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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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 소설에 대한 불만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쓰는 글이 적다는 것이다. 그 결과 소설은 하나마나한 말장난의 연속, 혹은 작가의 관념의 덩어리에 머물고 만다. 서양의 경우 전문가 소설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로빈 쿡, 존 그리샴 등은 대표적인 예다.

김탁환의 소설은 그래서 반갑다. 그는 엄염한 전문가이다. 국문학 전공자인 그는 특히 조선시대 산문(혹은 소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출신이다. 그래서인가? 그의 소설에는 우리 작가에서 느껴지는 과잉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근거있는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 황진이>를 읽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전형적인 1인칭 소설인 이 책을 읽노라면 훌쩍 조선시대 어떤 때쯤으로 돌아가있다는 생각이 든다. <방각본>에서 보여준 어설픈 추리기법보다 규방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이 책이 훨씬 성과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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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지리학
최병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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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막스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금기가 더 컸기때문인지 그 당시 대학생치고 자본론이나 정치경제학 개론서를 한번쯤 읽지 않은 학생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내용을 다 이해한 학생은 그중 소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3년. 80년대의 열풍은 사라지고 자본이 진정 주인행세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도 정치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정도로 취급받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것이 돈이 된다면 모를까?

최병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드문 정치경제학자이다. 김수행 교수가 자본주의에 정통한 정치경제학자인 것에 비해 지리 혹은 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다르지만. 따라서 이 책은 현대사회지리학이라는 제목보다는 현대정치경제지리학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물론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때문이겠지만.

이 책은 자본논리가 우리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신도시, 지역운동, 환경문제 등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적은만큼 귀중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추신 : 편형이 답답하다. 즉 지면에 글이 너무 많다. 가뜩이나 딱딱한 문장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편형의 불편함은 전적으로 출판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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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의 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
대쉴 해미트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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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의 매>는 소설도 유명하지만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험프리 보가드가 맡은 이 영화는 소위 르와르 영화의 신화가 되었다. 물론 서양 애들 이야기다.

우리야 언제나 하드보일드 아니었나?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리는 과학적 추리같은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저 혐의가 좀 있다 싶으면 강제로 데리고 와서 패대기하면 범인이 되는 문화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추리니 뭐니 다 필요없었다.

말타의 매는 바로 이런 하드보일드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탐정이 모든 용의자들을 상대로 추리를 하고, 그들 모두를 불러보아 '당신이 범인이야'라는 식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사건은 낭만적이지도, 단순한 지적게임도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범인을 잡느냐 못잡느냐, 어떻게 하면 범인을 때려눕히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야말로 하드보일드의 진정한 강자가 아닌지 모르겠다.

추신 : 그나마 소설이 번역되어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워낙 오래전에 번역된 것을 판만 바꾸어 재출간해서인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 보다 충실한 번역본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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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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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성석제 선생이 쓴 글에 대한 리뷰에서 그의 팬임을 밝힌 바 있다. <인간의 힘>은 가장 최근에 읽은 그의 책이다. <순정>(중간에 덮었다)에 대한 실망으로 주저하던 차에 손에 잡은 책이라 처음에는 조금 뜨아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그에 대한 실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힘>은 그의 이전 소설과는 격이 다르다. 특유의 입담이 여전히 살아 숨쉬지만 예전에 비해 정제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마냥 가벼운 일상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에는 힘에 부쳤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이런 변화를 대환영한다. 역사적 소재를 이야기거리로 삼기 시작한 것도 마음에 든다. 사실 역사소설 하면 지나치게 무겁거나 중요한 인물위주의 정치이야기가 주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성석제 선생의 역사 소설은 소설속의 인물이 금방이라고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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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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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된 말로 성석제 선생의 광팬이다. 그가 쓰는 글 대부분을 찾아서 읽는다. 그 중에는 소설외에 단편, 산문. 신문에 연재하는 짧은 이야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순정>은 좀 늦게 만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일찌기 <황만근>, <재미있는 인생>, <번쩍>, <조동관 약전>을 읽으면서 그의 입담에 매료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실망이다. 그것도 크게.

우선 <순정>은 그의 다른 책에 비해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것은 불필요한 설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순간 소설은 그 수명을 다한다. 그의 장점인 대담한 묘사와 직유와 은유가 사라진 이 소설은 그래서 많은 사람을 절망(?)시킨다.

'아니 성석제의 소설을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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