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목적은 권위에 도전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_ 필립 딕, <출구는 안으로 향한다> 가운데 


만약 과거와 미래 중 어느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어떤 답을 하실 것인가? 나는 현재가 좋다. 앞날이 궁금하기는 하나 인생의 전반전을 지낸 마당에 딱히 밝은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살아온 날들로 돌아가자니 후회의 순간이 너무 많아 마땅치 않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타임머신을 개발하지 않는 것일까?


그럼에도 만약 어느 시절로 가야만 한다면 시험 치는 날로 리턴하고 싶다. 전전긍긍하며 시험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대신 시작종이 치지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멋지게 빈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 문을 나와 보고 싶어서다. 지나고 보면 시험은 백해무익했다. 졸업하고 나면 아니 끝나자마자 다 까먹을 내용을 왜 그리 들들 볶아가며 치렀는지. 


온라인 개학을 했다. 중3과 고3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얼핏 보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인터넷 강의는 더 지옥 같을 듯싶다. 시험과 과제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테니까. 자기만의 학습 진로를 잡아 적절하게 진도를 나가는 방식은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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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부엉이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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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부엉이는 어떻게 자신만의 안식을 찾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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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부엉이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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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쓴 채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어슬렁어슬렁 왔다 갔다 걷는 듯 뛰고 있었다. 누군가 노란색 차에서 내려 어깨에 철조망 같은 것을 짊어 매고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듯 했지만 길을 비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컨테이너 박스 뒤에 철망을 세워놓고 다시 자동차로 돌아갔다. 일요일 오후 3시였다. 대범한 범행 현장을 본 기분이었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저거 뭐예요? 당장 치우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거슬린 건 그의 행동이 아니라 철조망이 놓여지면서 바뀐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눈을 피해 그쪽을 보지 않으면 그 뿐이었다. 없는 셈치고.


<집에 있는 부엉이>는 짧은 이야기 모음이다. 이도우 작가가 라디오에서 이 책을 소개했다. 짧지만 강력하게. 꽤 로맨틱한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부엉이가 주인공이었다. 겨울바람을 초대했더니 온 집안이 얼음장이 되어 덜덜 떨다가 겨우 내보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침대에 누웠더니 두 혹이 튀어나와 어르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어 아래층으로 내려와 의자에서 잠을 청하고, 슬픈 생각을 떠올리며 흘린 물로 짭짤한 차를 홀짝 마시고, 위층과 아래층을 오고가며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없는 자신에 절망하다 결국 계단 중간에 걸터앉고, 자신을 자꾸 쫓아오는 달이 신경 쓰여 계속 도망치다 간신히 제 방에 들어와 창밖에 비친 달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한 것일까? 정신병자의 끄적거림인데. 아마도 보는 시각이 달랐겠지.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하나도 심심하지 않은 자신을 떠올렸을까? 그러나 그 상상력이 공포와 불안 때문이었다면. 살짝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혹시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시도해보았지만 여전히 꿈쩍을 하지 않는다. 그제야 문 위쪽을 보니 나사가 연결된 부위가 한껏 삐뚤어져 있다. 누군가 문을 쾅 닫는 바람에 문이 내려앉은 것이다. 아무리 오래 집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공구를 가져와 억지로 문을 댕겨 최대한 열어 넣고 심하게 여닫는 바람에 삐뚤어져 박혀버린 나사를 빼느라 용을 썼다. 웬만하면 빠질 질 알았던 못은 꿈쩍도 하지 않고 어느새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린다. 오늘 안으로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순간 집에 있는 부엉이가 너무도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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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2주 더 연기했다. 당초는 4월 5일로 마감할 계획이었다. 여전히 확진자가 늘고 있고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도시를 통째로 봉쇄하는 것에 비하면.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감염관리의 한 방책이다. 곧 병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병균을 옮기는 것을 막자는 의도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정하다시피 코비드 19가 당장 종식되거나 조만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장기전을 대비해야 된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년 내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이상이거나. 해결은 백신을 개발하거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감염되어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둘 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치르는 대가가 너무도 크다. 결국 불편을 감수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과연 이주 후에 정부는 또 다른 어떤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이는 말


배철수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매우 불편한 말이라고 주장한다. 거리만 두면 되지 왜? 도리어 사회적 교류는 소셜네트웍 등으로 더욱 활발하게 해야 되지 않는가? 그는 대안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맞는 표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먼저 써서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배철수씨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 자체가 고립감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꽤 일리가 있다.


관련 기사 : Why 'physical distancing' is better than 'social distancing'

https://www.aljazeera.com/news/2020/03/physical-distancing-social-distancing-200330143325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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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괴학자 정재승의 시선이 불편한 건 나뿐인가?


제발 그대로 좀 내버려 둬라 

보고 듣고 느끼고 기뻐하고 즐기고 우울하고 슬퍼하게 


방송국 놈들은 명창을 폭포 앞으로 데려갔다. 인간문화재는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끌려가듯 따라갔다. 한 대목 불러보라고 시켰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목청을 돋우는 그 앞에 피디는 마이크를 대고 데시벨을 체크했다. 속된 말로 소리가 폭포를 뚫고 나올 수 있는지 실험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났다. 파바로티에게도 같은 짓을 시킬 수 있겠는가? 


정재승 씨가 참여한 <뇌로 보는 인간>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다. 총 5부작인데 이번 주 3부작이 끝났다. 관심은 있었지만 뇌 중심자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세번째 예술과 뇌만 시청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가수 마이클 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접근 방식은 점잖았지만 진행과정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예술을 하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부위별로 설명했다. 역겨웠다. 아무리 과학이 오만해도 예술에까지 그 잣대를 들이대며 실험을 하다니.


남은 주제는 두개다. 섹스와 종교. 작가들도 감히 건드리기 두려워한다는. 그러에도 정재승은 성스러운 명령을 거침없이 내린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교회나 절에서 예배를 볼 때 뇌안에서는 무슨 활동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라. 과학의 호기심은 때로는 무모하면서도 어이없는 행동을 낳는다. 왜 하나님이 바벨탑을 무너뜨렸는지 절로 이해가 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덧붙이는 말


나는 종교가 없으며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과학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영역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어떤 한 쪽이 다른 분야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극도로 부정한다. 춤추고 노래하고 섹스하고 신께 경배하는 사람의 뇌를 뒤져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과거 종교가 과학에 간섭하여 갈릴레오를 법정에 세운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학적 진보를 위해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헛소리 하지 마라. 과학의 우위를 앞세워 타 종족을 말살시키려 드는걸 모를거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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