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골짜기의 여름 즐거운 무민가족 4
토베얀손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소년한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너프킨은 조용한 이이였어요. 아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쓸데없이 떠벌리는 일이 없었어요. 가끔씩 자기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 줄 뿐이었어요.

 

좋아.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마음을 잘 아는 거니까.

 

스너프킨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는 경고판을 떼 버리는 게 평생 소원이었어요, 그래서 흥분과 기대로 몸이 부르르 떨렸지요.

 

무민토를은 이렇게 말하면서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어요. 뭐가 우스워서가 아니라 그저 행복에 겨워서 그랬어요.

 

_ 토베 얀손, <무민 골짜기의 여름>

 

무민 열풍도 어느덧 옅어졌다. 늘 됫북인 나는 이참에 무민 시리즈를 죄다 읽겠다는 결심을을 하고 <무민 골짜기의 혜성>부터 읽어내려갔다. 행성의 충돌을 예감한 무민과 친구들의 소동. 동화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였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지구는 행성과 부딪쳐 인류를 포함한 다수의 생명이 멸종될 것이 분명하다. 상상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머언먼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미래 세대의 문제라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무민과 친구들은 우애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한다. 인류가 사라져도 인간이 지구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헌신은 바로 우정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심오한가?

 

<무민 골짜기의 여름>도 이런 철학적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무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너프킨은 각종 경고 금지판을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떼어버린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그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금지가 지니는 권위는 법이나 질서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을 억누르는 돌덩이이기 때문이다. 전적으로동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라 익스프레스 (1disc)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외 목소리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폴라 익스프레스>는 기대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스티븐 스틸버그와 톰 행크스라는 이름값이 무색할만큼. 원인은 간단하다. 동작과 표정이 어색해서다. 마치 사이버 인간 '아담'들이 죄다 나와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어느새 잊혀진 영화를 보계된 계기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주제가를 들으면서부터다. 믿음(Believe)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몰래 마음이 움직였다. 노래가 이렇게 좋으니 그렇다면 영화도 배신하지는 않겠지?

 

역시 동작은 어색했다. 2004년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인조인간들같았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좋았다. 결국 영화의 주제는 믿음이었다. 산타클로스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들간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떨어져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나는 후자다. 어렸을 때부터 산타 클로스는 내 관심 밖이었다. 문제는  그 어떤 대상에도 믿음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는 자라서 회의적인 어른이 된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나같은 삐딱한 인간에게 한 방 날린다. 중요한 건 산타 클로스가 아니야. 사람에 대한 관계에 대한 신뢰지. 그 믿음이 없다면 이다지도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레스메이커
로잘리 햄 지음, 정미나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드레스 메이커>는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주목을 받은 소설이다. 케이트 윈슬렛이 주인공을 맡았을 때부터 화제였다. 영화와 소설은 엄연히 다르지만 둘 모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뒤섞여 핵심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25년전 살인 누명을 쓴 여인이 고향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옷만들기라는 소재와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 내지만 복수인지 화해인지 모를 결말에는 허탈감이 든다. 차차리 복수보다는 옷이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물론 원작 소설에는 옷과 관련한 세부 묘사가 돋보이지만 그 과정이 복수나 화해로 이르는 복선이 되지 못해 그저 복잡한 설명에 불과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미덕은 왜 의식주 가운에 옷을 맨 앞에 붙이는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곧 먹고 쉴 곳이야말로 인간의 기본욕구이지만 옷은 치장이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더해 훨씬 더 의미있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나치게 많은 등장 인물과 복잡한 스토리는 신인 작가의 과잉일지도 모르나 달리 보면 열정이다. 앞으로 작가의 한결 다듬어지고 세련된 작품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키의 글은 어깨에 힘을 빼고 읽어야 한다. 고 후배에게 말했더니 일본에서는 무라카미의 글을 힘 빼는 문체라고 한단다. 평론가가 별게 아니군, 이란 생각이 들며 스스로 뿌듯해하다 그 여자가 얼핏 다시 떠오른다. 한 때 좋아했다. 서로.

 

초창기 하루키는 내게 오묘한 존재였다. 소설은 알쏭달쏭 허세 그 자체인데 수필은 기막히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처럼 일상을 자연스레 묘사하며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소설가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담도 좋았다. 그의 글을 읽고 나면 그 장소에 꼭 가고 싶어진다. 비록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라오스를 포함한 여러 장소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여행 안내서라기 보다는 여행을 핑계(?)로 내세운 에세이랄까?

 

그래서 더 좋다. 누구나 알고 있는 아니 인터넷만 치면 다 나오는 유명 장소의 상징물에 대한 이것저것 버거운 살명 덩어리가 아니어서다. 혹은 과도한 자기 자랑. 나 여기 와봤다, 너는 아니? 10년쯤은 살아야 할 말이 있지. 고작 일주일 여행와서 뭐라고 떠들어대.

 

결국 여행은 홈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바에야 왜 떠나겠는가. 만약 일생을 떠돌기만 한다면 그것처럼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여행을 다녀와서는 스스로 변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 확 바뀌라는 뜻이 아니다. 뭐라 말하지 어렵지만 여행 이전과는 달리는 자신을 발견해는 기쁨. 하루키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2disc)
이와이 슌지 감독, 스즈키 안 외 목소리 / CJ 엔터테인먼트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너의 이름은>은 극장에서 처음 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특유의 사람 사이의 엇갈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백 만이 넘는 이례적인 흥행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케일 덕이다. 멀티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혜성의 추락은 압도적이었다.

 

극장에서 돌아와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DVD로 보았다. 전혀 다른 감독과 소재였지만 역시 일본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지나치게 배려해 끙끙 앓는 인간들이 넘쳐 난다.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전학간다는 소식에 질투심에 등짝에 벌을 집어넣는다. 그 학생은 작별의 인사를 전하다 갑작스레 쓰러지고 죄책감에 시달린 하나는 학교 등교를 거부한다. 이후 옆집으로 이사온 앨리스를 만나 그 남학생을 찾아 다니다 결국... ...

 

말도 안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자책감에 사로잡혀 틀어박힌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여 끊임없이 속앓이를 하는 <빙점>과 다를 게 없다. 허무할 정도다.

 

그럼에도 남는 것은 역시 섬세함이다. 해질녁 풍경이나 5층짜리 임대 아파트, 거리의 모습이 마치 방금 쩌낸 감자처럼 모락모락거린다. 하나와 앨리스도 이런 아스라한 정경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