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하면 뭔가 새롭게 좋아진다는 이미지가 있다. 과연 그럴까?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켜려는데 업데이트중이니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뜬다. 나는 부탁한 적도 없는데. 아시겠지만 이런 대기시간이야말로 짜증 유발자들이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일 할 기분을 잡친다. 겨우 완료가 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들어가 보니 세상에 시스템이 싹 다 바뀌어 있다. 손에 익었던 화면 구성이 죄다 사라졌다. 특히 문장블러그는 제목 테두리를 클릭하면 블럭이 들어가고 글을 쓰면 글자 밑에 계속 커서가 움직인다. 글을 쓰는 내내 깜빡 꺼려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엠에스 워드를 안 쓰는 이유도 이것 때문인데. 대체 어떤 XX가 이 따위로 바꿔놓은거야?

 

알고 보니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었다. 최소한 알람 설정을 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이해는 한다. 보안 문제 때문에 업데이트가 필수임을. 그러나 문제는 기능보완이 아니라 쓸데없는 부분을 조정하여 일하기 힘들게 만드는 거다. 부랴부랴 이전 버전이 가능한지 시스템 복원을 하며 난리를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짓거리 하느라고 무려 세 시간이 넘게 걸린건 덤이다. 결국 기계와 싸워봤자 손해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화를 가라 앉히고 어제 저녁에는 아예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지금은 혹시 몰라 쟁겨두었던 구형 랩탑을 꺼내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비록 속도는 느리고 화면도 작고 인터넷도 잘 안 잡히지만 무겁지만 앞으로 적어도 문장블러그에 올릴 글이나 다른 글쓰기 작업은 이 노트북을 애용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키보드의 터치감이 좋다. 살짝 도드라져 있어 과거 타자기를 치던 느낌을 떠올리게 해서다.

 

덧붙이는 말

 

업데이트 문제는 단지 윈도우만이 아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새제품 출시 시기에 맞추어 갈아타게 만드는 수법이 횡횡하고 있다. 심지어 통화질이나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연스레 바꾸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2G 서비스까지 종료되면 이런 기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스마트 기능은 필요없고 단순하게 전화걸고 문자 정도만 주고받을 수 있는 전화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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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아이리시 맨을 보았다. 뜨는 콘텐츠 1위라 살짝 의아했다. 공개된 지 꽤 되었는데. 알고 보니 지난 주 제이티비씨 방구석 1열에 소개된 덕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고 배우가 알 파치노와 로보트 드 니로의 그 유명세만으로도 일단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사실 보기 전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아직도 이런 갱스터 이야기를 다 나이든 배우들에 의지해 찍을 필요가 있나? 그러나 직접 관람하고 나서는 단순한 느와르가 아니라 미국 역사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곧 마틴이 보기에 미국은 폭력에 의해 성장한 국가이며 그 뿌리는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트럭 노조와 마피아의 개입을 영화 소재로 삼은 것 부터가 그 증거다. 겉으로 보이는 민주주의 제도와 강력한 군사력과 자본주의의 본산이라는 이면에는 피가 난무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드는 의문 하나. 스콜세지는 미국의 마이너리티라는 이탈리아계와 아일랜드계는 다루면서 왜 흑인은 등한시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자신의 관심밖이라거나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 근현대사에서 흑인을 빼면 사실 할 이야기가 없지 않을까? 여력이 되신다면 이 분야를 다룬 새 영화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말

 

영화 자체로 보면 다소 지루하다. 특히 중반부를 지내 배신에 이르는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복잡한 심경을 다루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나이 많은 배우들의 굼뜬 동작과 겹쳐 절로 하품이 나왔다. 특수효과로 젊은 모습을 구현한 것도 새로운 시도일 수는 있지만 영 어색했다. 게다가 드 니로의 파란 눈은 정말 아니올씨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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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이렇게 풀리는데 가치가 유지될까요?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콜라를 샀다. 내 돈 내고 청량음료를 사 마신 지도 꽤 오랜만이다. 그만큼 즐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한 이유는 가격이 쌌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표에 비해 거의 반값이었다.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틀 후 다시 방문해보니 가격이 200원 더 떨어져 있었다. 세일 같은 표시도 없이. 왠지 속은 기분이 들어 영수증을 들고 다시 찾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한 기분이 들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캐시어는 할인기간이었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순간 깨달았다. 여기서 그만 스톱.


은행에서 정기예금이 1년 만기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많이 떨어져 걱정이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2퍼센트 남짓하던 게 1퍼센트대로 떨어졌다. 간단하게 1억을 맡겨서 연 2백만 원 받을 수 있던 것이 백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이 괜히 주식이나 부동산에 몰리는 게 아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돈의 값어치도 마찬가지로 하락한다. 오늘의 천 원이 내일은 8백 원 그리고 1년 후에는 5백 원의 가치밖에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월급이나 수입에 변동이 없다면 그만큼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마저 상승하면 살림은 확 쪼그라든다.


금리와 물가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바로 성장률에 타격이 온다. 곧 전체 경제 파이가 줄어든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이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고착화된다. 이쯤 되면 돈의 값어치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 가치평가수단으로서의 돈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두마차가 삐끗하는 거다. 특히 취약한 분야는 물가다. 그나마 저물가 덕에 근근이나마 살아갈 수 있지만 만약 물가가 오르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글로벌 경제체인이 붕괴되면서 생산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1차 팬더믹이 2차, 3차로 확산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제 사람들은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사재기에 나서 싹쓸이하게 된다. 마치 대공황 직전에 모두가 은행에 몰려 돈을 인출해달라고 울부짖듯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관련 기사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1217200094593&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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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나도 몇 번 그런 적이 있다.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해볼만 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유튜브를 보다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오기상의 채널이 메인 화면에 떴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여 유명세를 탄 일본인이다. 그가 전해주는 뒷이야기를 들으며 라스트 찬스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오오기는 우연한 기회에 출연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가 멀쩡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단지 면접을 해보자는 말에 그만두고 한국에 왔다는 거다. 출연시킬지 말지 결정도 내리지 않았는데. 내심 자신이 있었다고 하는데 유연한 외모와 달리 매우 강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예견대로 출연이 확정되었고 약 1년 6개월 동안 방송에 나왔다. 이후 일본어 강사 일을 하며 지내는 것 같다. 인상적인 말은 외국에 살면서 느끼는 자극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해한다. 나도 짧게나마 외국에 살아본 적이 있다. 낯설고 힘들지만 이방인으로서의 묘한 해방감을 느끼곤 했다. 너희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나는 하고 있단 말이야. 과연 앞으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너무나도 타성에 젖어 더 이상 새로운 세계의 문을 두들겨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아닌지. 정말 라스트 찬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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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은 뚱뚱하고 둔해보여서 싫어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어야 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살짝 놀라며 말한다.


"아직도 019 쓰시네요."


나는 살짝 창피하면서도 알 수 없는 우쭐거림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네"하고 답하며 슬그머니 전화기를 손으로 가린다. 혹시나 내 휴대전화까지 보면 눈이 더 커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2G폰이다. 그것도 슬라이드. 게다가 더 써프라이즈는 서브 폰이 아니라 메인 폰, 그것도 단 하나뿐인 전화기다. 참고로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전자결제는 노트북으로 하면 되고, 검색은 태블릿이 있고, 인스타나 카톡은 안하니까 상관없고.


011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했다(2020년 6월 12일). 그동안 없애겠다는 엄포(?)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직접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올 7월부터 2G폰의 011과 017 서비스는 종료한다. 단 번호는 010으로의 변경을 전제로 내년 6월까지 유지한다. 뭐 요즘 같은 시대에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어느 세상에나 소수는 있게 마련이다. 또한 그들의 사연은 가볍게 무시하기도 어렵다. 번호에 정이 들어서, 스마트폰 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공부에 방해가 되어서. 다양한 기능이 도리어 번거러워서. 이유도 제각각이다. 내 경우는 아버지가 처음 개설해준 번호이고 전화기도 단 두 번만 바꾸었고 손으로 터치하는 스마트폰 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 싫다. 그건 당신 사정이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여하튼 019도 안심할 수 없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2G 서비스 번호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여전히 약 5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어떻게든 내년 6월까지는 버틸 여력이 있는 셈이다. 그 후에는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작년에 전화기가 고장 나서 결국 번호를 이동해야 하나 고민할 때 중고시장에서 구세주같이 동일한 폰을 구입하여 약 1년 동안 썼다. 그러나 최근 이 전화기가 다시 또 히스테리를 부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 마음에도 커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충전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갈아타야 할지, 또 다시 중고 폰을 구입하여 수명연장을 할지 갈등이다. 한 가지 분명한건 010에 거부감은 여전히 크다. 왠지 뚱뚱하고 둔해 보여서다. 019는 날렵하고 산뜻한 느낌인데,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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