 어떻게 장애를 넘게 되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아빠가 자신을 위해 계곡에서 몸을 던져 죽게 되는 장면에서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눈물이 이미 한가득 눈동자에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공룡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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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부 (스페셜 리허설 에디션 대본)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잭 손.존 티퍼니 원작, 잭 손 각색,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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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끝날듯 끝나지 않으며 이어지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막을 내리자 독자들은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초조해지고 말았다. 해리포터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지점에서 조안 롤인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른이 된 해리포터 이야기는 마치 초반분에 아역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사극 드라마에 성장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리 포터 이야기의 중심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들이라는 점이다. 수염이 듬성듬성 난 피터팬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작가는 영리했다. 장르를 바꾸자. 일단 시나리오를 써서 연극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반응을 보자. 반응이 좋다면 그 때 소설로 바꾸어 써도 좋다. 시니리오니 집단 창작도 가능하다. 연극 대본은 소설과는 전혀 다른 전문분야이니까.

 

만약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작가였다면 무슨 개소리냐며 이런 제안을 걷어차버렸겠지만 조안 롱링은 겸허하게 해리 포터에 대한 전세계 팬들의 열화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정부의 생계보조금을 받으며 카페에서 글을 쓰던 시절의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보자. 역시 큰 줄기는 어른이 된 해리와 아들이 겪는 갈등이다. 해리는 아들의 모습에서 어린시절의 자신과 기억조차 없는 부모를 함께 떠올리며 혼돈에 빠진다. 도대체 이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다. 그가 아무리 영웅이고 초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이었다고 하더라도 아들과의 관계는 쉽게 풀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과연 연극무대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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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 (양장) - 대화로 푸는 한국 가요사
최준식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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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란 지난 세월을 충분히 돌아볼 나이인가, 아닌가? 여하튼 중요한 건 육십살쯤 되면 회고록 비슷한 걸 내도 욕할 사람들은 없다. 단 백 이십살 이상까지 젊음을 유지하며 산다면 예외가 되겠지만.

 

글쓴이는 푸대접 받는 대중음악에 열이 받아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제목이 좀 더 섹시해야 맞다.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이라니? 흘러간 옛 노래 타령 느낌이 물씬 나지 않는가? 내가 편집자라면 <악에 받쳐 쓰는 우리 대중음악>이라고 하겠다. 실제 내용은 이 제목에 더 걸맞다.

 

제목 때문에 내용이 가려 아쉬움이 커서다.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대중음악의 역사를 사건별로 재미있게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만약 연대기별로 주욱 늘어놓았더라면 아주 자루해졌을 것이다.

 

작곡가와 작사가에 주목한 점도 좋았다. 사실 우리에게는 가수가 주인공같지만 사실은 곡을 쓴 사람이야말로 실제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아무리 배우가 빼어나도 감독의 역량이 없다면 형편없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박춘석 같은 위대한 작곡가는 동상제작은 물론 길이길이 업적을 기려야 할 대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왜 법정 스님은 그렇게 칭송하면서 우리 삶의 애환을 함께 한 위대한 작곡가는 푸대접하느냐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은 거의 최근까지 노래를 섭렵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스트나 서태지의 천재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흔히 대중예술은 만들어 소비하고 버리는 인스턴트 문화로 여겨진다. 어쩌면 대중문화는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그중에는 보석이 숨어있는데, 그 보석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유산이다. 미국의 대중음악이 하나의 업적으로 살아숨쉬는 걸 보면 언젠가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단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예술 어쩌구라는 정책만 폐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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