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에는 특이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등장한 보복소비라는 말도 그렇다. 사스 사태 이후 중국에서 번졌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보복하듯이 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적당한 단어가 없는 것 같아 특수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더 나아가 격기를 오래 겪고 나면 어떻게 해서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지니까. 마치 군대에 입대한 후 처음 나오는 휴가 때 그동안 모아둔 돈을 어떻게 해서든 한 방에 다 쓰고 싶어 환장하는 것처럼.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 또한 재난소득을 받아 한 번에 몽땅 다 썼다. 선불카드 등록이 귀찮고, 괜히 찔끔찔끔 쓰다 잊어버릴까봐 두렵고, 마땅히 쓸 곳도 많지 않다는 핑계도 있지만 공돈이니 그냥 쓰자는 심리도 컸다. 평소라면 살 엄두도 내지 못하던 정관장 농축액 제일 비싼 걸 싸고 남은 돈은 홍산 캔디를 사고 나니 바로 잔액은 제로가 되었다. 


죄악주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일본도 뒤늦게 바이러스 대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그 중 가장 말을 듣지 않는(?) 집단은 빠징코 가게라 한다. 가지 말라고 상호까지 공개했는데 도리어 사람들이 더 몰렸다. 왜 그럴까? 힘이 들고 짜증이 나니 그렇게라도 풀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 담배나 도박과 관련한 주자가 급상승했다. 참, 세상이란?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누군가는 주판알 아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니. 어쩌면 그것이 인류를 구원할지도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생각만큼은 큰 화제를 불러오지못한 토이스토리 4. 당초 알라딘과의 개봉 경쟁에서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무서운 입소문과 뒷심을 타고 케이오패를 당하고 말았다. 숟가락을 제대로 얹었다고 예상했는데 그 위력은 크지 못했다. 


자기 임무를 다 마친 우디의 은퇴식 


토이 스토리가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이런 애니메이션은 지금껏 없었다는 광고카피를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나? 일단 액션이 등장했다. 장난감 인형들이 걷고 뛰고 날고 소리친다. 그것도 진짜처럼. 픽사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핵심은 스토리다. 누구나 기억 한 켠에 자기의 분신인 장난감 하나쯤은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주인에게 버림받은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 이 영화의 출발이다. 그 길은 어느덧 4편에까지 이르렀다. 


주인이 바꾸면 따라가야 한다는 보, 아니다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우디. 이 둘은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성격차이로 헤어진 부부처럼. 어쩌면 장난감들의 운명은 아이가 어른이 되거나 혹은 호기심이 사라지면 끝이 나게 마련이다. 늘 새로운 즐길 거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토이 스토리 4의 우디는 왠지 늙고 초라해 보인다. 톰 행크스의 목소리에서도 발랄함보다는 연륜이 전해진다. 여전히 밝고 쾌활하고 남을 위할 줄 알지만 또한 외모에도 변함이 없지만 이젠 자기 임무를 다 마친 퇴역 군인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보안관 배지를 넘기는 장면이야말로 극적인 퇴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극장 개봉당시 관객동원은 3백 40여만 명을 갓 넘었다. 나름 괜찮은 성적이지만 토이스토리의 위상을 볼 때 아쉬운 성적이다. 게다가 9년만의 컴백인데.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리어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보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또 한 시대가 지나가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킹의 걸작을 이런 식으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저주에 걸릴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킹은 일관되게 말한다. 공포는 당신 머릿속에 있다고. <샤이닝>은 이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명작이다. 첫 문장을 보라. 잭 토렌스는 생각했다. '잘난 체하는 땅딸보 자식'. 그리곤 상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어떻게 하면 재수 없게 보일 수 있을까의 끝을 보여주마. 영화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원작대로의 가치가 있다. 특히 대니를 새롭게 볼 수 있다. 잭 니콜슨의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안티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요컨대, 아버지와 아들의 고전적인 대결구도를 치밀하게 연출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은 번역이다. 여러 분들이 지적했지만 직역보다 못한 성의 없는 문장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뜨인다. 


"잭은 결혼 2년 째 <에스콰이어>에서 사 준 단편을 쓴 이후로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다."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어도 이해가 어렵다. 사 준 이라니? 혹시 의뢰한 아닌가? 그렇다면 말이 되는데, 혹시 buy를 그냥 사다로 옮긴 건가? 이런 저런 심란함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원서를 보는 편이 낫겠지만 가장 좋은 건 제대로 된 번역서가 다시 나오는 것이다. 두 권으로 분철하지 말고 온전한 한 권으로. 스티븐 킹의 걸작을 이런 식으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저주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혼자 속삭이듯 white rabbit, white rabbit, white rabbit하고 세 번 되뇌었다. 매달 첫날 이렇게 하면 행운이 온다. 단 처음 입 밖으로 내는 말이어야 한다. 영어방송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에이 설마하면서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본다. 유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흰 토끼가 늘 거짓말을 하고 도망 다녀서 생긴 듯싶다. 곧 거짓을 쫓기 위해 주술처럼 부르는 말이다.


이틀 동안 매우 바빴다. 기일이 겹쳤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 느낌이 전달되었는지 어제는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도 있었다. 큰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왠지 찜찜하다. 잔인한 4월도 이제 지나갔다. 5월에는 모두에게 행운만 가득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