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달콤한 향기
버트 랭카스터, 토니 커티스 / 피터팬픽쳐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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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달콤함 향기>는 <내부자들>의 모티브가 된 영화다. 권력의 가까이에 붙어 밀고당기기로 세력을 불리는 언론인과 그 곁에서 똘마니 노릇을 하다 배신을 당한다는 설정까지 거의 흡사하다. 실제 <내부자들>에서도 이 영화를 언급할 정도다. 일종의 오마주인 셈이다.

 

권력의 세상은 흔히 동물의 왕국에 비유된다. 왕 혹은 여왕 노릇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처절하게 벌이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는 이치가 흡사한 셈이다. 먹음직스러운 자리는 제한되어 있으니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교과서가 되지만 이야기 측면에서 보면 무궁무진한 소재가 된다. 이 영화의 두 축인 버트 랭카스터와 토니 커티스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모관계를 맺는다는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평상시같으면 전혀 대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셈이다. 마치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손을 잡듯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얼핏 보면 이들은 주종, 곧 주인과 하인 관계 같지만 주인은 지시만 하는 동안 실제 하인이 하는 일이 늘아나면 관계가 역전된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문고리 3인방이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통로를 딱 막어서니 이들 세명이 권력이 되는 것과 같다. 헤겔의 주인 노예 변증법 관계가 적용되는 순간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나약하다. 원해부터 선하고 악한 인간이 정해진 게 아니다. 각자 위치에 따라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적절히 행동해 나갈 뿐이다. 따라서 악을 근원적으로 뿌리뽑는건 일종의 진공상태를 만들자는 말과 다름이 없다. 적당히 해먹게 내버러두어야 한다. 물론 상한선을 정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 두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미 무한궤도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마치 박 대통령과 최순실처럼. 그들은 한 때 누렸던 성공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채 큼큼한 구석방에서 나머지 생을 썩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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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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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가의 임무는 책을 끝까지 성실하게 읽고난 후 독자에게 책의 장점과 단점을 글로 알려 책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평론가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 다른 것을 떠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평론가가 드물다. 두터운 책이면 책일수록 더욱더. 아니라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을 것이다. 다 읽었다구 임마 니가 뭔데? 내 말은 성실하게를 지켰느냐다. 잽싸게 휙 읽고 책의 인상적인 구절 몇 개를 늘어놓은 다음 그 구절에 대한 평가를 하는 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문학 평론은 이런 식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는데 그런 방식이 자신의 지식욕을 과시하기 위한 겉멋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는 태도를 싹 바꿨다. 성실하게 읽기가 우선이다.  

 

<롤리타>만큼 문제작이 또 있을까? <차텔레 부인의 사랑> 정도. 그러나 두 작품의 다른 점은 차탈레 부인은 시간이 흐르면서 왜 그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지라고 의아해 했다면 <롤리타>는 여전히 충격적이라는 사실.  주인공은 소아성장애자다. 곧 어린 여자에게 집착하는 아저씨다. 이점은 예나 지금이나 용납하기 어렵다. 실제로도 범죄다. 범죄자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작가도 이 점을 잘 알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정작 범죄는 소아성애가 아닌 살인이었다.

 

<롤리타>를 단순한 성도착 소설이 아닌 위대한 작품으로 만는 것 바로 이런 예측불가능한 전개때문이었다. 이를 테면 롤리타 또한 피해여성이 아니라 함께 성을 즐긴 님프였다는. <은교>는 <롤리타>의 오마주임에 틀림없다. 여자중학교 하교시간에 떼를 지어 몰려 나오는 교복차림의 여학생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작가가 떠오른다.

 

<은교>가 마지막 자존심을 놓아버리지 못한 반면 <롤리타>는 절대적으로 몰두했다. 여학생 치마밑 쭉 뻗은 다리를 흘낏 거리는 것과 호텔 방에 들어가 수면제를 먹이고 몸을 탐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작가는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는 불멸의 작품으로 살아남았다. 그 어떤 도덕적 평가도 이 책 앞에서는 무릎 꿇어라. 그리고 제발 끝까지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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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17-04-1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좀 똑바로 읽어요ㅋㅋㅋ작가가 비웃고 있는게 바로 님 같은 놈들이거든요 와 더러워ㅋㅋㅋㅋ다른건 다 버려도 도덕은 버리지 마세요 제발 ㅋㅋ
 
주토피아 - 한국어 더빙 수록
리치 무어 외, 샤키라 (Shakira) 외 / 월트디즈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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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다는 건 내 영화사전에는 없던 일이다. 굳이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싸여 흥분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나도 어린 시절에는 로버트 태권브이를 영화관에서 보고 일주일내내 주제가를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 따라 불렀다우. 달려라 달려. 

 

<주토피아>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분들은 큰 실수를 한거다. 우여곡절끝에 경찰에 합격한 주디 홉스가 열차를 타고 도시로 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세상은 꼭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장점이 단지 이 장면뿐이었다면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 리뷰를 쓸 필요는 없다. 역시 핵심은 이야기다. 

 

주디 홉스가 겪는 편견과 장애물은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를 비꼰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단지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흥미로운 것은 차별의 다른 이름은 다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교훈적인 말이 아니라 바로 화면으로. 실제로 영화에서는 동물의 비율이 그대로 등장한다. 기린은 길게 토끼는 작게 식으로. 이처럼 다양한 크기의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야말로 주토피아임을 증명하듯이. 

 

이런 분석을 모른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는 건 아니다. 영화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런 저런 해석에 앞서 보는 순간 흥미가 폭발해야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토끼, 여우, 코뿔소, 기린, 나무늘보 등 실제 동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려내고 있어 영화 보는 내내 흥미로운 사파리를 한바퀴 돈 기분이 들 정도다. 특히 나무늘보를 공무원으로 묘사한 부분을 보고는 마시던 콜라를 뿜을 뻔했다. 왜인지는 다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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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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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다. 이를 테면 서울에서 멀쩡하게 직장생할을 하던 사람도 어디 시골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싶어한다. 물론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지만.

 

장석주는 예외였다. 안성에 자리잡고 책을 잔뜩 쌓아두고 읽고 또 읽은 다음 짬짬이 글을 썼다. 그의 글은 오로지 책읽기와 생각의 산물이다. 이런 글에는 장점과 단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명징함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재미없음이다. 그렇다. 유감스럽지만 장석주의 글은 재미가 없다.

 

첫 문장을 읽고 이야기 전개가 그려진다면 그건 작가로서 자격상실이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시건. 감탄이 많은 글, 소위 자뻑도 금물이다. 이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멋진 제목 정도. 이른바 문학을 한다고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미문에 빠지기 쉽다. 뭔가 아련하고 멋들어지게 비비꼬아야 비로서 문학이지라는.

 

만약 가능하다면 다음에는 섹시한 글을 써주기 바란다. 자연과 벗하고 거의 하루종일 골방에 갇혀 책만 읽는다고 해서 탐욕스러운 문장을 쓰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한가지 덧붙이자면 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또 읽는다고 하는데 그 장르가 궁금하다. 그의 글에서는 유사 인문의 냄새는 풀풀 풍기지만 왠지 겉멋이 잔뜩 들어보여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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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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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우리에게 먼 나라다. 한국 전쟁 참전국가, 이천이년 월드컵 삼사위전에서 만난 상대 정도. 아 또 하나 형제국가 운운하는 소리는 어이가 없어서 언급도 안했지만 여하튼.

 

오르한 파묵은 벼락처럼 다가왔다.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작가, 게다가 노벨문학상이라니.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아직도 <내 이름은 빨강>을 읽을 때가 기억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깊이있고 섬세한 묘사에 넋을 잃었다.

 

언제가 수필집이 나올 법하다 여겼는데 역시. 참고로 이 책은 2006년에 발간된 것을 이제서야 옮긴 것이다. 예상대로 책 곳곳에서는 이스탄불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모두가 자랑스러워서는 아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는 터키정부의 무능이라는 인공재난까지 겹쳐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음에도 고향에 대한 애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우면서도 증오라는 여러 색들이 겹쳐 자신을 만들듯이.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로구 운니동 한옥, 지금은 안국역 근처. 그곳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 유명한 와우아파트를 거쳐 천호동까지 밀려갔다가 어찌어찌 압구정동으로 흘러왔다가 결혼후 인천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지금은 과천에 산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삶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 이처럼 뿌리뽑혀 떠도는 삶에서는 진짜 글이 나오기 힘들다. 둥둥 떠다닐 뿐이다. 새삼 파묵이 부러다.

 

덧붙이는 말

 

터키의 정치상황은 심각하다. 세속국가 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교의 힘이 막강하다. 당연히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이 심할수 밖에 없다. 파묵도 그 대상이다. 국가원수 모욕죄로, 참 오랫만에 듣는 말이다, 구속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구속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쿠데타 이후 다시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우리 모두 힘차게 응원하자. 파묵,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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