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남에게 권하고 싶어진다. 나만 하기 아까운 생각도 들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이나 공감에도 감가상각이 있어서, 가령 내가 100만큼 좋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같이 느끼는 건 아니다. 이런 경험을 겪다보면 왠지 스스로도 심드렁해져서 관심이 떨어진다.
처음 바흐의 음악을 들었을 때, 구체적으로 <마태 수난곡> 전곡을 접했을 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알게 되어서. 이후 바흐 전도사가 되다시피 했는데 반응이 다들 좋았던 건 아니다. 물론 그 중에는 진짜로 관심을 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형식적으로 '아, 그래'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들을만한 음반을 새롭게 정리했다. 일단 당장 듣지 않을 디스크들은 따로 모아 종이상자에 넣고, 두고두고 들을 목록을 작성하여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다. 그 중에는 늘 곁에 있어온 나만의 명반도 있지만 아직 포장도 뜯지 못한 새 음반들도 꽤 된다. 싼 맛에 지른 박스물도 한두 장을 빼곤 제대로 들은 기억이 없다. 만약 코비드 19이 아니었다면 구석에 처박혀 먼지구덩이에서 지냈겠지.
결국은 혼자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아무리 남들에게 권해도 내게는 나라는 손님이 최고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