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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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충동적 본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삶의 목표 중 대다수가 예측과 통제를 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 때문에 방향을 잃고 좌초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끔찍한 무기력이 기다리고 있다.”


군에서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을 잔다. 겨울에는 30분 더 늦게 일어나지만 이 원칙은 변함이 없다. 물론 짬밥을 먹을수록 규칙을 살짝살짝 어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상시간은 변함이 없다.


지금 나는 평균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잠이 들고 아침 7시쯤 일어난다. 군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함없는 루틴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가고(휴 다행이다) 수영장에 들르고(코로나 때문에 4개월째 수영은 못하고 있다) 댄스학원에 들른 지도(이 또한 금지되었다) 약 10년이 넘었다. 하루에 세 시간은 무조건 야외에서 산보나 조깅을 하고 밤 10시 이후에는 되도록 음식을 먹지 않는다. 글은 오전에 쓰고 책읽기는 주로 밤에 한다.


내 생각에는 꽤 바람직한 삶이다. 알차게 시간을 보내서가 아니라 습관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곧 일어나서 무엇무엇을 해야 할지 거의 정해져있다. 다행히 이 중에 나쁜 관습은 없다. 일단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사람 많은 곳은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도시보다는 전원을 사랑한다.


<해빗>은 뻔하면서 놀라운 책이다. 별 것 아닌 취급을 받은 습관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뭔가 거창한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본다.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의심을 한다. 과연 저 사람은 자신의 말대로 살고 있을까? 강남에 아파트먼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동산 약자를 위한다며 가짜 정책을 펼치고 젊고 늘씬한 여비서와 놀아나며 페미니즘의 대변자가 되고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서재를 자랑하지는 않는가? 웬디 우드는 그게 정상이라고 한다. 곧 인간은 그만큼 나약하다는 말이다. 의지보다 환경이 중요하다.


지난주(2020년 7월 9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깨달은 게 있다. 이케아의 수석디자이너가 등장했는데 그가 쓰는 책상은 일반 직원들과 다르지 않았고 같은 장소에 있었다. 만약 서울시장이 따로 거대한 집무실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했다면 어땠을까? 여자에게 눈이 돌아갈 수는 있었어도 나쁜 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들의 눈이 있기에. 물론 따로 불러내는 건 못 말리겠지만.


이 책은 의지력이란 얼마나 허망하며 충동이란 말 그대로 얼마나 충동적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을 단단히 뿌리내려야 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이 무의식적인 습관이다. 곧 눈을 부릅뜨고 실천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대신 자연스레 몸에 익도록 해야 한다. 말이야 쉽지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께는 천천히 정독한 후 다시 물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아실 것이다.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이 조작되었다는 걸. 여러분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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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택의 순간이 있다. 자살도 그 중 하나다. 나는 그럴 일 없을 거야, 라고 다짐한들 소용없다. 한 정치인의 자살을 보며 언제나 그렇듯 몽테 크리스트 백작이 떠올랐다. 무고한 죄를 뒤집어쓰고 갖은 고생 끝에 다시 돌아온 그에게는 원수보다 은혜를 갚는 게 먼저였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고 돌봐주던 선주는 파산직전에 몰려 있었다. 빚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도무지 갚을 방도가 없었다. 그는 권총을 들고 자살을 선택했다. 다행히 아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여기서 내가 죽어여만 나는 그나마 남들에게 너그러웠던 사업가로 기억된다. 살아서 목숨을 부지한들 내내 손가락질을 받고 말겠지. 그러나 내가 죽고 사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너희들이 걱정이야. 내가 죽으면 아내와 아들은 가여움의 대상이 되지. 모든 잘못은 내가 안고 가는 것으로 족하지.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는데. 


때로는 죽음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살처럼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짓거리도 없다. 남은 사람들을 걱정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죽음, 자살을 포함하여, 에 너그럽다. 아무리 큰 잘못을 했다고 한들 목숨까지 끊었는데 모진 소리는 그만하자. 그러나 히틀러도 자살했음을 상기하자. 벌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 죽음으로 모든 죄는 청산되는가? 공소권 없음으로 그냥 끝인가? 지옥에 고발장이라도 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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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록키 호러쇼 - 뉴 브로드웨이 캐스트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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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미군방송에서였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공중파 채널 하나를 따로 양도해주었다. 번호는 2번. 당연히 공중파니 한국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영어라 알아듣는 사람들은 드물었지만. 그러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만화영화는 말과 상관없이 볼 수 있었다. 특히 토요일 오전 내낸 틀어주던 애니메이션은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금요일 저녁에는 무서우면서도 야한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록키 호러 픽쳐 쇼>도 그 중 하나였다. 음산한 시골마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쇼쇼쇼. 하도 반복해서 나와서 나중에는 뜻도 모르면서 노래나 춤을 따라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보니 야해도 이렇게 야한 영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유쾌했다. 음악 덕이었다. 세상의 모든 금기를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아보자, 는 주제는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음반은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아니다. 영화가 주는 인상이 너무 강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아쉽지만 색다른 버전을 만나는 즐거움을 끌어내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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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風立ちぬ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지역코드2)(한글무자막)(2DVD)
Walt Disney Video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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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또 다른 신작을 들고 짠 하고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했는데 때 아닌 군국주의 논란을 빚었다. 주인공이 전투비행기 설계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은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 하야요는 평화주의자로 일본제국주의를 비난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뒷맛이 씁쓸한 건 영화 내내 좋았던 일본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하면 흔히 떠올리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 순박한 사람들, 서로에 대한 예의가 강박적으로 강해 과하게 느껴지는 설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반면 군국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제국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식민지 국민의 자기비하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미야자키 월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서는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마치 지금껏 감추어왔던 혼네(본심)를 드러낸 기분이랄까? 국가는 국가고 나는 나다. 나는 장인으로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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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O.S.T.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레코딩) [2CD 디럭스 에디션 디지팩]
리앤 라임즈 (LeAnn Rimes) 외, 스테판 슈왈츠 (Stephen Schwartz) / 유니버설(Universal)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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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음반을 새로 지은 대학의 도서관 멀티 룸에서 처음 들었다. 기존 시설에 덧대어 지은 건물은 전망이 빼어났다. 창밖으로 하늘과 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공부하다 지치면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개인전용 소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하다 즉흥적으로 <위키드>를 골랐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내 행복했다. 특히 퍼퓰러의 선율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원작의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당황했다. <오즈의 마법사>을 원적으로 한 번외편이고 내용 또한 우중충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음악을 듣는 내내 해피했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뮤지컬을 음악을 들으면서 상상하는 것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은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은 오리지널 캐스트. 두 번째 장은 여러 나라 버전을 모았다. 우리나라 공연도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는 한다. 다만 일본판은 답답했다. 마치 아동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포퓰라, 포퓨라, 베리베리 포퓨라, 아도바이스, 듣다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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