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리뷰를 대충 훑어보았다. 재미있다, 독특하다 등이 주된 의견이었다. 가기에 평점은 별 다섯에 절대추천까지.

그러나 그 정도의 대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평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문장이 좋기 때문이다. 글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은 글의 내용보다는 문장이 좋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산문집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대부분의 소설가가 쓰는 산문집이 본인의 소설에 비해 재미없는 이유는 엄숙주의 때문이다. 즉 소설을 쓸 때의 감정으로 산문을 쓰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아우라를 쉽게 벗어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문은 은근한 자화자찬에 역겨운 인생예찬으로 변질된다.

그나마 김영하 선생은 이런 한계를 벗어났다. 그렇지만 그저 벗어난 정도이다. 산문이란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를 보편화시키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김영하 선생의 글은 일상은 잘 묘사하고 있지만 보편화될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 보편의 경기에 도달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땔 수 없을 정도로 만든 작가는 누구인가? 정답은 김수영 선생이다. 그의 산문집이야말로 별 다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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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나는 김영하 선생과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든 적이 있다. 그의 서재를 방문한 것이다. 뜻밖에 내 서재 방문기에 답을 해 주어서 조금 흥분해던 기억이 새롭다.

<엘리베이터>는 소설보다 베스트극장으로 먼저 보았다. 권해효씨가 주인공이었는데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비일상적인 일이 일상속에서 펼쳐친다는 설정이 그다지 괴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공포는 일상속에 있는 것이다. 소설을 보고 그 공포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단편집에 있는 다른 이야기들도 어찌 보면 공포스로운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사진관 살인 사건'은 대표적인 예이다. 공포와 멜로, 그리고 애로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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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액션
조너선 하 지음, 김은정 외 옮김 / 김영사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환경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현재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 인식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들중의 하나가 바로 <시빌액션>이다.

사실 시빌액션은 민사소송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제목을 달고 있다면 십중팔구 교과서류일텐데, 뜻밖에도 이 책은 논픽션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뛰어난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그만큼 현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보스톤 근교 화학공장에서 누출된 오염물질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법정공방을 다룬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자 변호사인 슐렉만은 오염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전재산을 쏟아붓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환경의식이 뛰어나다거나 도덕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데, 왜 그렇데 열심히 자신을 내던졌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 그의 법정소송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파산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옳았음이 끝내 밝혀지고 공장은 패쇄되고 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환경문제를 둘러싼 대기업과 지역주민, 지역간 갈등이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있었다. 내가 환경문제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즉 환경문제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을 둘러싼 권력관계이며, 결국 피해자는 힘없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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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성석제 선생의 글을 처음 보게 된 것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서였다. 얼핏보면 이런 저런 에피소드 들을 소개한 책 같지만 사실은 일관된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그것은 주류에 끼지 못하는 사람의 삶을 남루하지만 진실되게 그렸다는 것이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직업 겪었거나(아니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내가 가장 공감이 간 부분은 군대라면 이야기이다.

남자하면 군대, 군대하면 라면먹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라면에 얽힌 이야기쯤은 하나씩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요령도 피우지 못하는 신병이 얼떨결에 라면을 얻어먹게되는 이야기가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고보면 성석제 소설의 장점은 이런 묘사에 있는 것 같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세세하고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이여기의 감칠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바야흐로 성석제 소설이 꽃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서 어느샌가 잊어버렸던 이야기꾼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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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 1 - 제1외과 편
슈호 사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집안 어른중 한분이 갑자기 쓰러지셨다. 별다른 병이 없으셨던 분이라 다들 깜짝 놀랐다. 부랴부랴 동네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모셨다. 문제는 입원실에 모시고나서부터였다. 주치의라는 사람은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고 인턴 또한 어디있는지 알수도 없었다. 기껏 간호사들이 가끔 들어와 체온을 재거나 링겔을 놓아줄 뿐이었다.

병명도 모른 채 검사만 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감염검사에 당뇨검사, 전립선 검사, 폐렴 검사...... 그나마도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한 날짜에 했다. 아니 환자는 아파 누워있는데 자신들 일정에 맞춰 검사나 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게 검사를 했으면 결과라도 알려주어야 할텐데 결과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것들이 환자를 봉으로 아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환자가족은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결과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열흘 넘게 병원에 계시다 퇴원하셨다. 어떻게 보면 별 것아닌 병을 부풀려 검사비와 입원비를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족이 길었다. <헬로우 블랙잭>은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사가 의사다운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 놈의 사회는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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