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빵빵하고 주파수를 잘 잡는다


휴대폰은 엄청난 발명이다. 너무나 익숙해 그 위대함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블랙홀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 휴대전화 이전에 얼마나 많은 제품들이 제각각의 기능으로 팔리고 있었는지를. 녹음기, 라디오, 시계, 유에스비, 카메라 등등. 그 출발은 아이팟이었다. 음악을 파일로 저장하여 들을 수 있는 엠피쓰리였다. 애플은 이 단순한 기능을 감각적인 상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만약 성공을 하지 못했다며 아이폰은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그랬다면 우리는 여전히 노이카나 블랙배리 혹은 애니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추억에나 머물고 있을 것 같던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찾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중 한명이다. 수백곡 이상의 음악을 담아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 첫 시작은 아이리버였다. 친척 걸 물려받았는데 꽤 쓸 만했다. 한번인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고 잘 사용하다 다시 돌려달라는 말에 미련 없이 주었다. 사실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여러 고민 끝에 선택한 건 필립스였다. 네모난 사이즈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음질이 좋았다.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두서너 번 정비센터를 오고가다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소니. 정말 대단한 벗이었다. 내 손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잘 지내다가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치과치료를 마치고 나오다 합정역 출입구 안에서 사람들에 밀리다 생이별을 했다. 오호 통제라. 같은 기종을 구하려고 했으나 이미 단종, 울며 겨자 먹기로 비슷한 유형의 아이오디오 세븐을 구입했다. 사실 처음부터 미심쩍었다. 디자인은 세련되었지만 라디오 주파수도 잘 맞지 않고 배터리도 쉽게 닳았다. 아니나 다를까, 1년이 지나자마자 성능이 부쩍 떨어지더니 완충을 고도 고작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말았다.


아테나 위크는 다섯 번째 만난 동반자다. 아직 일주일을 채 사용하지 않아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배터리가 빵빵하다. 위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풀로 충전하면 일주일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실험을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한 번에 대여섯 시간은 거뜬하다. 게다가 주파수도 잘 잡아낸다. 사실 엠피쓰리 플레이어는 음악감상 외에도 라디오 청취나 음성 녹음 또한 중요한 기능이다. 특히 어학용으로 구입한 사람에게는 필수적이다. 듣기는 물론 녹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피커도 내장되어 있어 내가 녹음한 소리를 직접 듣고 수정이 가능하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다르지만 3만 원대 초반이다.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서 용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짜 사나이 2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만이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다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특히 대중문화는. <가짜 사나이>가 화제다. 이근이라는 유명인을 배출한 이 다큐예능은 두 번째 시즌에 돌입했다. 개인적으로 약간 어설픈 1부보다 2부가 훨씬 더 박진감이 있어 보는 맛이 더하다. 이때다 싶어 유사한 방송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는 충주시 공무원까지 참여한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있으며 방송에서도 이근 대위를 모시기에 바쁘다. 급기야 11월에는 여자들이 주인공인 <나는 살아있다>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우선 코로나 19가 가장 큰 원인이다. 누구나 쉽게 감염될 수 있고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기에 서바이벌 의식이 강해졌다. 곧 자신 스스로 알아서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코드와 맞아 떨어졌다. 현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도 한몫했다. 뭐 하나 시원한 소식이 없는 가운데 지치고 힘든 나날이 계속되자 강한 뭔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설픈 힐링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고난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고나 할까?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나서도 계속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자연재앙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어제(10월 8일)는 울산에 있는 고층주상복합아파트먼트에서 불까지 났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극한상황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잠잠하던 돼지 열병까지 창궐기미가 보인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가짜사나이는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단순한 쾌감을 주기보다 모두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도전은 아름답다. 결실을 맺는 것은 더욱. <가짜 사나이>에서 퇴교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물론 얼마나 힘이 들까, 라는 생각은 들지만 정상을 밟고 안밟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만이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다. 올해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한라산을 갔다 왔다. 지금 생각해도 백록담을 보기를 잘했다. 


사진 출처 : 피지컬 갤러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만년의 집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은 출판강국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의 1면 하단에 늘 책 선전광고가 붙을 정도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굳이 책으로 만들 필요조차 없는 잡담류가 넘쳐난다. 저자가 약간의 유명세를 타고 있다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책을 내자는 러브콜이 이어진다. 강상중도 그 중 한명이다. 재일교포 최초로 동경대 교수가 되어 유명해진 그는 일본에서도 꽤 잘 나간다. 문제는 자기 전공 밖의 분야까지 슬금슬금 영역을 넓힌다는 점이다. 에세이가 대표적이다. <고민하는 힘>은 꽤 팔렸다. 딱히 대단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하튼 거기까지는 그래도 신변잡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만년의 집>은 완전한 헛다리다. 정직하게 말해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은퇴를 앞둔 학자가 마련한 집은 과연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확 생겨서다. 정작 책을 읽어보니 집 이야기는 극히 일부고 거의 대부분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이미 같은 주제로 단행본까지 낸 사람이. 여기저기 쓴 글을 모아 내다보니 그럴 수 있다 싶지만 이건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최소한 집 사진이라도 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덧붙이는 말


혹시나 해서 원제목을 보았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것. 그래, 이게 맞는 타이틀이지? 괜히 우리나라에서 뭔가 그럴 듯한 제목을 찾아 붙인 게 뚱딴지같은 만년의 집이라니. 한 가지 더. 그가 한국사회 보는 시각은 매우 편향적이다. 감안하고 읽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이유경 지음 / 에코리브르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은 여전히 남자 우위 국가다. 억지로라도 여자들이 사회에 진출해 남성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결혼이나 자녀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아주어야 한다. <엄마는 북극 출장 중>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여성 과학자의 분투기다. 호기심 많은 소녀가 공부에 뜻을 품고 날개를 펼치고 북극까지 가서 일을 하게 된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만약 <랩걸>을 읽고 감동을 받아 이 책을 들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게 아님을 다시 확다.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고 딱히 알고 싶지 않은 취업과정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 반면 과학에 대한 순수한 기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읽는 내내 그저 지치고 힘만 든다. 건조하고 딱딱한 보고서와 개인 블러그에 남긴 일기를 섞어놓았다는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4세의 현역


트롯하면 떠오르는 건 멀미다. 어릴 때 버스만 타면 들리곤 했던 노래들이 죄다 그랬다. 불행하게도 난 차만 타면 어지러웠다. 이 두 연결고리는 아직도 강력하다. 오죽하면 전국민중 절반이 시청했다는 미스터 트롯의 짤조차 눈에 담지 않았다. 나훈아 콘서트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방송공사에서한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005년 이후 첫 등장이고 다시보기 서비스가 없는 단 한 번의 공연이라는 선전 덕에 나 같은 사람도 티브이 앞에 앉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노래를 잘했고 무대장악력도 빼어났다. 개인적으로는 나같이 트롯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1부가 더 좋았지만. 정작 놀란 건 나훈아의 소신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현 정권을 비판하는 멘트였다. 살짝 놀랐다. 공중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가 친 여권으로 돌아선 건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전 정부도 마차가지다. 그 누구도 집권한 정당에 반하는 목소리를 정부 편에 선 방송에서 한 적은 없다, 고 나는 기억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출연료를 받지 않는 대신 무편집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훈아 정도 급의 가수가 그렇게 말하는데 마다할 방송국은 없었으리라. 공연이 끝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런 저런 논란이 있겠지만 훈장을 마다한 그의 의지만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예술가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것은 현역에서 물러나라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