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모스크바 (오른쪽) 서울 


맥도널드 햄버거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 날


맥도널드 햄버거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 날 1호점 매장 내부와 주변은 사람들도 넘쳐났다. 며칠 지나 나 또한 그 대열에 합류했다. 미리 맛을 본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완전히 신세계라는 것이다. 설마라고 의심을 하면서 또 괜히 으스대고 싶어 과장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을 억누르지는 못했다. 그렇게 줄을 서서 드디어 햄버거를 사서 입에 넣었는데.


햄버거는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다. 두서너 달에 한 번 정도 버거킹에 들러 할인세트메뉴를 먹는 정도다. 엄밀하게 말하면 프렌치프라이와 커피 때문에 가는 것이지만. 맥도널드는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때 싼 맛에 빅맥 세트를 가끔 사먹은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폐지되어 발길을 끊었다. 아주 이따금 운동을 하고 나서 허기가 몹시 질 때 치즈버거 한 개와 따끈한 아메리카노 작은 컵 하나를 시켜 먹는 정도였다.


맥도널드가 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장이 바뀌면서 품질을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봤자, 햄버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난 대표가 망쳐놓은 앙금이 남아 있었나 보다. 인기 만점이던 런치세트를 죄다 없애고 게다가 이상하게 조악한 것으로 바꿔놓았다. 게다가 불고기버거 파동까지. 정이 뚝 떨어졌다.


누군가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불안감과 셀레임이 묘하게 교차했다. 역시 맛이 없을까봐 혹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프라이부터 먹었는데 실망. 소금을 잔뜩 뿌려서 짠맛밖에는. 역시 프렌치프라이는 두툼하고 푸실푸실한 버거킹이 최고야. 그러나 진짜가 남았다. 햄버거를 들고 맛을 보았는데 그만 눈물이 핑,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처음 맥도널드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 때 나는 이 세상에 이렇게도 부드러운 빵이 있고, 치즈가 얼마나 고소한지, 그리고 페티가 잘 어우러지는지 처음 알았다. 시장에서 사먹던 재료가 각기 따로 놀던 짝퉁(?) 햄버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 치즈버거가 돌아왔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반갑다. 이제 더 이상 나쁜 길로 빠지지 말고 쭉 이대로만 가자.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deadlyrave/220769915158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또한 햄버거에 대한 맛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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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을 기사거리로 만들어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는 말은 거짓이다. 립서비스다. 실제로 점점 늙어가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노인들이 제 역할을 해내는 뉴스를 보면 기운이 난다. 그래, 죽기 전까지는 그래도 쓸모가 있구나. 차기 국정원장 예정자인 박지원씨도 그 중 한명이다. 간간이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그를 보면 재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그는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그리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그 펀치는 대게 자신이 가동한 이른바 휴민트에서 뽑아낸 따끈따끈한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 인맥이 두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물론 네트웍을 쌓는 일도 보통은 아니다)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적재적소에 써먹을 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게다가 그는 고령이다.


최근 관심을 갖고 보는 분은 김종인씨다. 이 당 저당 옮겨 다니며 책사노릇을 했는데 이번엔 통합당이다. 이런저런 비난도 많지만 뭔가 필요하니까 자꾸 불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여하튼 그의 장기는 말솜씨다. 세련되었다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듣고 싶어할만한 말을 짧지만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말을 기사거리로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다. 


예를 들어 차기 대선 주자로 백종원 같은 분을 언급한 것은 대히트였다. 속내는 백씨처럼 친화적이며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키우자는 것이었지만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반응이 크면 그만이다. 메타포(은유)를 제대로 활용한 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향해 능력 없으면 그만두라고 발언한 것을 듣고도 속이 뻥 뚫렸다. 무수한 대책이 결국 졸속이었고 그 이유는 인사권자의 무능력 때문임을 다이렉트로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현 대통령을 겨냥한 선전포고다. 이밖에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 기간 중 차기 보궐선거를 말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당의 결집도를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확 끌어당기는 묘수였다. 비록 장중에 그런 말을 한 것이 다소 논란은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욱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이 모든 발언은 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발판이다. 곧 본인의 위상을 높이고 키우기 위해 견제구를 던지고 상대의 사인을 훔치고 오더를 계속 변경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어찌 보면 더러운 정치비지니스지만 핵심은 여든이 넘은 분이 주도한다는 데 있다. 적어도 이 두 분에게 나이는 정녕 숫자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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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궁금증 


때로는 사진 한 장이 논문 수백 편을 능가하는 진실을 보여줄 때가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식장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 기자의 질문에 화가 났다. 당 차원의 성추행 대응방안을 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역정을 낸 후 한참이나 쏘아보았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후레자식”


진영논리에 따라 받아드리는 감정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이상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도 있다. 과연 기자는 대표가 쏘는 레이저에 눈을 내리깔았을까? 아니면 끝까지 녹음기를 손에 쥔 채 당당하게(?) 마주 쳐다보았을까? 다행히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결과물을 발견했다. 나는 기자의 손을 들어주겠다. 그는 자신의 할 일을 했다. 반면 이해찬 대표는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정치인은 자신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늘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 출처 :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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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이른바 이름 있는 학교 순으로 대기업에 들어가고 고시출신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여 오래오래 잘 막고 잘 사는 시대는 끝이 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은 즉시전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곧 사람을 키워 그 인맥을 이용하여 적당히 구워삶아 부를 축적하는 대신 당장 써먹을 능력이 없으면 도태된다. 그나마 정치계나 검찰이나 법원 정도가 여전히 구태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군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나름의 특수성이 있으니 예외로 치자.


에스비에스 <집사부 일체>에 카카오 프랜즈 사장이 나온 에피소드를 얼핏 보았다. 그는 사원을 뽑을 때 테크 트리Tech Tree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어떤 기술적 경로를 거쳐 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휴대폰과 함께 성장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곁에 있었다. 마치 일상처럼. 과거 피씨를 하며 밤을 새우던 이들은 중년이 되어 게임업체의 사장이 되었다. 이 두 세대는 과거와 달리 연대가 가능하다. 놀이에 몰두하는 게 일이 되고 돈벌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은 충격이었다. 과거와 단절하고 완벽한 새 세상을 열었다. 과연 지금의 인터넷은 또 다른 신세계를 열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건 우리에게 익숙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누군가는 도태하고 또 다른 소수는 황금열쇠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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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이코프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 Great Violinists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작곡, 뮌슈 (Charles / 낙소스(NAXOS)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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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예고에 다닌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연주했지만 지금은 비올라로 바꿨다. 매우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길게 넋두리할 내용은 아니다. 처음 연주할 때가 떠오른다. 중 2때 였다. 명절날 부모의 성화에 억지로 끌려나와 활을 들던 모습이 생생하다. 정직하게 말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 때만해도 취미에서 조금 상급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첫 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프로 연주자들을 직접 보고 들은 적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호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바로 눈앞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순수함이 떨림으로 전해져서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탄 밀스타인은 썩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이페츠처럼 엄격하게 정경화처럼 날카롭게 다룰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연주하는 건 왠지 과장되어 보인다. 랄로로 그를 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게는 잊혀진 존재였는데, 난데없이 ‘스와니 강’을 듣다가 바이올린 연주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소스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가격은 적당하고 또 연주자도 밀스타인이니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구나. 하고 바로 클릭을 눌러 주문했다. 한참 여러 앨범들을 구입하던 때라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고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언제 한가할 때 심심풀이로 들어야지. 결국 맨 마지막에 포장을 뜯었다. 케이스도 뻑뻑해서 이거 혹시 씨디도 튀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플레이어에 넣고 틀었는데.


약 한 시간 가량 무아지경이었다. 우선 음질이 너무 빼어나서 깜짝 놀랐다. 엔지니어가 손을 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선명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랄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타이틀이 앙코르라 소품 위주라고 생각했는데 곡목도 다양했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1번부터 떡하니 나오더니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의 날개, 아베마리아, 마주르카 등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가히 앙코르 음반의 최고봉이 아닌가 싶다. 그냥 서비스 군만두처럼 냉동을 데운 게 아니라 대작을 대하듯 한곡한곡 세심하게 요리하여 정찬으로 내놓고 있다. 진가를 아직도 모르는 분들께 감히 권한다. 당장 사시라. 두말 할 것 없이. 내 블러그를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지금껏 어떤 음반에도 별 다섯 개를 준 적이 없다. 그러나 마일스턴의 앙코르는 퍼펙트 파이브다. 가격, 구성, 연주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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