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필요없는 짐들을 버리고 가구들만 재배치했을 뿐인데


신박한 정리


코로나 19가 일상이 된 지도 근 10개월이 되어 간다. 간혹 옛 영상을 보며 ‘어라,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네’라는 말이 나올 때도 있다. 방송도 포맷이 많이 바뀌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옆집처럼 돌아다니며 찍던 여행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되었다. 대신 집안을 비우고 가꾸는 내용은 부쩍 증가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당장 옮기기도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신박한 정리>도 그 중 하나다. 어수선한 집 내부를 싹 치우고 새롭게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엔 파일럿으로 하다 끝나겠다 싶었는데 꽤 생명력이 길다. 그만큼 시청율이 받쳐준다는 소리다. 언제부턴가 나 또한 본방송은 못 보지만 재방은 챙긴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아무리 새 집이라도 살림의 연차가 쌓이면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재건축 연한을 넘치도록 채운 아파트먼트는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전세살이라 리모델링은 꿈도 못 꾼다. 나같은 사람에게 짐을 버리고 가구만 재배치해도 새 집같이 변한다고 하니 안 보고 배기겠는가? 흥미로운 건 사례 집에 나온 이들이 하나같이 바뀐 집을 보고는 눈물을 글썽인다. 초기엔 억지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공감이 되었다. 주인을 잘못 만나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집에 대한 미안한 감정때문은 아니었을까? 출발은 버리기다. 당장 보조 책상위에 잔뜩 쌓아두었던 잡동사니를 모아 쓰레기통에 담았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gng-lazboy-ihw/2220833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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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새삼 십자군 전쟁에 대한 관심이 다시 솟구쳤다. 

근 200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종교라는 광기는


킹덤 오브 헤븐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퍼센트다(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해보면 된다. 문제는 얼만큼. 곧 딱 한번만하거나 하루 종일 공기놀이하듯 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건 열 번 연속으로 앞면 혹은 뒷면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이 하면 할수록 절반으로 수렴한다. 요컨대 경우의 수가 많을수록 통계는 맞아떨어진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단 천명의 출구조사만으로 당선자를 맞추는 걸 보라. 아주 간혹 틀릴 때도 있지만.


올해 내 영화 운은 매우 안 좋았다. 일단 코로나 19로 2월 이후 극장 발걸음을 끊었다. 조금 회복된다 싶어 9월부터 드나들기 시작했는데 보는 족족 꽝이었다. 오케이 마담, 테슬라 등등. 정말 이러다가 올 한해는 끝났구나 싶은 마음에 기대를 접고 <킹덤 오브 헤븐>을 보았다. 신작은 아니다. 이미 2005년에 개봉한 영화를 감독 판으로 다시 선보였다. 바이러스가 낳은 촌극이다. 신작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세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 미리 질렸지만 상영표를 보니 이번 주만 지나면 막을 내릴 것 같아 서둘러 시간을 잡았다. 


소감은 역시 확률은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후까시(겉멋)는 여전했지만 어렸을 때 본 <벤허>를 연상시킬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다. 얼떨결에 십자군 전쟁에 휘말린 발리앙의 모험담이 스크린에 장대하게 펼쳐진다. 액션과 암투, 그리고 로맨스까지. 그러나 단지 이런 흥행성만 버무렸다면 내가 높은 평가를 내릴 리가 없다. 스콧 감독은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기독교도의 처지에서 뿐만 아니라 이슬람쪽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종교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나 할까? 실제로 영화 보는 내내 그곳이 왜 여전히 분쟁의 중심이 되어야하는지 의문스러웠다. 단편적으로 불교의 발상국인 인도를 보라. 불교를 국교로 하는 있는 나라도 있고 오랫동안 친근한 종교로 자리 잡은 국가들도 많은데 이들이 성지를 두고 피터지게 싸운 적인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진정한 종교는 장소가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음을 기독교는 잊고 있는 게 아닌가? 뜻밖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였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aprilwine74/22068573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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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인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 김다미. 

이 한장의 스틸은 이미 연기 대가에 올라섰음을 증명한다. 스스로도 알 것이다. 


조이서라는 맞춤 정장


<이태원 클라쓰>를 몰아서 다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뒷북이다. 화제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비교해 보면 이태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불시착도 분명 재미있었지만 이태원에는 흥미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웹툰이 원작이라 만화 같은 전개는 다소 거슬리지만 배우들의 파워가 그 한계를 훌쩍 넘어버렸다. 박새로이 역의 박서준을 필두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조이서를 연기한 김다미, 그리고 콤플렉스 가득한 악역의 전형을 보여준 장근원으로 분한 안보연 등이 역작을 만들어냈다. 그밖의 조연들도 주연 못지 않게 자기 맡은 역을 멋지게 해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대폭발했다. 불시착파와 이태원파로 나뉠 정도로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공전의 히트를 친 <한자와 나오키>의 청년 버전으로 본 듯싶다. 곧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성정과정에 깊은 공감이입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김다미에 반했다. 영화 <마녀>에서 볼 때만 해도 어린 티가 역력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조이서라는 맞춤 정장을 입고 날아다녔다. 걸 그룹 이미지를 벗고 대등하게 경쟁해 준 권나라의 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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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삶을 돌이켜 본다는 건 죽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에는 늦었다는 소리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신만의 철학이 생긴다. 무리하지 말고 순리대로 되도록 양지바른 길로, 가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서둘러서 득을 본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적어도 30년 가까이는 악착같이 살았다. 누구나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슬그머니 그 끈을 놓고 보니 삶은 의의로 잘 풀려나갔다. 당장 큰 일이 날 줄 알았는데. 양지 바른 길Sunny side of street의 노래가사처럼 근심이나 걱정은 문고리에 걸어두고 인생이라는 무대에 나왔을 때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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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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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빠짐없이 읽었다. 그러다보니 종종 데쟈부 현상이 일어난다. 곧 처음 읽는 책임에도 언젠가 한번 본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우리 집 문제>가 그랬다. 분명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다. 왜 자꾸 장면이 떠오르지. 쉬운 문체, 스피디한 전개, 알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의 뒤범벅. 특히 <에리의 4월>은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된다. 불현듯 알게 된 엄마, 아빠의 불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난다. 친구를 만나 묻고 답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천진난만하기만 한 남동생에 은근히 짜증이 나는데. 여기까지. 더 이상 얘기하면 결정적인 스포가 되니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히데오는 얼핏 보면 별 거 아닌 일상 같지만 그 속에서 삶의 진실을 뽑아내는 능력은 다른 작가를 압도한다. 마치 일본의 안톤 체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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