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괜히 인간이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아니면 복종하기를 원하는가? 정답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곧 상황에 따라 다른 처신을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다 보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반대로 서너 달 집도 없이 떠돌다 살다보면 따뜻한 가정을 간정히 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도 연장되었다. 강제성은 없지만 아무래도 눈치를 보게 된다.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문제는 무얼 하며 보내느냐다. 미리 말씀드릴 건 혼자 사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이미 오래전부터 홀로 지내는 시간이 익숙하기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건 집안 생활이 익숙지 않은 이들이다. 중년 아저씨들이 대표적이다. 집이란 그저 잠만 자기 위한 공간 정도로 인식하던 사람들에게는 재앙인 셈이다.


우선 자기만의 장소를 만들어라. 아무리 좁아도 혼자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방구석에 칸막이를 치든 마루에 파티션을 설치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을 떠올려라.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강제로 책을 읽어라. 집에 책이 없다면 인근 도서관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빌리든 아니면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든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곁에 책을 쌓아두라. 그리고 읽어라. 두말 하지 말고. 종류는 상관이 없다. 낚시 책이든 요리 책이든 만화책이든.


강제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억지다. 희한한 건 인간은 변한 상황에 금방 익숙해지는 동물이다. 다만 자기의 영역은 확보되어야 한다. 그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다. 물론 힘들 것이다. 그래도 견뎌보시라. 곰이 괜히 인간이 되는 게 아니다.



관련 기사 :

https://www.nytimes.com/2020/04/01/books/reading-times-of-grief-coronavirus.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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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음식을 잘 먹는 요령


지금까지 뷔페에 가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양껏 먹을 생각으로 들뜨지만 두세 번 정도 돌고나면 배가 부르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둘러 음료수나 과일을 먹고 나오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더더욱 가지 않게 됐다.

 

넷플릭스는 뷔페다. 볼게 너무 많아 누구나 와하고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자칫 잘못하면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시리즈물이라도 볼라치면 서너 시간 아니 열 시간도 훅하고 지나간다. 다음 편을 보고 싶은 조바심에 계속을 외치다보면 어느새 눈을 충혈 되고 온몸은 피곤에 쩔게 된다.


뷔페 음식을 잘 먹는 요령은 간단하다. 사양음식 순서대로 하는 거다. 곧 전체, 본 음식, 후식 순으로 식사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프나 채소로 속을 달랜 다음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를 먹고 스테이크나 고기 위주로 식사를 한 다음 디저트를 즐기는 식이다. 많은 음식의 유혹에 끌려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대로 담다보면 맛도 느끼지 못하고 배만 차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팁을 들자면 평소 먹을 수 있거나 아무 때나 섭취가 가능한 음식은 피해라. 꼭 뷔페 가서 김밥이나 떡볶이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아, 나는 왜 그러질 못했을까? 물로 한두 번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풍성한 음식 앞에 인내심을 잃곤 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대로 다 감상할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루에 볼 시간을 정하라.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씩. 단 세 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그러면 몰린다. 꼭 감상해야 할 영화나 드라마를 선정하고 천천히 조금씩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시작은 시트콤이 좋다. 김씨네 편의점이나 빅뱅이론을 권한다. 한 회당 20분 분량이라 부담이 없다. 그 다음엔 본 요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나 갓 개봉한 영화가 딱이다. 킹덤이나 메시아를 골라 하루에 한 회씩만 보는 전략을 택하라. 영화는 결혼이야기나 로마, 아이리시맨 등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걸 골라야 본전을 뽑는다. 후식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최고다. 코난 쇼나 아는 형님, 맛있는 녀석들을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서 낄낄 대면 어느새 제대로 된 코스를 마감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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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성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이 말은 기독교가 아직까지 살아남게 된 더 나아가 주요 종교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모든 시작은 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말을 하고 듣고 느끼느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메시아>를 감상했다. 총 10편 중 첫 시리즈를 본 것에 불과하지만 모든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 메시아는 하나님을 대신해 인류를 대상으로 말씀을 전했다. 비록 의심과 비난 그리고 박해를 받았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은 싫어하게 마련이다.


흥미로운 건 시대를 오늘날로 옮겼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예수가 등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상은 어지러움을 넘어 재앙까지 닥쳤다. 지금처럼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실감 있게 다가온 적도 없다. 다들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누가 우리를 구원해줄 것인가?


독생자는 알고 있었다. 시련을 겪어야만 공감의 싹이 트고 인류애가 생긴다는 것을. 하나님은 내버려 두라고 했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들이 죽어갈 때조차. 꼴도 보기 싫어. 그러나 예수는 기꺼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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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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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개발과정이 배제된 하나마나한 말들로 뒤범벅이 된 뻔한 경영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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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항상 뒷북이다. 남들이 한참 따라하고 유행이 끝물에 들어갈 때까지 꾸물대다가 서서히 관심도 없어지고 사그라지면 그때서야 불을 뿜으며 몰두한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시청방법을 요모조모 살펴보다 일단 30일 무료이용권으로 노트북에서만 시청하기로 최종 결정한 게 지난 주말이었다. 정작 신청은 4월 10일 <사냥의 시간> 개봉에 맞춰 할 예정이다. 물론 볼만한 드라마나 영화 리스트도 이미 쭉 뽑아놓았다. <킹덤>은 당연하고 나의 최애 드라마인 <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흥미로운 기업이다. 디브이디 렌탈 사업 출신이라서만은 아니다. 창업자가 수학 선생출신이라는 점도 딱히 새로울 게 없다. 핵심은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했다.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콘텐츠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소비자의 구매의도나 패턴을 귀신같이 알아내 제공하는 서비스 업종이다.


그동안 인공지능은 소문난 잔치였다. 이세돌 구단과의 대국으로 화제를 끈 알파고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국내 기업들도 앞 다투어 진출한 인공지능 스피커도 인기가 시들해졌다. 인공지능 내장 티브이로 각광받는 울트라 버전은 올레드에 밀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인공지능은 어디 있다는 말이냐?


정답은 넷플릭스다. <파워풀>은 이 지점을 놓치고 있다. 경영자가 쓴 책의 한계다. 도리어 성공비결의 키를 쥔 엔지니어자 저자였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했을 뻔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개발과정이 배제된 하나마나한 말들로 뒤범벅이 된 뻔한 경영서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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