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 [초특가판]
빈센트 미넬리 감독, 주디 갈란드 외 출연 / 유니원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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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준으로 1944년을 떠올린다면 아마도 까마득한 옛날이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해에 태어난 사람은 2020년 현재 만 76세다. 그렇다면 그 때 만들어진 영화는 어떨까?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는 주디 갈란드로 유명해진 영화다. 그의 목소리가 전부다, 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네 자매의 가족이 겪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사실 별 내용은 없다. 오로지 주디만 돋보인다.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주변은 삽시간에 정적에 쌓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촬영장에서 성적 학대를 받고 노예처럼 끌려나와 연기를 했다는 속사정을 알고나면 왠지 처연해지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그의 목소리는 남아 여전히 불멸의 뮤지컬 영화로 살아남았다.

 

덧붙이는 말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배경은 1903년이다. 1940년대 만들어진 영화니 불과(?) 30년 전의이갸기를 소재로 삼아 관객을 끌어모았다. 놀라운 건 그 당시에도 수도물이 나오고 집안에 난방시설이 있다. 물론 부잣집이지만. 만약 전쟁통에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야말로 꿈의 공장이 따로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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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e : The Music, Volume 1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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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90년대가 추억의 시대가 되었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은 절대 없는 셈이다. 드라마 <글리>는 팝리메이크의 시작을 알렸다. 그 시절의 흐름을 반영하는 대중음악이 어느 순간 혼돈에 빠지자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글리는 이 틈을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어차피 팝은 차고 넘치고 어디를 쑤셔도 마르지 않은 샘과 같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상관없다. 적당한 시기와 질투,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여정을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다루었다. 어찌보면 식상할 포멧을 깨부순건 노래다. 발군의 실력을 가진 가수배우들이 저마다의 성량을 뽐낸다. 이 음반은 글리의 위대한 여정이 출발했음을 알려준다. 돈 스톱 빌리빙을 듣는 순간 모두 직감했을 것이다. 물론 이후 나온 넘버들 또한 비슷비슷한 스타일이라 질려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 하나의 글리 음반을 고르라면 단연코 볼륨 넘버원이다. 여기에 글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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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Side Story - O.S.T.
레너드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작곡 / 소니뮤직(SonyMusic)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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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이면 정영일 선생은 텔레비전에 나와 연신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올리며 이 영화는 절대 놓쳐서 안됩니다. 라며 반복해서 말하곤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꼭 봐야할 것 같은 절박감이 느껴졌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그 중 하나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극장에서 여섯 번 이상 보았다고 고백한 것 같다. 평소 근엄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뮤지컬 영화에 그토록 열광했다니. 그러나 직접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여섯 번이 뭐냐? 한 스무번은 봐야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 또한 이 영화에 탐닉하던 때가 있었다. 비디오로 나왔을 때 구입했고 디브이도도 샀고 오에스티니는 종류별로 구비했다. 이 음반은 브로드웨이 라인업이다. 곧 무대용 버전이다. 당연히 영화에서보다는 능력이 높고 게다가 번스타인의 연주곡까지 곁들어져 있어 소장차지도 크다. 그러나 영화의 아우라가 워낙 커서인지 무대용은 왠지 몰입이 어렵다. 특히 영화에서 마리아 역의 나탈리 우드가 워낙 빼어나서 인지 쉽게 감정전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표지는 끝내준다. 사실 이것때문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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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멸망한다. 확실히. 언젠가는. 헛된 망상이 아니다. 과학적 사실이다. 단지 언제가 될지 모를 뿐. 만약 당장 내일이라면 어떨까? 아니다, 라며 손사레를 칠 것이다. 먼 훗날 인류도 마찬가지 감정일 것이다. 설마 우리 세대에서. 그러나 그 일은 분명히 일어난다.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으며 지구를 누비던 공룡들이 그 증거다. 흥미로운 건 파국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그 중에는 묘한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그래, 망해라. 더 망해버려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도 5개월가량이 되어 간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우한부터 따져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첫 확진자를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갔다고 하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 것은 틀림없다. 어느 정도 발병하면 사그러들어야 마땅한데 이번에 그럴 기미가 없다. 케이방역 운운하며 샴페인을 그렇게도 일찍 터뜨리더니 지금은 대규모 2차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은 수도권이다. 폭탄과 지뢰가 난무하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지구 멸망 시나리오를 실제에서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활동은 쪼그라들고 일상은 남루해지고 겨우 살아남은 인간들은 자신들만의 아지트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생을 누리고 있어도 누리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이런 날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 지구 멸망을 구원으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휴대폰이 고장 나고 011은 더이상 쓸 수 없게되고 윈도우 10 업데이트는 말썽이고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먼트 단지는 뚱딴지같은 엘리베이터 공사로 온종일 시끄럽고 도로 곳곳에 세워놓은 무단 자전거들을 몽땅 쓸어버려달라고, 이런 잡다한 근심걱정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울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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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를 보았다. 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최전성기를 담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팀은 마이클 조던이 속해 있어 유명하지만 사실 그 이에도 전설적인 선수들이 많았다. 스코트 피팬과 데니스 로드맨이 대표적이다. 선수들만 빼어난건 아니었다. 이들을 아울러서 우승을 밥먹듯이 하도록 한 필 잭슨 감독도 큰 역할을 했다. 여하튼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정도 지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수준도 딱 이 정도다. 그래서인지 다큐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불스의 상세한 성적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90년대에 3번 연달아 우승 후 한 해 쉬고 다시 세 번 우승한 전력이 있다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 힘든 여정을 견디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방송은 처음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다가 서서히 팀 전체의 뭉치는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진화한다. 그 덕에 점점 빠져들게 되어 결국 10화를 다 보고 말았다. 그리곤 약간 후회했다. 이처럼 위대한 팀과 플레이어들에 너무 소홀했구나. 그래도 뭐 나는 미국인은 아니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이런 전설들이 있었다. 언뜻 떠오르는 건 해태 타이거즈다. 1983년을 시작으로 단골처럼 한국시리즈에 올라 붙었다 하면 죄다 우승이었다. 연세대 농구부도 추억의 대상이다. 정말 그 때는 농구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 대학부를 평정한 것은 물론 성인팀을 대상으로도 우승을 일궈냈다. 이제는 나이 들고 뱃살도 두둑해진 마이클 조단을 보며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영광스러운 시대를 돌아볼 수 있는 그가 새삼 부러웠다. 골든 타임은 누구에게나 오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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