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는 대의를 위해 희생당하는 개인을 그리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처지에서는 슈퍼돼지를 내세워 잔인한 도축현장을 고발하고 싶어 했다. 미자는 그들의 주장에는 동의하나 옥자가 당할 갖는 고난의 걱정되어 함께 하기를 꺼려했다. 자칫 불발될 것 같았던 이들의 동행은 케이가 미자의 말을 반대로 통역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되었다. 봉준호는 결과적으로 목적은 달성되었고 옥자와 미자는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며 아름답게 마무리하지만 현실이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씨는 애증의 관계가 맞다. 만약 윤씨가 나서서 위안부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이용수 할머니는 남은 평생을 숨죽여 살아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개인으로서는 그것이 더 나은 삶일 수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일본의 잘못을 널리 알렸다. 만약 일본의 위안부 스캔들이 단순한 실수였다면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전쟁기간동안 약 20만 명이 동원되었고 그 중 대부분은 한국 출신이었다. 어떤 형태든 드러내서 죄를 물어야 마땅했다.


딜레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은 다소 손해를 보아도 되는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야말로 진정한 대의다. 해답은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다. 단체를 이끄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이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만 함께 했어야 마땅했다. 불행하게도 윤미향 세력은 그러지 못했다. 더 나아가 모금과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공정과 투명의 원칙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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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전자 핑키 105


제 몫을 하는 플레이어 


결국 여기까지 왔다. 말러 음반을 찾기 위한 대청소가 마침내 카세트테이프 사랑을 거쳐 드디어 플레이어까지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어쩌겠는가? 이게 또 사람 사는 재미 아니겠는가? 만약 집안에서 보물처럼 혹은 유물처럼 옛날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셨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플레이어를 따로 장만하시겠는가? 아니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것인가? 물론 개인의 자유지만 나는 들어볼 것을 권한다. 단지 추억에 잠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해야 좋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마냥 좋게만 들렸던 그 소리가 매우 조악하고 거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또한 나름의 맛이다. 


나는 카세트테이프를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늘 난로 위에서 끓고 있던 보리차를 담은 주전자가 떠오른다. 지글지글하며 구수하게 피어오르던 그 향이 소리에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실제로 카세트테이프에는 잡음이 반드시 따라붙게 마련인데, 그게 또 듣기 좋다. 일종의 화이트 노이즈로, 요즘 같으면 에이에스엠알 기능을 한다. 그렇다고 너무 소리가 거슬려서도 안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일단 음색이 좋고, 가격도 적당하고, 오래 가는 물건이 최고인데, 과연 정답은? 내 선택은 롯데전자 핑키 105다. 사실 우리 집에는 이미 플레이어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럼에도 이 기계를 산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 싸고 크기가 최소한이기 때문이다. 곧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건 소리가 좋다. 지금까지 카세트테이프로 들어본 음색 중에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물론 별도의 앰츠나 전문 스피커가 장착된 것은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기능이 단순한 것도 마음에 든다. 이것저것 잡다한 이른바 멀티형 전자제품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고장이 난다. 이 제품은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 딱 두 기능뿐이다. 설령 테이프 기능이 나중에 망가지더라도 라디오는 절대 끊기지 않는다. 모든 오디오 기기 중 때려 부수지 않는 한, 혹은 부셔도 내부만 괜찮으면 고장이 나지 않는 건 라디오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핑키는 제 도리를 다하고 있다. 재난대비 비상용으로도 최적이다. 가격은 쇼핑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만 원대 초반이다.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용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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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양은 카세트테이프같지만 사실은 MP3다. 


그 감성이 꽤 괜찮았던 말이야


음악에 대한 애호는 음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처음 소리를 녹음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을 때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 놀라 자빠졌을까? 아니면 그러려니 했을까? 아마도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영상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덜했겠지만. 그러나 그냥 소리가 아니라 음악이 담겨져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축음기의 탄생은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특권층만 들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기만의 공간에서 감상이 가능해졌다. 물론 초기에는 엄청난 가격으로 접근이 다소 어려웠지만 기술의 발달로 그 간극은 금세 매워졌다. 이후 엘피가 등장하며, 말 그대로 롱 플레이 장시간 녹음이 가능했다, 그래봤자 한 면에 약 40분 정도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당시로서는 놀랄 노자였다. 다시 한 번 대중화를 이룬 음반은 이후 카세트테이프, 씨디, 그리고 스트리밍으로까지 발전했다. 


최근에는 한 때 신기술로 불리던 씨디조차 구닥다리로 불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엘피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소리골이 있어 음역대의 폭이 깊고 넓기 때문이다. 테이프는 이 가운데 낀 애매한 존재다. 음질로만 따지면 씨디에 비길 수 없고 음역대로는 엘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어정쩡한 위치 때문에 엘피처럼 쉽게 재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점을 들자면 내구성이다. 원래 카세트테이프는 마스터 기능이 있다. 곧 원본이다. 예전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보면 오리지널 테이프를 완성한 후 송출하곤 했다. 물론 자꾸 복사를 하거나 반복해서 틀다보면 음질이 떨어진다. 과거 하도 많이 들어서 테이프가 늘어났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거다. 하루에 백번 이상 듣는 게 아면 다른 매체에 비해 오래가는 건 분명하다. 또한 손에 닿는 질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엘피가 다소 부담되고 씨디가 지나치게 딱딱한 반면 카세트테이프는 왠지 정감이 간다.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도 장난 아니다. 


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집에 테이프가 약 500장 정도는 있는 건 같다. 이 중 3분의 2는 클래시컬 음반이고 나머지는 팝과 국내 음악이다. 어학 테이프도 꽤 있었는데 거의 다 버렸다. 공테이프도 눈에 뜨인다. 옛날에는, 아 라떼는 말이야,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공테이프에 녹음하여 듣거나 선물을 하곤 했는데. 또 그 감성이 꽤 괜찮았던 말이야. 


덧붙이는 말 : 본견적인 복원은 아니지만 카세트테이프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예는 종종보인다. 카세트테이프 MP3도 그 중 하나다. 


관련 사이트 : 

https://tumblbug.com/cassettemp3?utm_source=naverpost&utm_medium=social&utm_campaign=tumblbug_cassette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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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듣고 싶었다. 그럴 때가 있다. 그런데 없다. 분명히 책상 위에 두었는데, 아마도 청소를 하거나 정돈을 하다가 어딘가 다른 곳에 옮겨 둔 것 같다. 분명 집안에 있는 걸 확실한데. 짐작이 가는 곳을 여기저기 뒤져 보았으나 소용이 없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다. 참, 나. 그러게, 일찌감치 듣지 그랬니? 그러나 나는 몰랐다. 그 때는. 어쩌겠는가? 아쉽게나마 인터넷에서 찾아 감상해 보지만 영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기억 저편에 멀리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들을 대량 발견했다. 대부분 클래시컬 음반이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열심히 모은 것들이다. 시험이 끝나면 으레 백화점 음반 매장에 들러 하나둘씩 사서 듣곤 했다. 어쩌다 세일이라도 하면 평소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구입하지 못했던 것들을 구매하곤 했는데. 그 당시 꿈은 성음에서 나오는 클래시컬 테이프를 다 사 모으는 것이었다. 어차피 집안 대청소를 한 김에 탁자 위를 싹 치우고 중고거래에서 산 마란츠 미니 오디오도 오랜만에 켜서 그뤼미어의 바이올린 소품집을 듣는다. 늘 정중한 아르투르다. 신경질이나 히스테리 없이 평온하다.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승부하는 이른바 명장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점잖게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쪽 문이 닫히면 세상의 다른 문이 열린다는 걸 실감한 하루다. 언젠가 말러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부활하겠지? 라고 기대 섞인 희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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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조짐이 좋았다. 늘 이런 저런 소음으로 시달렸는데 웬일로 고요하다. 한주의 시작인데 드문 일이다. 백만 년 만에 처음 맞는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토스터에 빵을 넣고 커피 물을 올리고 늘 듣는 채널에 맞춘 라디오를 들으며 혹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니다, 오늘은 엄연히 2020년 6월 1일 월요일이다. 혹시라도 이 평화가 깨질까 살금살금 일을 시작했다. 자료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수정과 교정을 반복했다. 여전히 조용했고 초여름을 알리는 햇살은 부드럽게 방안을 데우고 있었다. 정말 눈물이 날만큼 행복한 반나절이었다. 잠시 짬을 내어 산보를 나갔다. 바깥세상도 아늑한 기운이 충만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결국 사단이 났다.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전철역 엘리베이터 공사를 새로 했는지 손잡이를 꼭 잡으라는 절규에 가까운 녹음 방송이 크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깝다. 그 소음만 아니었으면 One Perfect Day 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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