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통제 종말론


스타벅스의 사은품은 나올 때마다 화제다. 레지 백이 등장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이번에는 장우산이다. 매장에서는 2만 5천원 한정판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이미 매진이다. 중고온라인 시장에서는 7만원을 호가한다.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묘미라고 무릎을 치는 이도 분명히 있다. 나는 후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주택을 가격통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레 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곧 매물이 많으면 싸지고 적으면 비싸진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통제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걸 모른다.


예를 들어보자. 스벅 우산의 정가는 2만 5천원이다. 물론 원가는 더 낮겠지만. 그런데 시장에서 7만 원이 넘게 팔린다. 정부는 화가 난다. 아니 이게 말이 돼? 당장 가격통제에 들어간다. 2만 5천원 이상으로는 팔지 못하게 해. 그렇다면 우산은 다시 2만 5천원에 팔릴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7만원에 팔리던 우산은 싹 다 자취를 감춘다. 다시 말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2만 5천원에 되팔바에는 안 팔고 말지. 그리곤 암시장이 형성된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일대일 매매가 생기게 된다. 문제는 수요는 여전히 많고 공급이 희소하다보니 가격이 더욱 더 치솟는다. 그나마 7만원에 살 수 있던 우산이 이제는 10만 원을 줘도 구하지 못한다. 이젠 대기자들은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매물이 나오자마자 프리미엄을 얹더라도 사들인다. 정부는 안 되겠다 싶어 스타벅스를 쪼아댄다. 당장 우산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을 팍 늘여. 스벅은 고민에 빠진다. 정부의 뜻대로 늘렸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미지 추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주택도 마찬가지다. 공급은 묶어두고 수요를 통제하니 가격만 급등한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불만이 크다. 집주인은 과도한 세금과 규제로 재산권 행사를 침해당하고 있다. 정부 말을 듣고 구입을 미루거나 임대등록을 했던 사람들은 죄다 손해를 보고 만다. 또한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내놓은 정책으로 인해 도리어 전세살이 하는 사람들마저 피를 보게 생겼다. 지난 계약 대비 5퍼센트 이상 전세금을 상승하지 못하게 했지만 집주인이 살겠다고 들어오면 나가야 한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거주해야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맞게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한다. 중고나라를 보라. 가격을 결정하는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판매자와 구매자만 있다. 사고 팔 수 있는 적절한 가격만 있을 뿐이다. 운영자는 거래사기나 비밀보장만 해주면 그만이다. 정부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주택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법행위를 파악하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주된 임무다.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각종 가격통제를 해대다가는 머지않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세종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을 천박하다고 표현해서 화제(?)다. 구체적으로 그는 유럽의 강변은 역사적인 건물이 즐비한데 반해 서울은 천박한 아파트먼트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을 간 자리에서는 늘 느끼지만 교통이 복잡하고 초라하다고 언급했다. 그를 대변하는 측에서는 문맥 전체를 봐야지 특정 단어만 부각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언 밭에 오줌 누기임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분노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사람뿐만 아니라 온갖 시설들이 몰려 있으니 당연히 천박한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부산은 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도시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지형의 특징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이다. 당연히 도시의 위상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조 섞인 혹은 비아냥대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건 상관없지만 전국 정당의 대표가 그런 말을 비유로 하는 건 상식 밖이다. 과연 그가 말한 대로 세종은 품위 있는 도시,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미니즘(?)을 표방한 <걸캅스>보다는 정치인을 연기한 <정직한 후보>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여하튼 라미란은 은근히 매력있는 배우다.


정치는 아무나 한다?


<정직한 후보>는 소름 돋는 영화다. 마치 실제 일어날 일을 예언하듯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세한 설정은 다소 다르지만. 주상숙은 시민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어느새 닳고 닳은 그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번갯불과 함께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는데. 


스토리는 뻔하고 연기는 과장되었지만 울림은 묵직하다. 정치는 정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소명이 필요한 일로 학문과 정치를 들었다. 곧 단순히 명예를 얻기 위해 혹은 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2백년도 더 된 이야기라 설득력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가들에게 늘 바램을 갖고 있다. 그들의 결정이 모두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상숙은 결국 마법이 풀리고 나서도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는 참 정치인이 된다. 과연 제대로 된 정치가가 될 수 있을까? 속편이 더 기대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덧붙이는 말


죽은 할머니를 이용하여 재단을 만들고 그것을 발판삼아 정치인이 된다는 스토리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게다가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단순히 상상력의 결과물은 아닐 것이다. 어디선가 그런 일이 벌어졌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엮었을 것이다. 때로는 현실이 더 극적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풍년제과에서 세트를 시키면 이렇게 박스로 포장하여 보내준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것들을 찾게 된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된장찌개는 혐오 식품이었는데, 적어도 내게는, 지금은 잘 먹는다. 좋아하던 걸 끊기도 한다. 콜라는 일 년에 한잔 마실까 말까다. 과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달고 살았는데. 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은 순한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어머님께 드리려고 전병을 주문했다. 과거에는 시장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문점이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다. 그만큼 수요가 줄었단 소리다. 다행히 인터넷 쇼핑에서는 구매가 가능하다. 이왕 사는 것 배송비도 아낄 겸 골고루 들어간 세트를 샀다. 생각보다 가격은 꽤 비쌌는데, 나중에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착하고 나서 박스를 열어보니 땅콩맛, 김맛은 익숙한데 생강은 낯설었다. 전병에 생강도 넣었었나?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 알싸한 맛에 아예 손조차 대지 않았던 듯 싶다. 뭐 어차피 내가 먹을 것도 아니니까. 그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께서 내게도 굳이 한입을 권하시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살짝, 아주 조금만 베어 물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맛이 있었다. 생강 맛도 그리 강하지 않고 게다가 씹는 촉감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이상하다. 내 기억 속의 전병은 딱딱하고 건조했는데. 그 비밀은 봉지 뒤편에 써놓은 설명문에 있었다.


“전통 옛 방식 그대로 구운 과자에 국내산 봉동 생강을 갈아 청을 입힌 생강 센베는 생강의 알싸한 풍미와 청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식감이 소프트합니다.”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gmlthddl12/220385869634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살다보면 흥분할 때가 있다. 도리어 그런 상황에서 가만 있으면 속으로 울화가 더 치밀 것이다. 올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내 눈 앞에서 가방 속 지갑을 꺼내 돈을 새는 도둑놈을 보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 가방의 주인은 나였다. 그러나 아무리 급박해도 흥분을 지속하기란 힘들다. 계속 그렇게 있다 보면 이성을 잃고 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침착 버튼을 눌러야 한다.


현 정권을 대표하는 이들의 발언을 듣곤 한다. 생각한다. 저렇게 핏대 세우고 소리를 높여야 하는 문제인가? 물론 방송의 특성상 극적인 장면을 부각시키는 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카메라가 돌고 있다고 해도 초흥분 사태로 마구 이야기를 지껄이는 건 보거나 듣는 이들에게도 불안을 전염시킨다. 심지어 침착함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관료들까지 덩달아 흥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렇다.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마치 웅변가처럼 장황하게 말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용이 어떤지를 떠나 한숨부터 나왔다. 잘 모르니까 저렇게 윽박지르는 구나. 정치인 출신 장관은 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시빗거리를 만들어 내는 말을 마구 지껄인다. 어쩌다 다들 초흥분 사이언들이 되어 버렸을까?


정직하게 말해 나의 사상은 진보에 가깝다. 보수가 안정을 추구한다면 진보는 개혁을 지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그악스럽다면 달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대중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이익을 숨기는 선전선동의 나락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들이라면 말로 떠들게 아니라 실력부터 갖추고 차분히 일을 진행시켜야 마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