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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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말을 잘 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화에 능하다. 일단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인정할 부분은 짦게 정리하고나서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문제의 사지선다 선택에 직면할 경우 마지막 문항을 정답으로 꼽는 경향이 있음을 간파한 교묘한(?) 술책이다.

 

표현에도 기술이 있다. 유시민가 정훈이 함깨 낸 이 책의 제목처럼. 영어로 하면 "태도야 말로 그 사람의 성품이다(Attitude is decision)"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러나 내용은 제목에 걸맞지 않다. 정직하게 말해 그가 이전에 쓴 책들에 비해 함량이 떨어진다. 전작들이 글쓰기나 독서, 국가처럼 정확한 주제를 부여하여 어느 정도 일관되게 글을 쓴 반면 이번 책은 여기 저기 써두었던 혹은 강연을 묶은 것에 불과하다. 그 결과 제목은 제목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겉돌고 있다. 그나마 장점을 찾자면 유시민의 깊숙한 속내를 알 수 있었다는 정도랄까? 댓글에 대처하는 방법같은.

 

덧붙이는 말

 

광고에 이 책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 것은 그만큼 구차했다는 말이다. 마치 내가 쓰는 덧붙이는 말처럼. 유시민은 유시민대로 정훈은 정훈대로 강점이 있는 작가와 만화가다. 이런 식의 분량늘리기식 책 만들기는 두 사람에게는 영 어설프다. 특히 정훈의 글과 그림은 부록처럼 느껴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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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기술 -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The Art of the Deal 한국어판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재호 옮김 / 살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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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모든 이를 이롭게 한다.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면 첫 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곧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하지만 특별한 어떤 사람은 더욱 풍족한 삶을 살도록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설마, 설마, 어, 어, 어 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겪이지만 실제 미국 사회에서는 이미 조짐이 있었다. 여전히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 백인 계층의 누적된 불만이 곪을대로 곪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불만이라는 것이 우리 처지에서는 배부른 자의 하소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백인으로서의 존엄(?)을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위기위식은 꽤 높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버이 연합이 자신의 소외를 맹목적 애국으로 표출하는 것처럼.

 

여하튼 트럼프 현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당연히 과거 그의 발언이나 책에 주목하게 된다. <거래의 기술>은 대표적이다. 부동산 재벌로 등극하기까지의 과정을 극적인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술한 이 책은 사실은 유령작가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인기를 끈 것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이라고 해서 돈 놓고 독 먹기 식의 부동산, 카지노 사업으로 벌어들인 부를 마냥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심 부러워는 했다는 뜻.

 

그의 거래 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초장에 죽여라. 그래야 성공한다. 이른바 기선제압이다. 사람들은 권위에 복종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음을 간파한 거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뻔뻔해지면 된다.

 

트럼프의 이 수법은 정치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처음부터 욕을 해대며 모두를 적으로 만든다. 그 다음 불만 세력을 규합하여 메시아 노릇을 한다. 일단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는 모든 정책을 거래로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대며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댈 것이다. 조심스레 그 결말을 예측해본다면 파국이다.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이 모모 전 대통령을 보면 알 것이다. 4대강, 자원외교, 법인세 인하 등 모두가 자신을 포함하여 특정 누군가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살림살이는 과연 나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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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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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멀리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다. 가까에에 있을 때는 진실같아 보였는데 멀어지고 보니 거짓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거리와 상관없이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멀리 갔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는 말.

 

목수정은 멀리 가서도 변함이 없다. 세상 어디에나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있기 마련이고 피지배자는 억압의 대상이니까. 피지배자는 자신들의 의사를 하소연할 세련된 조직도 막강한 자금도 권위있는 권력도 없기 때문에 맨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서울과 파리의 거리는 단숨에 좁혀진다.

 

그럼에도 부러운 건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다. 한 때 영국에 살고 싶은 욕망에 들끓은 적이 있다. 고작 삼개월의 어학연수 생활이 전부인 내게 영국은 천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정과 변화가 적절히 이루어진 사회였다. 실제로 영국은 유럽은 물론 다른 대륙의 혁명자들을 관대하게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했다. 물론 한 때 였지만.

 

영국을 향한 꿈은 일단 접었다. 잡다한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영어는 내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영국의 노동자와 연대하여 지배세력에 대한 분노를 터뜨린다고 해서 그와 나는 함께 할 수가 없다. 개인의 역사는 계급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그녀는 일본식 표현이다)의 글에서 느끼는 위화감은 바로 이 지점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에게 프랑스는 어찌되었건 문명국이고 한국은 여전히 야만부족이다. 프랑스 학교의 예를 들며 불복종을 찬영하는 사례를 든 것이 그 증거다. 진보주의자들 조차 비교역사관에 사로잡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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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왜 구멍이 났을까요? - 환경과 에너지에 관한 궁금증 42가지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해요 39
션 캘러리 지음, 김기헌.김시완 옮김 / 다섯수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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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업혁명 이후 전세계가 뿜어낸 이산화탄소의 양이 그 전 모든 시대의 것보다 많다는 주장은 황당한 이야기다. 게다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서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몇 백년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는 이야기에는.

 

그러나 사실은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다. 북극은 대표적인 예이다. 북극은 인류, 아니 지구 탄생의 비밀을 태고적부터 간직한 곳이다. 거의 모든 계절 꽁꽁 얼어 붙어 있던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면 심각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은 북극의 얼음이 녹는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할 지도 모른다. 도리어 얼었던 땅이 풀리면 농사를 더 많이 지을 수 있고 날씨가 따뜻하면 살기에 더 좋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하나만 알고 다른 여러가지는 모르는 소리다.

 

지구라는 생태계는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어느 한쪽에서 균형이 깨지면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상승한 바닷물은 염도가 높아져 태풍이나 허리케인같은 자연재해를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시킨다. 그 결과 바다와 인접한 마을이나 도시는 늘 위험에 휩싸이게 된다. 쓰나미를 보라.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당장 자신들에게 닥치지 않은 문제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외면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럴 땐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얼음이 녹으며 살곳은 물론 먹을 것도 찾지 못해 헤매는 북극곰을 보라. 얼마나 불쌍한가?

 

실제로 살길이 막막해진 북극곰들의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곰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환경을 생각하자. 일단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사실 북극곰은 보기처럼 온순한 동물은 아니다. 매우 포악하며 성질이 사납다. 인간이 보호한다고 보호되는 동물이 아니다. 북극곰을 동물원에 가두어 눈요기거리로 만든 중국의 사례를 따라서는 안된다. 핵심은 북극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길은 우리 세대에서는 힘들다. 아마 다음 세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을 꾸준히 간직해간다면 언제가는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어른들께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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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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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죽은 계절이다. 그것이 잠깐의 쉼일지 아니면 영원한 안식일지는 모르겠지만.

 

춥지 않은 겨울에 대한 우려가 나올쯤 역시나하며 한파가 몰아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초봄날씨라며 언론에서 호돌갑 떤게 고작 몇주전인데 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밤 눈이 오고 나면 또다시 추워진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는 겨울잠을 자야 한다. 무민 가족처럼. 잠도 지겨워 잠깐 눈이 뜨였다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하며 북유럽의 추리 소설을 읽어야 한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기억>을 읽으며 한번도 가본 적 없는 핀란드의 풍경이 떠올랐다. 창밖은 눈세상, 홀로 방안에 갇혀 책갈피를 넘긴다.

 

<스노우 브라인드>는 눈외에는 볼 것이 없는 아이슬란드. 그중에서도 깡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눈 앞에 보이지 않을 지경의 눈보라가 일상인 동네. 그 어떤 강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도시에 살다 직장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온 주인공은 뜻하지 않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자, 여기까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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